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나고 안타까운 소식이 많았던 올 한 해. 그래도 용기와 희생, 나눔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이웃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해줬던 순간들을 원종진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강에 처박힌 승용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운전자가 허우적댑니다.
보는 사람이 발만 동동 구르던 때 건장한 세 청년이 초겨울의 차가운 물로 뛰어듭니다.
거침없이 헤엄쳐 운전자를 구한 건 강원체고 3학년 수영선수들이었습니다.
사이좋게 대학에 합격한 세 학생은 그때 일이 메달을 딴 것보다 뿌듯했다고 떠올립니다.
[최태준/강원체고 의인 : (운전자) 따님께서 SNS 메시지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셨는데, 작은 실천으로 여러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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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대형참사로 번질뻔한 재래시장 화재를 온몸으로 막아낸 이웃도 있었습니다.
시장을 지나던 양태석 씨는 가스 폭발로 식당에 치솟은 불길을 화상을 입어가며 진화했습니다.
석 달이 지났지만 팔엔 불에 덴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양태석/광명 새마을 시장 의인 : 집사람이 그러다 사람 죽으면 어떡하느냐고 (했는데) 후회는 안돼요. 이 재래시장을 살려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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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중학교 학생들은 한겨울 길에 쓰러진 할아버지를 자신의 점퍼로 덮어주며 구해냈습니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우리 사회에 긴 여운을 던져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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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자선냄비에 넣은 5천만 원 수표 3장과 동사무소 앞에 누군가 놓고 간 동전꾸러미, 기초생활수급비를 아낀 장애인 부부의 14만 원.
온정의 손길이 얼어붙었다지만 '그래도 우리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다.'는 희망을 안겨준 장면입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공진구, 영상편집 : 하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