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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법률 어기고 예산편성한 의원 "애국하자는데 왜 이러나?"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방송일시 : 2018년 1월 23일 (화)
■대담 : SBS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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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결특위 과정 기록한 회의록, 4,703장 일일이 분석
- 서울시는 제외된 하수처리장 예산, 한정애 요구로 신설
- 한정애 "시행령 벗어나긴 했지만 시급성 따져서 요청"
- 설립 3년 안 된 국회의원 태권도 연맹에 1억여 원 예산 책정
- 박홍근 "문제 삼으면 감당할 수 있느냐" 대화 속기록에 남아 
- 이동섭 "국익 차원에서 예산 지급… 애국하는 마음"
- "청소년 정서에 도움"…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 예산 편성


▷ 김성준/진행자:

2018년도 올해 국가 예산이 428조 원입니다. 이미 확정이 돼서 올 초부터 집행이 되고 있죠. 저희 SBS 데이터 저널리즘팀 마부작침과 비디오머그가 이 예산 심의 과정을 상당 시간을 들여서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알고 보니까 이게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SBS 뉴미디어국 권지윤 기자가 지금 나와 있는데. 한 번 저희가 꼼꼼히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SBS 권지윤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 김성준/진행자:

올해 예산안을 살펴보기 위해서 회의록을 전부 가져다 분석하셨다고 하던데. 이거 정말 엄청난 분량일 텐데. 어떻게 분석을 한 건가요?

▶ SBS 권지윤 기자:

정부에서 9월 초에 정부의 예산안을 제출하면 국회에서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까. 그 거치는 상임위와 예결특위 과정에서 논의를 보면 회의록이 남는데. 그 회의록이 합쳐보니 4,703장이더라고요. 저희가 그것을 일일이 분석하면서 문제적 예산을 찾아봤던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참 고생했네요. 몇 명이서 했어요?

▶ SBS 권지윤 기자:

4명이서 한 달 보름 넘게 그것만 집중적으로 팠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래요? 그래서 그동안 마부작침 팀이 별로 좋은 작품이 안 나왔군요. 어쨌든. 문제가 있는 예산들이 많았다는 건데. 그 문제가 있는 예산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더라고요.

▶ SBS 권지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예산을 처리할 때 보면 기준이 있고 법과 원칙이 있는데, 그걸 어긴 예산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 몇 개를 소개해 보면요. 서울시 하수처리장 예산 836억 원 예산이 있는데요. 그게 당초 정부안에 없던 예산이었는데 국회에서 신규로 책정이 됐던 예산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하게 신설을 주장했던 예산인데. 이 하수처리장 관련된 예산은 보조금관리법에 따라서 지원할 수 있는 지자체를 명시해 놨어요. 거기에 시행령을 보면 광역시, 시군 지역으로 한정이 돼있고 서울특별시는 제외가 돼있습니다. 이게 입법 취지를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일반 지자체 같은 경우에 재정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국가 예산에서 도와줘야 하고. 서울시는 세수가 많기 때문에 제외를 애당초 했던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서울시는 국가 예산에서 안 해줘도 되니까 알아서 해라. 그러니까 정부 예산에서는 지원하지 못하게 돼있는데. 한정애 의원의 요구에 따라서 836억 원이 책정된 것이군요. 한정애 의원 지역구가...

▶ SBS 권지윤 기자:

강서 쪽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하수처리장은...

▶ SBS 권지윤 기자:

서울 강서와 서울 네 군데에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무슨 얘기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국회가 이것을 몰랐을까요? 법을 만드는 곳인데.

▶ SBS 권지윤 기자:

아닙니다. 이게 환노위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니까 이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담당 부처죠. 환경부에 직접 취재를 해보니까 환경부 관계자의 말이 뭐였냐면. 애당초 자기들은 이 예산이 시행령 상 편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정부안에 담지 않았는데. 국회에서 알면서 담았다. 우리 잘못은 아니다. 이런 취지로 얘기하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법을 그렇게 만들어놓고 한정애 의원은 뭐라고 하던가요?

▶ SBS 권지윤 기자: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해서 한 번 만나봤는데요.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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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왜냐하면 보조금에 따라 정부에서 편성을 안 해주니까.

