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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부 지침 만들어 '여성·특성화고' 출신은 불합격

<앵커>

들으신 대로 국립대 입시 면접 담당 교수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면접조차 기회를 박탈당한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여학생들과 직업계 특성화고 학생들입니다. 아무리 자격을 갖췄더라도 여성이나 특성화고 출신이면 불합격시키라는 내부 지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정성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이 국립대 항공 관련 학과 전형 과정에서 만들어진 '서류 평가 관련 협의 사항'이라는 문건입니다.

1차 서류 전형에서 수험생들은 어떻게 불합격 처리할지 적혀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과 평균 3.0 이하, 공고, 상고 등 특성화고, 그리고 여성은 D, E 등급인 20점 내외로 분류해 불합격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성 차별, 학교 차별을 명시한 겁니다.

이 학과에 지원한 학생 240명 명단을 보면, 여학생에겐 여성을 뜻하는 영어 'F', 특성화고 학생에겐 '특성화'라고 표시하고 처리란에 '탈락'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실제로 여학생 지원자 18명은 단 한 명도 1차 서류 전형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대학 관계자는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탈락 처리한 것인데 표면적으로는 전공 부적합 등을 이유로 적었다고 취재진에게 증언했습니다.

[대학 관계자 : (장래희망으로) 1학년 때 조종사, 2학년 때 의사, 3학년 때 조종사(라고 적은) 이런 친구가 있었거든요. 대학 관계자 꿈이야 바뀔 수 있잖습니까, 고등학교 때. 이것도 '전공 관심도 없음' 탈락 (처리하는 이유가 됐어요.)]

특성화고 출신 지원자 12명 가운데 3명은 서류 전형을 통과했는데, 전공 부적합 같은 탈락 사유를 댈 수 없어서 일단 1차 통과시킨 뒤 3명 모두 최종 불합격 처리했다고 대학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대학 관계자 : (여성·특성화고 배제는) 완전 옛날 사고방식이죠. 80~90년대 사고방식으로, 공부 못하면 남자는 공고, 여자는 상고(로 진학한다는 건데), 요즘은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최근 3년간 이 학과에는 여학생과 특성화고 출신 최종 합격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조종사가 되고 싶어 국립대의 문을 두드렸던 여학생은 상상치도 못했던 노골적인 성차별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서류 전형 탈락 여학생 :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네요. 성별은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잖아요. 성별을 가지고 평가를 받는 거는 아니죠.]

제자가 이 학과에 지원했던 특성화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할 말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토해 냈습니다.

[특성화고 교사 :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에서는 상실감과 자괴감이 들죠. 특성화 고등학교를 누가 오겠어요? 특성화 고등학교를 누가 오겠어요? 이렇게 사회적인 편견과 사회적인 불이익과 차별을 받는데…]

문제의 '협의 사항' 문건을 공유한 건 사실이지만 평가에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학생들의 탈락 사유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개인 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정 성과 출신 학교에 대해 배제적인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에 차별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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