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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트럼프 "여야 합의하면 수용할 것…욕은 내가 먹겠다"

다카·국경장벽 논의하며 '안정적 정치인' 이미지 연출…정신건강 논란 의식?<br>55분간 방송에 파격 공개…'사랑의 법' 운운하며 민주당 의견도 경청

달라진 트럼프 "여야 합의하면 수용할 것…욕은 내가 먹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여야 의원들과 가진 일명 '이민 문제 회동'이 워싱턴 정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55분 동안 진행된 회의를 방송 카메라에 통째로 공개하고 야당 의원들의 말에도 똑같이 귀를 기울이는 등 임기 첫해인 작년과 달리 안정적이고 초당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연출하는 데 공을 들인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20여 명을 초대해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다카)과 국경 장벽 건설 등의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민주당 딕 더빈(일리노이) 상원의원과 야당의 '하원 2인자'인 스테니 호이어(메릴랜드) 하원의원 사이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방에 모인 여러분이 내놓는 것이 곧 나의 입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내놓더라도 나는 여러분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할 것"이라며 양당 합의가 이뤄지면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당 합의안을 지지하는 과정에서 비난이 제기될 경우 "내가 욕을 먹겠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에서 욕을 먹겠다"라며 순교자적 태도까지 보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에서도 가장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제시한 '조건 없는 불법체류 청년 보호'법안도 지지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변, 하마터면 '야당 안을 전적으로 수용할 뻔'했다.

이에 놀란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다카를 양보하는 대신 국경안보 문제를 얻어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귀띔한 덕분에 깜짝 합의는 없던 일이 됐다.

파인스타인 의원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백악관이 배포한 공식 속기록에서도 빠졌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와 국경안보를 먼저 다루는 '사랑의 법'을 1단계로 처리하고 포괄적인 이민 문제를 2단계로 논의하자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언행은 최근 트럼프 백악관에 대한 부정적 폭로를 담은 책 '화염과 분노'의 출간 등으로 제기된 정신 건강 논란을 덮고 안정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WP와 더힐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신건강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6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나는 매우 안정된 천재"라고 애써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참석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호평했다.

더빈 의원은 "특별한 회의였다. 긍정적인 방식이었다는 의미"라고 했고,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정계에서 20년 넘게 참석한 회의 중에 가장 매력적인 자리였다"고 말했다.

또한, 야당을 존중하고 합의 도출에 주력한 모습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정치적 성과를 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더힐은 진단했다.

그러나 역풍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보수 지지층에서 불법체류 정책 양보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민 제한을 주장하는 비영리단체 '넘버스USA'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자에 대한 사실상의 사면을 하려는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우파 매체 브레이트바트도 이날 헤드라인에 '사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계심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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