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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세차익 눈먼 2030…하루 6명이 7억씩 '원정투기'

최우철 기자 justrue1@sbs.co.kr

작성 2018.01.20 16:17 수정 2018.01.20 16:18 조회 재생수6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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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시세차익 눈먼 2030…하루 6명이 7억씩 원정투기
직장인 김 모 씨 등 30대 남성 4명이 팀을 꾸린 건 지난해 5월이다. 2~3명만 해외로 나가고 1명은 국내에 남는다. 주된 무대는 홍콩과 태국. 넷이 5천만 원씩 종잣돈을 모았다. 2억 원을 들고 출국과 입국을 반복했다. 세관엔 여행경비라고 주장한다.

도착하면 비트코인 2억 원어치를 산다. 즉시 국내 전자지갑에 보낸다. 남은 팀원이 국내 거래소에 매도한다. ‘김치프리미엄’ 덕에 15%, 많을 땐 30%나 차익이 붙는다. 출금한다. 나갔던 팀원들이 귀국한다. 수익은 즉시 나눈다. 다시 2~3명은 태국행 여객기에 몸을 싣는다. 기내에 들고 탄 가방엔 다시 2억 원이 들려 있다. 1명은 매도를 기다린다.

이하 무한 반복.
가상화폐 원정투기 실태가상화폐 원정투기 실태기자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투자자들이 태국이나 홍콩으로 가상화폐 원정 투기를 떠나는 실태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투기 광풍 속에 직장인은 물론 취업준비생까지 시세 차익을 노리고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새해 들어 국내 투기 광풍은 원정투기 규모도 부풀릴 조짐이다. 정부는 올 초 신규거래를 막아놓은 상황인데다, 거래소 폐쇄도 불사한다며 연일 투자자들을 압박했다. 이번주 들어 궁금했던 팩트를 확인했다. 원정투기용으로 의심되는 현금반출 규모가 무려 19배로 폭증했다는 사실이다.
 
처음엔 인도네시아나 일본을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00% 홍콩이나 태국 거래소만 찾는다. 현지 은행 계좌 개설이 쉽고, 가상화폐 시세와 수수료가 싸기 때문이다. 비행시간이 짧고 시차가 거의 없으며, 이동 경비가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다. 이들은 현지인을 고용하거나, 현지 교포 등 은행거래가 가능한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다. 태국에선 현지 투자자라며 서류를 꾸며 제출하면, 외국인도 거래계좌를 만들 수 있다.
 
미화 만 달러, 우리 돈 천만 원 넘는 돈을 휴대한 채 출국하려면 세관출국검사관실의 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여행 목적의 휴대 반출엔 법정 상한이 없어, 여행경비라고 우기면 세관 공무원이 이를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원정투기꾼들은 이런 법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기자가 입수한 수치를 보면 원정투기 폭증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원정투기가 처음 시작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 17일까지, 인천공항에서 미화 1만 달러 이상 반출한 출국자들의 여행경비 신고 내역이다. 약 9개월 치 반출액수만 약 200억 원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액수가 폭증세다. 17일 동안 121억 원이 반출된 것이다. 하루 7억 1천만 원꼴이다. 지난해 8개월간 해당 액수는 79억 원에 불과했다. 일일 반출액수를 비교하면 19배나 폭증한 것이다.
 
지난해 거액을 반출하는 건수는 54건. 올해 들어선 불과 17일간 105건이나 신고됐다. 하루 6명씩 나가는 셈이다. 상당수는 원정투기꾼에게 확인되는 출입국 패턴이 확인되고 있다. 가령 홍콩을 3~4일에 한 번 씩 반복적으로 드나드는 식이다. 한 번에 손에 들고 나가는 현금은 2천5백만 원에서 7천만 원 선이다. 최대 13억 원을 들고 나간 경우도 있다.
 
태국과 홍콩엔 일부 간혹 거액을 들고 원정도박을 떠나는 사람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거액 반출액이 여러 사람에 의해 폭증하는 현상은 전무한 일이다. 이들은 대부분 80년대 후반 출생한 자들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젊은 남녀들이다.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이 가장 많은 연령층이다. 때문에 관세청은 상당 금액을 원정투기자금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가상화폐 원정투기 실태가상화폐 원정투기 실태가상화폐 원정투기 실태지난주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소식에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얼었다. 중국 정부는 채굴 금지령에 이어 P2P 즉, 개인 간 거래도 단속할 조짐이다. 세계 채굴량의 80%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새로운 가상화폐 공급에 제약을 당하고, 그마저도 자국 내 거래 경로가 막힌다는 얘기다. 중국 내 거래가 위축되면 해외로 나오는 신규 가상화폐는 급격히 줄 것이다. 유동성 위기다. 이런 판단에 해외 시장이 먼저 급락하고, 국내시장도 뒤따라 폭락장을 맞았다.
 
하지만, 이런 전 세계적 조정 쇼크에도 '김치 프리미엄'은 강고하다. 여전히 15% 이상 유지되는 상황이다. 투기 수요가 심한 국내 시장은 주기적인 시세 반등현상도 자주 나타난다. 특히 정부 당국자의 규제 강화 발표가 없는 주말이 되면, 스멀스멀 시세가 오른다. 원정투기꾼들은 이때 한국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는다.
 
원정투기의 둑이 터졌다. 광풍은 둑마저 무너뜨릴 기세다. 가상화폐 원정투기 실태가상화폐 원정투기 실태가상화폐 원정투기 실태(폭증하는 원정투기 현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 편에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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