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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차고 피투성이 폭행' 피해자의 못다 한 이야기

전자발찌를 찬 
손님이 왔다
머리를 염색하겠다고 들어온 그 남자는 
좀 많이 이상했어요.
‘결혼은 했냐, 나이가 몇이냐?’
‘나 마사지 잘한다.’
 
이런 뜬금없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는 염색하러 온 게 아니었습니다.

칸막이 뒤로 가는 저를 따라오더니 
갑자기 목을 조르고 바닥에 내던졌습니다.
머리를 내리찍고
얼굴과 몸을 밟기까지…

제가 할 수 있는 건 
몸을 웅크리고 버티는 것뿐이었습니다.
끝까지 저항하자
지친 그가 말했습니다.

“몇 번 하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왜 가만있지 않냐?”
그저 이 상황이 끝나길 바라며 
제발 가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제 손발을 테이프로 묶더니 
“미안해”하고 가더군요.
경찰에 신고한 이후엔
기억이 없어요.

찢어진 머리에서 피가 흘러 
바닥을 덮을 정도였습니다.
그 남자가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걸 
나중에 기사로 알게 됐습니다.


전자발찌를 찬 
성폭행 전과범이었다는 사실도…
제가 아는 건 
가해자의 이름뿐이었습니다.

경찰에 인적 사항을 요청했지만
“알려고 하는 이유가 뭐냐?”
이런 말만 들었죠.
숨기려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조서를 작성할 땐
가해자가 죽었으니 단순 폭행으로 
몰고 가려는 느낌도 받았고….
그러나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르고 목숨을 끊을 때까지
 
보호관찰 기관에서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 사건 이후 
체격이 비슷한 남자만 봐도 무섭고
혼자 있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린아이나 다른 여성들도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전자발찌를 찼어도 
언제든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그게 CCTV 영상을
방송사에 제보한 이유였습니다.
저는 가해자가 숨진 상태라
 보복당할 우려가 없었습니다.
성폭행 피해를 숨기고 싶거나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조차 못하는 분들이 많을 거 같아요. 

다들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까요..
이 사회에는 여전히 
많은 범죄자들이 있잖아요.

저 같은 피해자가 
다신 생기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번 달 초, 경기도의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A 씨에게 일어난 일은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됐습니다. 한 남자 손님이 갑자기 돌변해 A 씨를 무자비로 폭행한 것입니다.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는 알고 보니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였습니다. 보호관찰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현실을 알리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그녀는 CCTV 영상을 방송사에 제보했습니다. 

기획 하현종, 채희선, 박해정 인턴 / 그래픽 김민정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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