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된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발 뻗을 공간도 없어서 반 평도 안 되는 곳에서 추위를 녹이면서 숨을 돌리는 사람들을 화강윤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대학에서 청소 일을 하는 이 60살 여성에게 화장실은 남들과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화장실 맨 안쪽 걸레를 빠는 공간이 이 건물의 유일한 쉼터입니다. 언 손을 녹이고 도시락도 먹고 옷도 갈아입는 곳입니다.
[○○대학교 청소노동자 : 여기서 (쉬면서)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사람이 좀 처량하잖아요. 여기는 화장실이잖아요.]
다른 건물의 청소노동자 사정도 비슷합니다. 화장실 구석을 따라 들어가니 시멘트 칠로 둘러싸인 공간이 드러납니다. 벽돌과 건설 자재 위에 깐 장판이 안식처입니다.
[(덜컹거리는데. 발 뻗고 있을 데도 없네요?) 이게 세 사람 쉼터였으니까요.]
계단을 지나는 소리, 화장실 물소리가 쉬지 않고 울립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과 휴게 공간을 나눠쓰라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청소노동자 : 냄새나는 옷을, 그 냄새들을 학생한테….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몰래 없는 듯이(지내요).]
항공기 객실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탈의실이 곧 휴게실이요, 식당입니다.
춥고 좁고 지저분한 쉼터, 그런데 그마저도 없어서 종일 찬바람 속에서 버텨야 하는 일터도 있습니다.
하루 10시간을 서서 일하는 노상 주차관리원들도 바람을 막아줄 쉼터는 남의 일일뿐입니다.
[노상 공영주차장 관리인 : 쉬는 건 없다고 봐야 해요. 하루 종일 서 있으니까 다리가 아파요.]
배달 대행업체 기사의 경우에는 3분의 2가 배달이 없으면 길거리나 주차장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근로자의 휴게시설 설치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내용이 모호하고 강제성도 없습니다.
[청소용역 사용업체 관계자 : 어떤 방이 갖춰진다면 여러 가지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여기가 휴게실입니다' 정해놓기는 힘든 상황이에요.]
특히 하청노동자나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만큼 사업주의 설치 의무를 강제하는 제도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김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