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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뚫고 나올듯한 묘사…美 경매에 '조선 초상화' 등장

<앵커>

화요일 문화현장, 오늘(26일)은 이달에 국내 환수된 조선 말기의 주요 초상화 소개해 드립니다.

권애리 기자입니다.

<기자>

굳게 다문 입술, 뭔가에 신중하게 골몰할 때 생기는 미간의 주름이 그대로 굳어버린 이마, 눈 밑의 점과 콧등의 마맛자국.

금방이라도 화폭을 벗어나 현실로 걸어 나올 듯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가 눈길을 끄는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표암 강세황의 증손자 강노입니다.

누가 그린 그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백엔 1879년인 기묘년 9월 71살로 판부사라는 벼슬을 하고 있는 강 씨를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 초상은 지난 10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한 경매에서 31만 달러에 사들임으로써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이 그림을 기증받았다는 가톨릭교회로부터 이를 사들인 이 지역 미국인이 경매에 내놓은 건데 애초에 그림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경위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그림은 한국화의 전통 초상화법인 배채법을 썼습니다. 종이의 앞이 아닌 뒤쪽부터 채색해 색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게 하는 기법으로 얇은 한지에 앞뒤로 색을 입히는 배채법에 성공한 솜씨가 그린이의 실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흥선대원군에게 중용돼 병조판서와 좌의정 등을 지내며 격동의 시기 평생 관료로 살아온 노인의 기운을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김울림/국립중앙박물관 연구관 : 흥선대원군과 풍파를 헤쳐나왔던 노 정치가의 관록이 역력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터럭 한 올이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라는 정신으로 굉장히 높은 사실성을 획득하고 있는데, 이 초상화야말로 그러한 조선 초상화의 높은 경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 작품이 환수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됨으로써 중앙박물관은 진주 강씨 집안의 초상화를 모두 10점 갖게 됐습니다.

김홍도의 스승이자 시서화에 두루 능해 삼절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18세기 강세황을 비롯해 강세황의 부친 강현, 손자 강인 등 강씨 5대의 초상들이 모인 겁니다.

왕가를 제외하면 이처럼 대대로 초상화를 남긴 것이 확인된 집안은 국내에서는 처음입니다.

중앙박물관은 내년 여름에 진주 강씨 5대 초상화를 한꺼번에 선보이는 기획전을 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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