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없는 단일팀? 정말 가능할까요? ①

● 우리 선수에게 피해는 없다??

도종환 장관을 비롯한 정부와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단일팀이 이뤄지더라도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체 엔트리를 늘리고 매 경기 출전 선수 명단을 바꿔 가면서 북한 선수들을 경기마다 2~3명씩만 투입하면 우리 선수 모두가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거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골리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5명씩으로 구성된 4개 조가 수시로 교체 투입되는 종목 특성에 맞춰 북한 선수 5명을 하나의 조로 묶어서 경기에 내보내면 조직력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대안을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과연 이분들이 생각하는 피해는 어떤 건가요? 우리 선수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서 지금까지 땀을 흘렸고, 올림픽에 출전하려고 하는 걸까요? 최선을 다해 시험을 준비한 수험생에게, 몇 과목은 너 대신 다른 사람이 치르겠지만, 그래도 너는 시험을 볼 수는 있으니 피해 봤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그 사람이 시험을 대비한 준비도 못 하고 실력이 떨어진다면…) 

아이스하키가 보통 필드 플레이어 5명씩 4개 조가 교체되면서 경기를 치르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계속 선수 구성과 전술에 변화를 줍니다. 상대 선수가 2분 또는 5분 퇴장을 당해 수적 우위를 점한 파워플레이 때와, 반대로 우리 선수가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몰린 쇼트 핸디드 때는 각 조의 선수들을 섞어가면서 맞춤 전술을 펼치고 선수 교체 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합니다.

수비 지역에서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 브레이크 아웃 전술만 해도 상대에 따라 몇 가지씩 준비해야 하고, 공격 방향과 벤치의 위치를 이용해서 빠른 시간에 선수를 교체하는 플레이도 미리 손발을 맞춰 놔야 합니다. 경기에 나설 22명의 선수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이 모든 게 가능하고, 특히 체격 조건과 개인기에서 밀리는 우리 대표팀에게는 이런 조직력이 전체 전력이나 다름없습니다.

1~2명의 선수가 팀 전술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몇 년간 준비한 것이 모두 망가져 버릴 수 있습니다. 또, 4개 조 가운데 한 조가 제 몫을 못 해서 4개 조가 아닌 3개 조 위주로 경기를 뛰어야 한다면 모든 선수들에게 엄청난 체력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선수들의 기량이 우리보다 좋지 않은 것이 자명하고, 무엇보다 그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고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단일팀 구성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전술을 포기하고, 잘하는 선수가 벤치를 지키는, 다시 말해 최선을 다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스포츠는 공정한 규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승부를 가려야 합니다. 우리만 전체 엔트리를 늘리겠다는 출발선부터 스포츠 정신에 위배될 뿐더러, 일부러 최고의 전력을 내지 않는다면 경기를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경기마다 엔트리를 바꾸겠다는 생각 자체가 매 경기 최선을 다하지는 않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다면 그게 바로 피해입니다. 그리고 단일팀 문제로 선수들을 흔들면서 이미 피해는 입혔습니다.

● 무리하지 않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단일팀을 원합니다.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성사 여부가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좌지우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창 올림픽은 북한 선수단의 참가와 남북 공동 입장만으로도 큰 의미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억지로 화룡점정 하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힘들게 그려 놓은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릴 수가 있습니다.

1991년 청소년 축구와 탁구 단일팀은 평가전과 합숙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장단점과 기량을 파악하는 등 실력에 맞춰 선수단을 구성하고, 남북 선수들이 함께 땀을 흘리고 우정을 키워 나간 뒤 최고의 전력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결실도 맺었고 감동도 컸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팀도 단일팀을 만들어야 한다면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다음 올림픽을 대비하거나 매년 있는 세계선수권에서 하면 어떨까요?

▶ [취재파일] 단일팀 밀어 붙이는 정부와 체육회…침묵하는 아이스하키 협회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