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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why] "빙속 3남매를 아시나요"…스피드스케이팅 영광의 발자취

[평창why] "빙속 3남매를 아시나요"…스피드스케이팅 영광의 발자취
※ SBS 뉴스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평창why'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과 긴장감 넘치는 경기 순간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소식까지 생생하게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스피드스케이팅은 쇼트트랙과 더불어 동계 올림픽 빙상의 대표 상품입니다. 400m 트랙을 선수가 오롯이 자신의 주력으로 주파하는 기록과의 싸움입니다. 몸싸움과 자리다툼이 치열한 쇼트트랙과 달리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끈기와 인내의 스포츠입니다. 500m부터 10,000m까지 사력을 다해 결승선을 주파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우직한 종목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지난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대표팀의 김윤만 선수가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까지 꾸준히 선수를 내보내 왔습니다. 그러나 메달을 따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기록의 스포츠'라는 특성상 신체 조건이 좋은 네덜란드 등 빙상 강국의 선수들이 세계 정상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가 뒤집어진 대회가 있었으니 바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입니다.

'빙속 3남매'로 불리는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 선수는 이 대회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한민국을 하루아침에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우뚝 세웠습니다. 빙상계를 비롯한 세계 언론도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비약적인 발전에 깜짝 놀랐던 때입니다. 'SBS 평창 why' 이번 편에서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모태범, 이승훈 선수의 금메달의 순간을 비롯해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빙속 여제'로 세계를 제패한 이상화 선수의 경기를 다시 한 번 준비했습니다.

■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태범의 쾌거…2010년 밴쿠버 올림픽 남자 500m

2010년 2월 16일 대표팀 막내 모태범 선수는 자신의 21번째 생일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같은 팀 동료들에 비해 우승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모태범은 실전에서 보란 듯 빙판을 질주했습니다. 모태범은 1차 시기에서 네덜란드의 스미켄스를 폭발적인 스퍼트로 제치고 34초 92에 골인하며 전체 2위를 차지해 파란을 예고했습니다. 중반 이후 폭발적인 스퍼트가 돋보였던 경기였습니다. 초반 100m 기록은 전체선수 가운데 5번째였지만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가속을 붙여 전체 2위로 들어왔습니다.

모태범은 세계기록 보유자와 맞대결을 펼치면서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2차 시기에서 만난 5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캐나다의 제레미 워더스푼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모태범과 경쟁했습니다. 모태범은 그러나 워더스푼을 완벽하게 따돌리고 34초 90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염을 토했습니다. 초반 100m 기록을 1차 때보다 0.02초 줄였고 코너웍도 안정적이었습니다. 골인 지점에서는 '날 들어 올리기'로 쐐기를 박았습니다. 처음에 34.94로 나왔던 기록이 판독 결과 34.90으로 정정될 정도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멋진 레이스였습니다.

모태범은 1, 2차 시기 합계 69초82로 1위에 이름을 올린 뒤 마지막 조를 기다리며 메달의 색깔이 나오길 바라봤습니다. 1차 시기에서 1위를 차지한 핀란드의 니카와 3위였던 일본의 가토는 2차 시기에서 모두 35초를 넘겼습니다.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모태범은 포효했습니다. 코치진과 얼싸 안고 태극기를 들고 춤을 추며 올림픽 챔피언 등극을 자축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진행된 밴쿠버 오벌 링크장의 빙질의 활도 즉 미끄러지는 정도가 다소 떨어진 상태였던 것도 모태범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모태범이 기술보다는 체력을 앞세운 스타일이어서 활도가 낮은 링크에서도 힘을 앞세워 치고 나갈 수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이규혁이나 이강석에 비해 주위의 기대가 크지 않았다는 점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생일을 맞아 인생의 드라마를 썼던 모태범은 "내 생일에 국민에게 가장 큰 선물을 한 것 같아 정말 기쁘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이상화, 새로운 '빙속 여제'의 탄생…2010년 밴쿠버 올림픽 여자 500m

모태범의 쾌거 하루 뒤인 2월 17일에는 이상화의 금빛 질주가 펼쳐졌습니다. 이상화의 배짱은 대단했습니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독일의 예니 볼프와 맞서면서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힘이 넘치는 스케이팅으로 예상 밖의 승부를 연출했습니다. 이상화는 아웃코스에 자리한 1차 레이스에서 스타트부터 100m까지는 볼프에 0.08초 뒤졌습니다. 그러나 300m 지점부터 폭발적인 스퍼트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체력을 바탕으로 쭉쭉 밀고 나가 0.06초 차이로 1위를 차지하며 기적의 드라마를 예고했습니다.

