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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냉동배아의 기적…25년 전 얼린 배아로 출산성공한 사연

[취재파일] 냉동배아의 기적…25년 전 얼린 배아로 출산성공한 사연
● 美서 25년 전 냉동배아 이식해 출산 성공…"세계 최장기록"

미국 테네시주에 사는 깁슨 씨 부부는 결혼한 지 7년 만에 그토록 원하던 아기를 낳았습니다. 아기는 키 50.8cm, 몸무게 2.94kg의 건강한 여아였습니다. 남편의 유전 질환으로 부부는 그동안 아이를 갖지 못했었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뜻밖의 희망이 생겼습니다. 올해 초 미국 국립 배아 기증센터에 냉동배아 이식을 신청한 겁니다. 배아 기증자의 눈동자와 머리카락 색깔 등 유전 정보를 확인한 뒤 부부와 가장 비슷한 배아를 골라 곧바로 이식했는데 알고 보니 25년 전인 1992년부터 냉동보관된 배아였던 겁니다.

깁슨 부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스스로도 기적이라 부를 만큼 아이는 하늘이 준 선물이었습니다. 아이 엄마는 언론 인터뷰에서 “임신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세상에, 이건 정말 기적이에요.”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배아가 그 당시 원래대로 태어났다면 친구가 됐을 수도 있었다며 농담도 건넸습니다.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집념과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겁니다. 배아 이식을 담당했던 국립배아기증센터의 배아관리실장은 같은 여성이 기증한 3개의 배아를 해동해 엄마의 자궁에 이식했고, 이 가운데 하나만 살아남아 착상됐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 '스노베이비' 냉동배아 보존기간 제한 없어

냉동상태이기 때문에 ‘스노베이비(snow baby)'라고 부르는데 보통 이 배아의 착상률은 25~30%수준입니다. 냉동배아는 체외수정을 처여 만들어놓은 배아를 영하 196도 이하의 액화 질소에 얼려 보관한 걸 말합니다. 급속 냉동해서 생체시계가 최대한 늦게 돌아가도록 만든 겁니다. 국내 산부인과 전문병원 관계자는 “냉동 보존 기술이 좋기 때문에, 수십년 보관도 가능하다.”며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부부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의 경우 통상 난임 부부가 임신에 성공한 뒤 나중을 위해 보관해 둔 배아를 다른 부부에게 기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아 이식을 받으려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적합성 기준 등에 부합해야 하고, 1만3천 달러, 우리 돈으로 1,400만원 정도의 이식 비용도 부담해야합니다. 이렇게 비용부담이 크지만 난임부부에겐 아이를 가질 수만 있다면 기꺼이 지불할 수도 있는 금액을 겁니다. 미국은 이 냉동배아의 보존기간을 법으로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릅니다.

● 한국, 냉동배아 보존기간 5년으로 엄격하게 제한

우리나라는 2005년 황우석 파동을 겪은 뒤 배아를 활용한 연구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됐습니다. 생명윤리규정이 강화된 것인데, 한국은 그때부터 냉동배아 보존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생명윤리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배아 보존 기간을 제한하지 않아 10년 넘은 냉동배아를 이식해 출산한 사례도 국내에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규정 강화로 2005년 이후엔 난임부부가 인공수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배아를 얼려서 착상시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장기간 보관된 배아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난임부부에 희망…'냉동배아 보존기간 5년' 개선해야

국내 산부인과 전문병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도 보건당국에서 5년 보존기간이 넘은 냉동배아를 처리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기자에게 털어놨습니다. 5년 넘은 배아를 폐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겁니다. 물론 생명윤리법에 예외는 있습니다. 여성이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5년 이상 보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게 현실입니다.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부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배아를 단지 규정 때문에 폐기하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 탁상행정입니다. 적어도 배아를 보관한 난임부부가 동의하고 기꺼이 다른 난임부부에게 기증을 약속하면 배아 보존 기간 제한을 없애는 것이 맞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이런 점에서 냉동배아 보존 기간 제한이 꼭 필요한지 전문가와 난임부부의 의견을 경청해 필요하다면 규제를 손질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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