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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서도 '블랙리스트' 작성됐다…"전임 원장 수사 의뢰"

국가기록원의 '현안보고' 문서
박근혜 정부 때 국가기록원에 특정 전문가들을 각종 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지침이 된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행정안전부 산하에 민간전문가 14명으로 꾸린 '국가기록관리혁신 태스크포스'는 '국가기록관리 폐단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당시 국가기록원장인 박 모 씨를 수사 의뢰할 것을 국가기록원에 권고했습니다.

TF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은 2015년 3월 26일 당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제출한 현안보고에서 세계기록협의회 서울총회 준비와 관련해 22개 위원회 및 협의회 중 8개 위원회에서 '20명의 문제위원'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알렸습니다.

당시 국가기록원은 "향후 임기 도래 시 문제위원을 단계적으로 교체 추진하겠다"면서 기록전문요원 시험위원이나 각종 민간 위탁사업 시 발주업체에 대해서도 문제위원이나 업체는 배제하겠다는 내용을 현안보고에 담았습니다.

그러면서 문제있는 준비위원 3명은 이미 교체 조치했다는 사실도 보고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10월 22일 보낸 현안보고에서는 "10월 13일 '동아시아기록협의회' 총회 시 신임 사무총장으로 문제 인사인 '이상민'을 선출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한·중·일 국가기록원장 회의를 통해 저지"했다고 적었습니다.

문서에 언급된 이상민 씨는 기록전문가로, 현 동아시아기록협의회 사무총장입니다.

기록관리혁신 TF는 그러나 권한의 한계로 '8개 위원회, 20명의 문제위원'이 적힌 블랙리스트의 실재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MB정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국가기록원에 보낸 고발용 증거자료
TF는 "국가기록원장이 특정 인사들의 차별과 배제에 관해 보고했다는 증거를 확보했고, 이는 불법행위임이 명백하다"며 "수사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상급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엄중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유출' 고발 사건을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주도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2008년 7월 19일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은 국가기록원장에게 고발장 초안과 '대통령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이란 135쪽 분량의 고발용 증거자료를 제공한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입니다.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은 당시 서류를 공문으로 달라는 국가기록원 요청에 '대통령기록물 무단유출 사건 관련 증빙서류 송부'라는 공문을 만들어 보냈습니다.

당시 국가기록원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건넨 '대통령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을 기록으로 등록하지 않았는데, 이번 조사과정에서 사본을 확보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TF는 설명했습니다.

TF는 '10·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과 관련해서도 국가기록원은 당시 학계 의견을 무시하고, 검찰의 논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기록전문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을 삭제하고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혐의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과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등 2명을 2013년 11월에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국가기록원 과장과 기록연구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파기된 회의록이 원본이어서 '무단파기'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재판부는 파기된 대화록을 '결재 전 초안본 삭제'로 판단하고 기소된 2명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기록전문가 집단으로 볼 수 있는 국가기록원이 기록학적 해석에 근거해 주장을 펴기보다는 검찰의 주장을 일방 수용했다는 게 TF의 판단입니다.

TF는 국가기록원이 행안부와 협력해 '기록사건 진실위원회'를 구성해 제16대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 등 그간 제기된 10대 의혹을 조사해 진상규명을 완료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사진=국가기록관리혁신 TF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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