2차 레이스에서도 이상화는 볼프와 마지막 조에서 대결했습니다. 이미 꺾어본 상대여서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인코스에서 출발한 2차 레이스는 더 짜릿했습니다. 역시 스타트부터 400m 지점까지는 뒤졌지만 아웃 코스로 주로를 바꾸면서 오히려 더 힘을 냈습니다. 혼신을 다해 얼음을 지친 이상화는 점점 볼프와 거리를 좁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1. 2차 합계 76초 09로 볼프보다 0.05초 빨랐던 이상화의 승리였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근성과 강훈련으로 단련된 체력이 금메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시상대에서 벅찬 감격의 눈물을 쏟아낸 이상화는 "모태범이 따는 것을 보고 소름 끼쳤다. 나도 해냈다는 생각에 그만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동계올림픽의 62년 역사를 통틀어 아시아 여자선수로는 처음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습니다.

■ '기적의 금빛 역주' 이승훈…2010년 밴쿠버 올림픽 남자 10,000m

팀 동료인 모태범, 이상화의 금메달 소식은 이승훈에게도 자극제였습니다. 컨디션은 좋았습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지 7개월 만에 출전한 밴쿠버 올림픽에서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네 차례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5,000m 종목과 달리 10,000m는 사실상 출전 경험이 없었지만 이승훈은 거침없이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기적을 연출했습니다. 쇼트트랙으로 다져진 체력과 유연한 코너 워크 그리고 간결한 스케이팅이 빛을 발한 경기였습니다.

이승훈은 네덜란드의 반 데 키프트와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이승훈의 주력은 놀라웠습니다. 시작부터 앞서나가 갈수록 격차를 벌려나갔습니다. 후반에도 힘이 떨어지지 않은 이승훈은 5바퀴를 남기고 스퍼트를 걸었습니다. 3바퀴를 남겨 놓고는 뒤따라 오던 키프트 선수를 거의 따라붙어 오히려 쫓는 상황이 됐고 마지막 바퀴에서는 키프트 선수를 한 바퀴 차로 추월하는 진기한 장면까지 연출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같은 주로에 두 명의 선수가 질주하고 추월하는 진풍경에 네덜란드 관중들조차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승훈은 12분 58초 55 올림픽 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레이스를 마친 이승훈은 담담하게 남은 6명의 레이스를 지켜봤습니다. 5,000m 금메달리스트로 마지막 조에서 뛴 네덜란드의 크라머가 중반까지는 이승훈보다 빨랐습니다. 그러나 크라머가 코치의 실수로 코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실격 처리가 되면서 이승훈의 금메달이 확정됐습니다. 5,000m 은메달에 이어 더 큰 기적을 일군 이승훈은 태극기를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이승훈은 인터뷰에서 "다음에는 크라머 선수랑 정정당당히 뛰어서 이기고 싶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밴쿠버 '빙속 3남매'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 이상화의 사상 첫 올림픽 2연패…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500m

4년 뒤 열린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빙속 3남매'는 여전히 활약했습니다. 모태범은 메달은 목에 걸지 못해 아쉬움을 달랬지만 이승훈은 팀 추월 종목에서 후배들과 함께 극적인 은메달을 따내며 훗날을 기약했습니다. 가장 빛난 사람은 '빙속 여제'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이상화였습니다. 이상화는 여러 부상에도 끝없는 노력으로 또 한 번의 신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여자 500m에 출전한 이상화는 소치 아들러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1차 레이스에서 여전히 출중한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초반 100m는 예상보다 늦었지만 무서운 스피드로 치고 나갔습니다. 상대 선수를 20m 가까이 따돌리고 37초 42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상화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2차 레이스를 앞두고 다른 선수들의 출발 총성에 맞춰 스타트 감각을 계속 몸에 익혔고 완벽한 스타트로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 초반 100m 기록을 1차 때보다 0.16초나 단축하며 쭉쭉 치고 나갔고 끝까지 흔들림이 없이 질주했습니다. 이상화는 37초 28에 들어와 1, 2차 합계 74초 70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러시아 파트쿨리나를 0.36차로 제치고 또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남녀 통틀어 처음으로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순간입니다.

■ "평창에서도 도전은 계속된다"…스피드스케이팅도 또 하나의 볼거리

이제 대한민국 동계 올림픽의 주 종목이 된 스피드스케이팅은 선수층도 두터워졌습니다. 여전히 건재한 이상화와 팀추월과 매스스타트에서 노련함을 무기로 맹활약할 이승훈을 필두로 모태범도 또 한 번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맹활약했던 박승희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국가대표 쇼트트랙 대표팀의 대들보였던 고 노진규 선수의 누나 노선영 선수도 우여곡절 끝에 팀추월 대표로 평창 무대에 설 예정입니다. 평창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이 된 매스스타트의 김보름도 메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입니다. 쇼트트랙과 함께 대한민국 빙상을 이끌어갈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꿈이 이제 영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홍명, 한수아, 김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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