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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륙의 보양식 사랑…위기의 아프리카 당나귀!

中 수요 폭증에 아프리카 당나귀 씨 마른다!

[취재파일] 대륙의 보양식 사랑…위기의 아프리카 당나귀!


● 中, 당나귀 수입 급증에 관세까지 인하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월 1일부로 당나귀 수입 관세를 기존 5%에서 2%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국내에서 당나귀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부족한 수요에 대한 해외 수입 역시 급증한 데 따른 조치로 보입니다. 관세가 낮아지다 보면 아무래도 해외 수입이 활발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만큼 수입 당나귀들이 중국 국내 당나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조치는 당나귀 고기 요리에 대한 수요 급증에 대처함과 동시에 국내 당나귀를 보호하려는 복안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당나귀는 1996년 1천만 마리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거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합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기계화로 농촌 지역에서 운송수단이나 농기구 역할을 했던 당나귀의 역할을 상당 부분 기계가 대체하고 있고, 당나귀 요리와 관련 식품이 보양식으로 각광받으면서 중국 내 당나귀 수가 급감한 요인으로 추정됩니다.

● 중국의 당나귀 사랑…어느 정도길래?

'뤼로우차이'로 불리는 당나귀 고기 요리는 중국에서 최고의 보양식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하늘에는 용 고기, 땅에는 당나귀 고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원기를 회복하는데 최고의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당나귀 가죽으로 만든 중국 건강식품 어지아오(아교)
또 당나귀 가죽을 고아 만든 어지아오(아교)는 끓는 물이나 차 등에 넣어서 녹여 마시는데 감기와 노화 방지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당나귀 고기와 관련 제품은 결코 싼 음식이 아니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중국에서 아교 판매량은 2008년 64억 위안(1조 497억 원) 정도였는데, 2016년에는 3천 422억 위안(56조 1천 2백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중국 내 당나귀 산업이 얼마나 커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는 가짜 당나귀 고기까지 등장해 파문이 일기도 합니다. 최근 신경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뤼로우훠샤오'라는 당나귀 고기를 넣은 햄버거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제조 업자들이 당나귀 고기 대신 말고기나 돼지고기를 넣어 팔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 아프리카에 비상…잇따라 당나귀 수출금지

중국의 이런 당나귀 사랑에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중국이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아프리카 등 국외로 눈을 돌려 당나귀 수입에 열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당나귀는 아직도 주요한 운송수단이자 영농활동 수단입니다. 당나귀로 짐을 운송해 돈을 벌고, 밭을 가는 일도 당나귀가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너무나 흔한 가축이기 때문에 당나귀가 가져올 파장을 현지인들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취재파일] 대륙의 보양식 사랑…위기의 아프리카 당나귀!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중국이 아프리카 당나귀 수입에 열을 올리면서 현지 당나귀 값은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2~3배, 많게는 5~8배나 급증했고 남의 집 당나귀를 훔쳐가거나 밀도축하는 범죄까지 급증했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당나귀 없이는 돈을 벌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은 재앙이다"라고 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발 당나귀 수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니제르, 세네갈,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상당수의 국가가 중국으로의 당나귀 수출을 아예 금지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중국도 당초에는 국내 당나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아교 제조업자들이 당나귀 공급이 달리자 당나귀 사육 농가를 늘리기 위해 당나귀를 키우면 보조금을 주도록 정부에 로비까지 벌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나귀의 수태율(번식력)이 신통치 않다 보니 타산이 맞지 않아 이런 노력도 허사였고, 결국 국내 공급으로는 한계에 이르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는 겁니다.

중국의 당나귀 눈독은 아프리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브라질 등 남미국가와 몽골, 아프가니스탄까지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들 국가들이 대부분 저개발 국가여서 주민 생활 상당 부분이 당나귀에 의존한 것이고, 제대로 된 도축 시설이나 동물 복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은 국가들이 많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와 우려를 발생시킨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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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당나귀 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해당 국가들은 당나귀 수출에 앞서 당나귀에 의지해 살아가는 주민들의 상황을 먼저 살펴야 하며, 비인도적인 불법 도축 실태에 대해서도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소비자들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은 중국발 당나귀 수요가 다른 국가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이는 비단 동물 복지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출처 : THE DONKEY SANCT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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