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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스크 쓰고 커피 마시라고요?"

[취재파일] "마스크 쓰고 커피 마시라고요?"
2015년 4월 27일 저는 인도 뉴델리 국제 공항 대기실에 있었습니다.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 피해를 취재하기 위해 영상취재팀과 뉴델리 공항에서 네팔행 여객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푸른 하늘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스모그 때문입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요즘 인도의 하늘은 크게 다르다고 합니다.

최근 뉴델리에 거주하고 있는 외신 기자가 인도의 심각한 스모그를 영상으로 담아 인터넷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이 기자도 집안에 대기 오염 감지 장치를 설치해 두고 지낸다고 합니다. 장치에서 나오는 측정치를 보고 공기 청정기를 가동시킨다고 합니다. 또 휴대 가능한 소형 대기 오염 측정 장치도 마련해 하루 동안의 자신의 생활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측정 장치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수치가 50이하이면 공기가 좋다는 뜻이고, 350을 넘으면 방독면을 착용해야 할 만큼 공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 뉴델리 공기 상태는?

기자는 먼저 지하철 안에서 공기를 측정했습니다. 측정 결과 공기질 지수는 352. 초미세먼지 농도(PM2.5)는 301㎍/㎥로 나타났습니다. 붉은색 경고등이 켜지면서 방독면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나타났습니다. 방독면을 써야 할 정도로 공기가 아주 안 좋다는 뜻입니다. 

뉴델리 지하철역의 공기질은 열차 내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기질 지수는 357, 초미세먼지 농도(PM2.5)는 307㎍/㎥로 역 내부에서도 방독면이 필요하다고 나타났습니다.

뉴델리의 공기는 하루 중에는 아침과 저녁 계절로는 겨울이 특히 심각합니다. 역을 빠져 나와 오전 9시 20분 버스와 승용차가 달리는 차도에서 공기를 측정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공기질은  405, 초미세먼지 농도 (PM2.5)는 356㎍/㎥으로 나타났습니다. 지하 뿐 아니라 지상의 공기 상태도 말로는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나쁜 것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 수치도 많이 놀랄 일은 아닙니다.  얼마 전 뉴델리 미국 대사관 앞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PM2.5)는 무려 1301㎍/㎥였습니다. 1301!

2016년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PM2.5)가  26㎍/㎥. 매우 좋은 날은 10㎍/㎥정도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뉴델리의 공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백 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겁니다. 

● 그러면 뉴델리에 있는 건물 안의 공기는 좀 다를까요?

공기 청정기를 설치한 사무실은 공기 상태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수치가 99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카페 공기는 147로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습니다. 카페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뉴델리의 공기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공기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물대포까지 등장

인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초대형 헤어드라이어처럼 생긴 물대포로 공기 오염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빠른 속도로 쏘아 올리는 미세한 물방울로 대기에 있는 오염물질을 씻어 내리게 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물대포는 분당 100리터의 물을 하늘로 분사해 공기 중 오염 물질의 95%를 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오염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난드 비하르라는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PM 2.5)는 물대포가 가동되던 1시간 동안 444㎍/㎥에서 421㎍/㎥로 조금 감소했지만, 가동을 멈추자 1시간 뒤 476㎍/㎥로 다시 올랐으며 오후 3시에는 527㎍/㎥까지 올라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이 물대포를 이동하면서 물을 뿌리려면 별도 발전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발전기가 다름 아닌 디젤 발전기입니다. 결국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추가로 공기 오염을 발생시키는 셈입니다.

인도의 공기 오염 원인으로는 차량과 공장 등의 배출가스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과 난방과 요리를 위해 집에서 사용하는 연료가 꼽힙니다. 특히 뉴델리를 둘러싼 농촌 지역에서 추수가 끝난 뒤 다음 해 농사를 위해 논밭을 태울 때 발생하는 재가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오염된 공기 때문에 심장병, 뇌졸중, 폐암 등으로 숨지는 조기 사망자가 250만 명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인도 뉴델리 아메리칸엠버시스쿨 앞에서 마스크를 쓴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등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악의 대기 오염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뉴델리는 지난달 초 PM2.5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PM2.5 일평균 오염기준치 25㎍/㎥의 40배인 1천㎍/㎥가 넘어 시내 6천 여 개 학교가 5일간 휴교하기도 했습니다. 대기오염 비상사태까지 선포됐습니다.

뾰족한 해결책 없이 하루 하루 방독면을 써야 할 정도의 잿빛 공기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뉴델리 시민의 인터뷰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공기가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뿐입니다. 이제는 이런 환경에서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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