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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따뜻하신가요?"…인간 위해 희생당한 거위의 호소

거위의 꿈
날씨가 꽤 춥죠?
저는 매일 추위에
떨고 있어요.

또 옷을 뺏겨 버렸거든요.

그들은 자꾸 제 옷을 탐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세 번밖에 안 뺏겼어요.
다섯 번이나 당한 친구들도 많거든요.
그들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면
죽어라 도망쳤지만
결국 멱살을 잡혀버렸어요.

그들은 제 머리를 고정한 뒤
옷을 마구잡이로 잡아 뜯었어요.
얼마쯤 지났을까,
맨몸으로 바닥으로 내팽개쳐졌어요.

워낙 깊숙이 박힌 옷을 뜯다 보니
피부도 뜯어졌어요.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그들은 2~3개월 뒤 또 뽑아버려요.

옷이 가벼운 데다 보온성도 높아서
수요가 엄청 많대요.
그렇게 우린
추운 겨울이 채 오기도 전,

그들에게 따뜻함을 내주었어요.
하지만 그들의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그들은 제 몸도 탐냈거든요.
밥시간이 되면
그들은 제 머리를 붙들고
목구멍에 30cm 가량의 
긴 봉을 집어넣어요.
그리고 1kg*의 밥을 3초 만에 주입해요.

하루에 두 번씩, 두 달 동안
이렇게 밥을 먹고 있어요.

*인간 분량: 약 13.6kg
너무 괴로운 나머지
울부짖으며 날개를 퍼덕였어요.

하지만 그들은
흘린 밥을 더 쑤셔 넣기 바쁠 뿐이었죠.
제 간이 그렇게 비싸게 팔린다나 봐요.

이렇게 먹으면 간에 지방이 쌓여서
정상 크기보다
10배나 더 크게 만들 수 있대요.
다 헤져버린 식도에선
피가 흘렀고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됐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아요.
보통 우린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와요.
올해는 강추위 탓에
패딩 매출도 엄청 늘었대요.

그만큼 우리들은 더 많이 아팠어요.
거위 털 산업이 계속되는 한
푸아그라 산업도 계속될 거예요.

털만 뽑고 버리긴 아까우니
간도 뽑아버리는 거죠.
얇고 따뜻한 옷,
기름지고 맛있는 간을 가진 게 죄인가 봐요.

하지만 그들은 말해요.
거위가 겪어야 하는 숙명이라고…

어쩌면 거위로 태어난 게 죄인 걸까요?
저 앞에 차갑게 서 있는 벽을 넘고
하늘 높이 날아 보고만 싶어요.

그들은 헛된 꿈이라 비웃지만요.
인간 여러분

올겨울, 따뜻하신가요?
추운 겨울이 되면 인기가 높아지는 거위털 파카. 그런데 인간의 따뜻함을 위해 그 털의 주인인 동남아와 중국의 거위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살이 파이도록 마구 털이 뽑히고, 빨리 자라도록 대량의 음식이 입속이 주입되기도 합니다. 한 번도 날아보지 못한 채 털만 뽑히고, 푸아그래 재료로 생을 마감하는 거위의 실상을 스브스뉴스가 전합니다.


기획 하대석, 박채운 / 그래픽 김태화

자문 동물보호단체 KARA 전진경 이사, 건대 3R 동물복지센터 이혜원 부소장, 국립중앙과학관 조류전문가 백운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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