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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유령이 된 것 같아요…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슬픈 현실

저는 
대학 화장실에 사는 
유령입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유령처럼 지냅니다.

매일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저를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사람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라지거든요.
매일 여덟 시간을 일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저는 분명히 여기 있는데, 
없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한 대학교의 
청소 노동자입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참 기뻤어요. 

60이 넘은 나이에도 
일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죠.
먹고살아야 하는데…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매일 아침 일곱 시에 
빗자루질로 하루를 시작해요.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아침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워요.
그럴 땐 제가
서둘러 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화장실이에요.
학교측은
강의실에서 쉬어도 된다고 하지만,

온종일 청소하는 저한테서 나는 
락스 냄새와 땀 냄새…
어떻게 학생들 옆에서 
편히 쉴 수 있을까요…

그러니 피해 다닐 수 밖에 없어요.
청소도구와 작은 난로, 
그리고 간이 의자 하나. 

이것만으로 꽉 차는 
반 평 남짓한 화장실 칸이 
제 유일한 쉼터입니다.
화장실에서 밥을 먹을 때도 있어요. 

화장실 냄새, 물 내리는 소리,
얘기하는 소리….
쉬는 곳 바로 옆에 있는 변기
참기 힘들지만 어쩔 수 없어요.
화장실 말곤 갈 곳이 없거든요.
사실 제가 일하는 곳 옆 건물엔
휴게실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 건물을 나갈 수 없습니다.
“이탈하지 말고
본인 담당 건물에서만 쉬어라.”

- A 씨 /청소 용역 담당 소장
학교에 얘기해 봤지만
“학교 직원들도 휴게실이 없다.”
“강의실이나 복도 의자에서 쉬어라.”
“남는 공간이 없다.”
이런 말들만 돌아옵니다.
최근엔 일도 더 많아졌어요. 

얼마 전 동료 4명이 퇴직했는데 
학교가 사람을 충원해주지 않더라고요.
제가 잘못 살아서 이런 일을 겪는 걸까요?

맘 편히 쉴 시간도, 공간도 없는 
고된 하루하루가 이젠 참… 벅찹니다.
매일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면서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겨우 하루를 버팁니다.
학교를 아무리 광내도 
저는 늘 가장 어둡고 초라한 곳에 있습니다.

저는 유령이 아닙니다. 
대학교 청소 노동자입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잠시 몸을 녹일 공간조차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대학 청소 노동자들입니다. 그들은 비좁은 화장실 구석에서 쉬며 종종 식사까지 해결합니다. 학교측은 강의실과 복도 의자에서 쉬라고 하지만,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금방 자리를 피합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유령처럼 살아가는 대학 청소 노동자들은 하루하루가 벅차기만 합니다.

기획 하대석, 권재경/ 구성 박해정 인턴/ 그래픽 김민정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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