▶ SBS 김학휘 기자:

그러면 시행령을 완전히 무시한 것 아닙니까?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행령을 조금 벗어나기는 했지만 시급성 여부를 따져서 국회에서 요청을 했고.

▶ SBS 김학휘 기자:

보조금법 자체가 지금 잘못 됐다고 보시는 거죠?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조금법 시행령을 고치는 게 맞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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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준/진행자:

이것은 한정애 의원도 시행령이 있다는 것을 아네요.

▶ SBS 권지윤 기자:

예. 시행령이 있고 그것을 어겼다는 것을 아는데. 문제는 뭐냐면 이게 시행령이 잘못 됐으니까 자기는 안 지켰다. 이런 취지였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자기는 법이 잘못 됐다고 생각하니까 안 지켜도 된다. 이런 얘기네요.

▶ SBS 권지윤 기자:

그렇죠. 일단 예산부터 따고 법은 나중에 고쳐도 된다. 이런 말이었는데. 가장 큰 문제가 뭐냐면 이게 자원이 한정적이다 보니까, 어떤 지역으로 예산이 가게 되면 다른 지역의 예산이 못 가게 되는 구조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보니까 서울시 하수처리장 예산이 새로 생기면서 애당초 정부안에 담겨있던 포항시와 제주도, 고양시 하수처리장 예산이 아예 전액 삭감되어 버렸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 포항시, 고양시, 제주시는 법에도 맞게 지원할 수 있는 지원 대상이었는데. 그게 지금 보니까 84억에, 거의 140억이 되네요.

▶ SBS 권지윤 기자:

네. 그렇죠. 150억 원 가까이 되는 예산이 전액 삭감이 됐던 거죠.

▷ 김성준/진행자:

좋습니다. 서울시 하수처리장 그렇고, 어떤 사례가 또 있나요?

▶ SBS 권지윤 기자:

국회의원 태권도 연맹이란 곳이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국회의원 태권도 연맹이요.

▶ SBS 권지윤 기자:

예. 국회의원들끼리 모여서 태권도 수련도 하고, 태권도를 세계화시키기 위해서 만든 일종의 단체인데.

▷ 김성준/진행자:

국회의원들이 태권도 할 거면 그냥 국회의원 태권도회, 클럽 그러지 연맹은 무슨 연맹이야.

▶ SBS 권지윤 기자:

저도 왜 연맹이라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단체가 있는데요. 이 단체에 국회에서 새롭게 예산이 신설됐는데. 1억 1천만 원 정도 예산이 신설됐는데 이것 역시 지침을 어겼던 예산이었습니다. 국회 사무처 지침을 보면 국회의원 단체 예산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법인 설립 후에 3년 후에나 가능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태권도 연맹은 작년 6월 7일에 등록했더라고요. 그런데 예산이 책정됐던 거죠.

▷ 김성준/진행자:

이건 모르고 했나요?

▶ SBS 권지윤 기자:

아닙니다. 이것은 예산 심의장에 국회사무처 직원이 나와서 이 지침이 있는데 이 지침상 배정해줄 수 없는 예산이라고 얘기하는 게 속기록 상에 나와 있기도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그것을 듣고서도 하자, 이렇게 얘기한 것이군요.

▶ SBS 권지윤 기자:

그렇죠.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좀 강하게 주장했었는데. 당시 회의록을 보니까 박홍근 민주당 의원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이렇게 나누는 대화가 속기록에 남아있는데, 나중에 이게 공개돼서 문제 삼으면 누가 감당할 수 있느냐. 이런 말까지 했지만 전례가 있다는 이유로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떻게 그렇게 몰아붙일 수 있었나요?

▶ SBS 권지윤 기자:

그냥 국회의원들끼리 좋은 취지로 하는 건데 왜 예산 배정을 안 해주냐. 그리고 전에도 이 지침을 어기지 않았느냐. 그리고 전에 지침을 어겨서 예산이 실제로 배정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래요? 이건 뭐라고 해명하던가요?

▶ SBS 권지윤 기자:

예. 그래서 저희가 최도자 의원을 만나보려고 하고, 또 당시 지금 현재 국회의원 태권도 연맹 총재인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을 직접 만나봤는데. 사실 여러 번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안 해줘서. 이동섭 의원이 태권도 연맹 활동으로 해외 출장을 간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저희가 직접 공항에 찾아가서 만나 봤는데. 한 번 직접 들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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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박수진 기자:

안녕하세요. 의원님이 저를 너무 안 만나주셔가지고.

