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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결을 위한 단일팀인가? 균열을 위한 단일팀인가? ②

'단일팀'에서 소외된 '단일팀 당사자들'과의 인터뷰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작성 2018.01.13 15:40 조회 재생수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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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어제(12일)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단일팀 구성 의사를 밝히던 시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긴 훈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쪽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연말연시의 흥겨운 분위기를 즐기던 지난 달 26일부터 머나먼 이국땅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귀국한 선수들은 수고했다는 말 대신 남북 단일팀 추진 소식을 먼저 듣고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남북 화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이번 단일팀 추진은 성급하고 무리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장 박종아 선수와 부주장 조수지 선수 그리고 대표팀 전력의 핵심인 골리 신소정 선수를 만나 단일팀에 대한 이들의 생각을 들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구슬땀을 흘린 동료 누군가는 꿈을 접어야 한다는 현실에 당황했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왼쪽부터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박종아 주장, 조수지 부주장, 신소정 골리Q)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평창 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박종아 : 저도 방금 들어서 (단일팀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실제로 그게 될지 안될지 잘 모르겠어요.

조수지 : 저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솔직히 이런 소식 들을 때마다 선수끼리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에요. 저희는 저희끼리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런 소식 접하면 좀 (힘이 빠지고) 그런 것 같아요.

신소정 : 당황스럽고 많이 실망스러운 것 같아요. 사실 선수들의 아무런 의견과 저희들의 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들에 대해서 조금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남북 단일팀 여부는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남북 체육 회담에서 결정될 전망입니다. 단일팀 결정과 동시에 북한 선수들이 합류한다고 해도 평창 올림픽 개막(2월 9일)까지 남은 시간은 20일도 채 안 됩니다. 그동안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훈련해 온 선수들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손발을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Q) 북한 선수들의 합류가 경기력에는 도움이 될까요?

조수지 : 아이스하키는 팀 스포츠이고 어떻게 보면 제일 조직력이 많이 필요한 스포츠인데.. 그동안 저희끼리 (손발을) 많이 맞춰온 상황에서 (북한 선수들이) 이렇게 끼게 되면 저희뿐만 아니라 그 친구들도 분명히 불편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박종아 : 저희는 저희만의 시스템이 있는데 북한 선수들이 오면 저희 시스템이랑 맞지도 않고, 여러모로 힘들 것 같아요. 또, 솔직히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가 크게 이겼기 때문에 실력으로도 저희가 잘한다고 생각하고요.

신소정 : 아무래도 경기력이 악화가 될 것 같아요. 특히 저희 같은 경우에는 (우리보다) 수준 높은 상대팀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직력이 필수적이고 더 중요한 시점인데 (조직력이) 많이 우려가 되고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결과를 내고 싶은데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없도록 우리 선수들의 엔트리를 모두 보장하고 북한 선수들을 추가로 넣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조삼모사에 불과합니다. 앞서 취재파일에서 밝혔듯이 전체 엔트리를 늘려 봤자 정작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 올림픽 무대의 꿈을 접어야 하는 선수는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경기 출전 엔트리를 늘린다면 그 때부터는 공정하게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게 됩니다.) 물론 선수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Q) 체육회가 '23+알파' 선수단을 꾸리겠다고 했는데?

신소정 : 아무리 엔트리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게임에 뛰는 (선수) 수는 (22명으로) 정해져 있어요.

Q) 그렇다면 함께 땀을 흘려 온 동료 선수 누군가는 빠져야 한다는 얘기인데?

신소정 : 사실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 전혀 안 해 봤는데.. 저희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조수지 : (남북 단일팀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 어느 누구 한 명이라도 못 뛰게 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 같이 이 하나를 위해서 노력했는데..

박종아 : (빠지게 될 선수는) 어이가 없을 것 같아요. 그동안 노력했던 상황이 물거품이 되는 거잖아요.


선수들은 몇 년 동안 동고동락한 동료들을 먼저 생각했고, 그동안의 노력과 인내가 경기력이 아닌 다른 이유로 결실을 얻지 못할까봐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꿈의 무대에서 아쉬움 없이 모든 걸 쏟아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Q)마지막으로 대한체육회, 그리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국민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박종아 : 평창 올림픽만을 보고 달려왔는데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열심히 하고 있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평창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 드리도록 노력할 테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조수지 : 스포츠를 순수하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 (정치나) 이런 것에 개입되지 않고.. 

▶ [취재파일] 단결을 위한 단일팀인가? 균열을 위한 단일팀인가?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