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경쟁 시대에 내몰리는 '사우디 남성'

[월드리포트] 경쟁 시대에 내몰리는 '사우디 남성'
▲ 여성 운전을 허용한 사우디

사우디 국적의 남성은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사우디에서 그야말로 떵떵거리며 살아왔던 신분이다. 사우디 남성들은 정부와 공공분야에 주로 종사하며 높은 임금과 짧은 노동시간을 누려왔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 덕택에 다양한 복지 혜택까지 받으며 경제적 걱정 없이 가족을 부양했다. 이는 사우디의 왕과 국민들 사이에 석유 수입을 둘러싼 사회 계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왕은 막대한 석유 수입을 국민들에게 재분배하고 국민은 절대왕정의 권리를 인정했다. 사우디 국민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의 도덕적 규범을 비교적 잘 준수해 온 이유였다. 즉, ‘국왕에 대한 충성’과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의 거래였다. 그러나 저유가 시대와 함께 사우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 '無 세금 정책'의 폐기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는 2014년 여름 반 토막이 난 이후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원유의 세수는 사우디 정부 재정의 80%를 차지한다. 지난해 사우디의 재정 적자는 천억 달러에 이른다. 사우디 GDP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그동안 석유 판매로 쌓아 놓은 부가 워낙 막대해 나라가 당장 휘청거릴 일은 없지만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사우디 정부는 경제 정책의 다변화와 함께 자국민에게 한없이 베풀던 무한 복지 혜택을 줄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부터 ‘無세금 정책’을 폐기하고 금융 및 의료 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 5%의 부가가치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거의 공짜에 가까웠던 기름값을 100% 올렸고, 전기요금은 260%나 인상했다.
 
사우디 프로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사우디 여성
● 풀리는 '여성의 족쇄'

올해 6월부턴 사우디 여성의 운전이 가능해졌다. 지난 12일엔 사우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축구장 관람을 허가해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졌다. 사우디 정부가 여성의 권리 신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통해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 실제로 사우디 정부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독려해 민간 부문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수는 2005년 3만 명에서 2015년 50만 명으로 10년 사이에 17배가량 급상승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여성노동시장 참여율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사우디는 한반도의 10배 크기이지만 인구는 3천만 명에 불과하다. 인구의 1/3인 천만 명 가량은 파키스탄, 인도,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다. 이들은 민간부문의 저임금 노동 시장을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우디 남성이 주로 종사해 온 공공분야의 고용에는 한계가 닥쳤고, 저유가 시대 이후 정부의 보조금 삭감 조치로 사우디 남성들은 과거엔 거들떠보지 않았던 계산원, 택시 운전 등의 서비스 업종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사우디 여성의 대학 졸업생은 지난해 10만 5천 명으로 남성 9만 8천명보다 많다. 민간 부문에서 여성에 대한 고용이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우디 남성들은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무한 경쟁 시대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