▶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너무 무례한 것 같아요.

▶ SBS 박수진 기자:

저희가요? 저희 의원실을 거쳐서 공식 인터뷰를 몇 번씩 요청을 드렸는데요. 절차는 지킬 만큼 지킨 것 같은데요.

▶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지금 보니까 아주 무례한 거예요.

▶ SBS 박수진 기자:

원래 국회에서 보조금 지급할 때에는 등록법인이 3년 동안 활동을 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되는 거잖아요.

▶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그런데 그게요. 나는 잘 몰랐는데. 3년이건 간에 6개월이건 간에 국가에 필요하면 애국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은 해야죠. 국익 차원에서 얘기하는 거잖아요.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 거예요. 그걸 가져와서 내가 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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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준/진행자:

애국을 위해서는 법을 어겨도 되는군요.

▶ SBS 권지윤 기자:

그래서 저희가 또 추가로 태권도장을 한 번 가봤어요. 국회에 태권도장이 작년 11월에 개설했는데. 원래 국회 다목적실을 개조해서 만들었는데. 당시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니까 3주 동안 한 명도 안 왔다고 하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웃으면 안 되는데. 우리가 시간이 좀 촉박해서 그러는데. 예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또 소개해주실 것 있으면 해주세요.

▶ SBS 권지윤 기자:

저희가 보면 국회에서 예산 증액이 된 게 있는데. 증액 이유가 뭐냐면 상징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증액한 게 있어요. 그게 인천발 KTX 사업인데. 당초 정부에서는 예산을 135억 원으로 배정했었는데. 이제 국회의원들이 강하게 증액 요청하는데 정부에서 강하게 반대했어요. 이유가 뭐냐면 이 사업이 올해 설계가 끝나기 때문에 연말에 공사를 해봤자 많이 안 하기 때문에, 예산 증액을 해도 쓸 수 없다. 이런 입장을 고수했는데도 의원들이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에. 증액을 하면서 정부 관계자가 어떤 말을 하냐면 상징적으로 100억 원만 증액하겠다. 대신 그래도 다 못 씁니다. 이렇게 해서 증액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건 누가 요구한 겁니까?

▶ SBS 권지윤 기자:

이건 지금 자유한국당의 이우현 의원이 강하게 요구를 했고요. 저희가 직접 만나보려고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우현 의원이 지금 구속이 된 상태예요.

▷ 김성준/진행자:

지금 좀 만나기가 힘들겠죠.

▶ SBS 권지윤 기자:

구치소까지 저희가 찾아가기는 했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또 황당한 예산 증액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몇 가지 소개 좀 해주시죠.

▶ SBS 권지윤 기자:

네. 간단하게 얘기하면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라는 게 있습니다. 그게 어떻게 신설이 됐냐면, 신설 이유가 회의록 상에 딱 두 줄이 나와 있더라고요. ‘이게 청소년 정서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예산 편성 왜 안 됐죠?’ 그 두 문장으로 신설이 됐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게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가 정말 청소년 정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지만, 신설 이유가 이 두 줄이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래서 얼마 됐어요?

▶ SBS 권지윤 기자:

2억 5천만 원이 신설됐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리고요?

▶ SBS 권지윤 기자:

버스 와이파이 사업 같은 경우에는 반대로 감액이 됐었는데. 이게 사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항이기도 했던 건데. 이 감액 이유가 뭐냐면 한 의원이 청소년들이 핸드폰을 허구한 날 가지고 다니는데 교육상 안 좋다. 그 근거로 감액이 됐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제가 자꾸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와서 참 답답합니다. 이 한 푼 한 푼이 국민이 낸 세금인데. 국민이 낸 세금이 이렇게 쓰인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고요. 이거 올해 예산 심의 때도 또 해야죠?

▶ SBS 권지윤 기자:

예.

▷ 김성준/진행자:

검토해서 정말 국회의원 여러분들이 정신 차리고 예산 심의 제대로 할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오늘 수고 많이 했습니다.

▶ SBS 권지윤 기자:

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SBS 뉴미디어국 권지윤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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