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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악습에 짓눌린 여성들…2018 페미니즘을 향한 제언

이혜미 기자 param@sbs.co.kr

작성 2018.01.19 16:18 수정 2018.01.19 17: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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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악습에 짓눌린 여성들…2018 페미니즘을 향한 제언
● 생리 중 쫓겨나는 '차우파디'

'차우파디'를 아시나요? 지난해 8월, 네팔 의회는 차우파디 금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차우파디는 생리 중인 여성이나 출산한 산모를 가족과 함께 두지 않고 별도의 공간에 격리하는 힌두교의 오랜 관습입니다. 생리혈이나 출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붉은색 피가 재앙을 불러온다고 믿었던 힌두 문화권에서는 이 악습을 전통처럼 지켜오고 있습니다.

의회가 법을 만들어 차우파디를 금지하고, 어기면 벌금을 물리거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지만 힌두 문화권에서 차우파디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차우파디로 빼앗긴 여성들의 목숨도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차우파디'라는 관습 때문에 고통받는 네팔 여성들최근 한 네팔 차우파디 피해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가 됐습니다. 지난 12일, 네팔의 한 오두막에서 20대 여성이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여성은 생리 중이라는 이유로 쫓겨났다가 변을 당했는데, 추운 오두막에서 홀로 불을 피우고 잠이 들었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극적 죽음이죠.

지난해 9월 미국 NBC 방송은 차우파디로 고통받는 네팔 여성들의 삶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취재에 응한 여성들은 차우파디로 받는 고통을 생생히 증언했는데, 당시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전합니다.

"그곳은 문도 창문도 없었어요. 헛간 안에는 불빛조차 비추지 않았어요. 너무나 두려웠어요. 오늘이 생리 셋째 날인데, 앞으로 닷새 동안 이곳에 더 있어야 한대요."

"생리 기간 중에는 정해진 물건만 만질 수 있어요. 다른 건 손댈 수 없어요. 소를 묶어서도 안 되고, 수도꼭지를 만져서도 안 돼요. 사원에도 갈 수 없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 생식기 잘라내는 여성 '할례'

여성들의 삶을 짓누르는 악습은 비단 차우파디뿐만이 아닙니다. 특히 많이 알려진 것이 여성 할례입니다. 여성 할례는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잘라내고 봉합하는 이슬람 문화권의 악습입니다. 순결과 정조를 명목으로 성인이 되기 전 소녀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생식기가 훼손되고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며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지난해 미 연방수사국 FBI는 여성 할례를 국제적 인권범죄로 규정했습니다. FBI는 미국에서만 약 50만 명의 여성이 할례를 당했거나, 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다행히 이슬람 문화권 내에서도 이 잔혹한 악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져서,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여성 할례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할례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2월, 전 세계에 2억 명 이상의 여성 할례 피해자가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는 무려 10대부터 40대까지의 여성 98%가 할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할례에 관한 법원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국내에 입국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국적의 10대 소녀가 난민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가 이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는데, 소녀는 "본국으로 돌아가면 할례를 강요받게 된다"며 난민 자격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고 대법원은 소녀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 가족의 명예를 위한 희생 '명예살인'

이슬람권에서 자행되는 명예살인도 여성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여성을 살해하는 악습이 명예살인인데, 명예의 범위가 매우 주관적이며 비상식적입니다. 서양식 생활에 젖어들었다며 누나를 살해한 동생이 있는가 하면, 파키스탄에서는 SNS에 튀는 행동과 발언을 올렸다며 오빠가 여동생을 살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심지어 지난 2016년 아내에 대한 체벌을 허용하는 입법이 추진돼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파키스탄의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는 체벌 허용 법안을 제출하며 아내를 체벌할 수 있는 경우를 상세하게 나열하기도 했습니다.
파키스탄 여성 인권 그래픽지난해 전세계를 뒤흔든 단어는 여성주의를 의미하는 '페미니즘(Feminism)'이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서구와 동양 일부 국가 여성들의 인권이 과거보다 높아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겠죠. 페미니즘 열풍이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비서구권 여성들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2018년의 페미니즘은 억압받는 세계의 여성의 삶이 지금보다 덜 아플 수 있도록, 그녀들을 억압하는 사회문화적 악습이 더 빨리 타파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는 방향으로 진보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