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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美 '독감 예방접종 효과 10%' 논란…그래도 맞아야 하나?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작성 2018.01.10 13:55 수정 2018.01.10 14: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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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서도 독감 유행…“지구촌 매년 29만~64만 명 독감으로 사망”

올 겨울 독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도 유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UPI통신에 따르면 독감이 기승을 부리면서 인구 3백만 인구의 샌디에고 카운티에서만 지난해 말 11명이 독감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6년 이맘때는 4명이 독감 바이러스로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3배가량 독감 관련 사망자가 급증한 겁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지난해 10월 이후 독감으로 27명이 숨졌다고 ABC방송이 보도했습니다. 하와이나 뉴저지주, 뉴햄프셔주 등을 제외한 미국 46개 주에서 독감 환자가 35% 증가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계절 독감과 연관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한 해 29만 1천 명~64만 6천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美 “독감 백신 예방 효과 10% 불과”…예방접종 효과 논란

독감이 유행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독감 예방접종의 효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미국 CBS방송은 의학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올 겨울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는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독감 환자가 예년보다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예년 평균 독감 백신의 효과는 40% 안팎으로 해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 타입에 따라 효과가 10%~60% 사이를 오갑니다. 그런데 올해는 10명이 독감 백신을 맞아도 1명밖에 바이러스 방어 능력이 안 생긴다는 것으로, 지난해 9월 독감 유행이 끝난 호주도 독감 백신 효능이 10% 수준에 그쳤다며 백신 효능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 WHO, 올 겨울 유행 독감 바이러스 발표…예측 빗나갔나?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인플루엔자 원인이 되는 4가지 바이러스(A형 H3N2, A형 H1N1, B형 빅토리아, B형 야마가타) 중 그 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A형과 B형 바이러스를 선정합니다. WHO는 이미 지난해 2월 올 겨울 북반구에서 유행이 예상되는 3가지 바이러스를 골라 발표했습니다. A형은 H1N1과 H3N2, B형은 빅토리아(Victoria)형 이었습니다. 백신 제조사들은 WHO의 권고에 따라 해당 바이러스 종류를 포함한 예방 백신을 생산하게 됩니다. WHO가 백신 제조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이미 남반구(호주, 뉴질랜드)에서 유행한 독감 바이러스를 분석해 유행에 대비하는 겁니다.

그런데 올 겨울엔 안타깝게도 WHO의 예측이 빗나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B형 야마가타계열의 바이러스도 함께 유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백신 제조사들은 WHO의 유행 권고에 따라 3가지 바이러스주를 섞은 백신을 만들게 됩니다. 이를 3가 백신이라고 합니다. A형 2가지와 B형 1가지를 조합해 만드는데, 금년엔 B형의 경우 빅토리아형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해 야마가타형을 제외시켰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B형 독감의 경우 WHO가 제외시킨 야마가타형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독감 환자 급증 그래픽● 국내에서는 A, B형 독감 동시 유행…A형이 증상 더 심해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독감 환자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558건을 검출했는데, A(H1N1)형이 38건으로 6.8%, A(H3N2)형은 218건으로 39.1%를 차지했습니다. B형은 302건으로 54.1%를 차지했는데, 불행히도 백신에 없는 야마가타계열이 주로 나타났습니다. 야마가타계열의 바이러스주를 넣은 4가 백신도 있긴 합니다만, 3가 백신보다 가격이 비쌉니다. 게다가 59개월 이하 아동과 만 75살 이상 노인에 무료 접종 하는 3가 백신과 달리, 4가 백신을 맞으려면 병원에 3~5만 원의 접종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WHO의 예측이 빗나가서 독감이 유행한다는 말은 언뜻 합리적인 분석으로 보이지만, 백신이 바이러스를 완벽히 차단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올해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불만은 미국이나 호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B형 바이러스를 모두 포함한 4가 백신을 적극 권장하고, 면역증강제를 넣은 백신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면역증강제란 백신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증대시키기 위해 백신 항원과 혼합해 사용하는 물질입니다. 면역반응이 낮은 노인에게는 면역증강 백신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독감 백신 효능 과신 말아야…“생활 리듬 유지 중요”

3가, 4가 백신 효능 논란에 우리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B형 독감은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4가 백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또 B형 독감의 경우 하나의 백신만 맞아도 다른 유형의 독감을 어느 정도 방어해주기 때문에 빅토리아형이나 야마가타형 가운데 하나만 맞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9세 미만 아동에서 서로 다른 B형 계열 간 혈청방어율은 27%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백신을 맹신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무용지물이라고 맞지 않을 필요는 없습니다. 9세 이하 아동과 임신부,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대사장애, 심장질환, 폐질환, 신장기능 장애 등 고위험군과 이런 고위험군에 전파시킬 위험이 있는 의료기관, 보육시설 종사자 등에 예방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도 필요하다면 예방차원에서 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백신 접종과 함께 독감 유행 시기에는 몸이 피곤하지 않도록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손씻기 등 청결한 생활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 “효과 떨어져도 독감 걱정되면 접종 맞는 게 좋아”

우리 보건당국도 미국이나 호주와 다른 우리나라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독감 유행에 대비해야 합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높은 인구밀도를 보이는 만큼, 한번 유행하면 단체 생활을 하는 학교와 어린이집, 사내에서 빠르게 전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인플루엔자 합병증 등으로 인한 사망률은 환자 1천 명 당 0.5~1명으로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독감 예방 주사는 6개월 정도 지속되고 항체가 일부 형성되면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급증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독감이 너무 걱정되면 맞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권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