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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미 FTA 개정 협상 ① : 우리는 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나?

[취재파일] 한·미 FTA 개정 협상 ① : 우리는 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시작됐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통상당국은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FTA 개정 1차 협상을 벌였고, 예상대로 첫 회의는 서로 간 입장 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은 1년여 전부터 예고됐던 일입니다. 한·미 FTA에 대해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가 '일자리를 빼앗는 협정(job killing deal)'이라며 날을 세운 때부터 그가 당선되면 개정 협상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실제 당선 직후 그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밀어붙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나서면서 우리의 우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간 한·미 FTA가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는 상호 호혜적인 협정이라며, 이런 내용을 잘 설명하면 미국 정부의 오해를 풀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를 단순히 한·미 FTA의 영향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협정의 경제적 효과를 함께 분석해 보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끌려다닌다는 낙담보다는 이제라도 명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선 분명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줄이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한·미 FTA가 발효되기 전 116억 달러를 기록했던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5년 기준 258억 달러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는 이런 무역 불균형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었죠.

다행스럽게도(?) 이런 흑자는 2016년 232억 달러 규모로 줄었고 지난해엔 179억 달러(잠정)를 기록하며 5년 만에 2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특히 지난해엔 정부가 에너지 등 분야에서 대미 수입을 확대한 전략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기에 대표적인 무역흑자 품목인 자동차 관련 수출이 줄고 연말에는 원 달러 환율 하락까지 더해지며 흑자 폭은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한미 FTA 폐기 고려 중단
하지만 미국 정부는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품이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 수입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980년대 미국의 통상 압박에도 시민들이 미국산 자동차를 사지 않자, 일본은 고위 관료가 나서서 미국산 자동차를 타자는 광고를 찍기도 하고, 관용차를 미국 차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강압적이고 집요한 통상 압박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입니다.

또 하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이번 개정 협상이 '매우 정치적인 협상'이라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인 동기에서 출발했고, 결과적으로 해결책도 정치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미 FTA가 양국에 도움이 되는 무역협정이었다는 전반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분야 무역불균형을 강조하며 한·미 FTA를 '나쁜 협정'으로 낙인찍는 배경에는 자신의 주요한 정치적 지지기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대한 고려가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즉각적이면서도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러스트벨트 주민들을 만족시키길 원한다는 거죠.

한·미 FTA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협정이었다는 점을 미국 정부에 설득하겠다던 우리 정부의 설명은 그래서 애초부터 현실성이 낮은 이야기였을 지도 모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그걸 알면서도 다른 정치적 이유들 때문에 이 개정 협상 테이블을 원했던 거니까요.

의도했던 건 아니겠지만, 이번 개정 협상은 국내에서도 상당히 정치적인 이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통상 무역협정 '개정' 협상의 경우 무역 상대국과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만큼이나 국내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건 미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국내 통상당국도 개정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농민들의 우려를 반영해, 향후 협상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거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레드라인'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주 기자들과 만나 "나쁜 협상 결과보다는 아예 협상을 타결하지 않는 게 낫다"며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양국이 처한 이 고유한 상황은 앞으로 우리 통상당국이 협상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겁니다. 한·미 당국이 3~4주 간격으로 만남을 계속하기로 했으니, 2차 협상은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협상이 결론이 무엇일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다양한 업종,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론에 도달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우리 통상당국에 주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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