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 주 카수르에서 올해 6살 소녀 자이나브의 장례식이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이 소녀는 일주일 전 마을 종교교육시설에서 이슬람 경전인 쿠란 수업을 받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뒤 닷새가 지난 9일 길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 어린 소녀는 성폭행 당한 뒤 목 졸려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공개된 CCTV에서 자이나브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성인 남성이 포착됐습니다. 어린 소녀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됩니다.
● 파키스탄 애도 물결…슬픔이 분노로 변해
소녀가 살해된 뒤 카수르에서는 슬픔이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마을에서 반경 2km 이내 지역에서 12명의 아동이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는데도 경찰이 범인을 쫓기는 커녕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은 경찰서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였고, 정치인의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 2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범인이 검거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 파키스탄 당국, 아동 성범죄 대처 '미온적'…"경찰 무능" 질타
파키스탄 카수르는 극악무도한 범죄로 악명이 높은 지역입니다. 2015년에는 최소 280명의 어린이들이 남성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는데, 용의자들은 카메라로 이 장면을 촬영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돈을 달라며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경찰은 이때도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피해자 가족들이 관계 당국에 거세게 항의하고 사회적 이슈가 돼서야 수사하는 척했습니다. 문제는 아동 상대 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월~6월까지 카수르 에서 아동 성폭행과 살인 등 흉악범죄가 129건이나 발생했습니다. 피해 부모들은 한결같이 경찰의 무능을 질타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알라신을 숭배하는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입니다.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해 학교에서 성교육이 전무하고 그러다 보니 비뚤어진 소아성애자들이 많습니다. 어린 소녀뿐만 아니라 소년도 성범죄 타킷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이슬람 사원의 신학교에서 아동 성폭행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동 성폭력 추방 운동을 하는 한 행동가는 “권력자들이 아동을 성폭행하고 살해해도 가벼운 처벌만 받기 때문에 희생자는 늘 약자일 수 밖에 없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 파키스탄서도 '미투' 운동…"어릴 적 성폭행 당해"
파키스탄 6살 어린 소녀의 죽음은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파키스탄 당국이 나서서 연쇄 살인범을 하루빨리 잡고 미성년자 상대 성폭력 범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전 세계가 나서 촉구해야 합니다. 천사와 같은 한없이 맑은 미소를 지녔던 자이나브. 소녀의 엄마는 예쁘고 영리한 딸을 먼저 하늘에 보내며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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