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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종교인 과세 특혜, 국무회의 최종 통과할까?

[취재파일] 종교인 과세 특혜, 국무회의 최종 통과할까?
종교인 특혜, 특혜 하는데 복잡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분들 많습니다. 아주 쉽게, 대학 교수들과 비교해볼까요. 교수는 대학으로부터 '연구활동비'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교수의 연구는 공익적일 때가 많죠. 그래서 연구활동비에는 세금을 매기지 말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그렇게 돼 있습니다. 학교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 세금 얼마 낼지…납세자가 결정한다? 

그런데, 어떤 교수가 '연구활동비'에는 세금을 안 물리니까 대학에다 '연구활동비'를 좀 늘려서 주고, 다른 항목의 급여는 줄여서 급여 총액만 맞춰달라, 이렇게 요구했다고 생각해볼까요. 연구활동비를 50만원 정도 받았는데, 500만원으로 늘려달라는 식입니다. 그렇게 하면 세금이 대폭 줄겠죠. 세금을 얼마 낼지 납세자가 정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면 안 됩니다. 정부는 그래서 연구활동비에 세금은 안 매기되, 상한선을 뒀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보면, 월 20만원입니다. 20만원까지는 세금을 안 물리지만, 그 이상의 금액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는 세금을 얼마나 거둘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세금 징수 권한을 납세자에게 넘기면 세금이 얼마나 들어올지 예측할 수 없고 국가 재정이 불안해집니다. 또 그 세금, 제대로 내겠습니까? 

● 국무회의 통과하면 2018년부터 시행 

세금을 국가가 아니라 납세자가 결정하도록 한 것. 조세 질서를 뿌리부터 무너트리는 일입니다. 조세 형평성을 흔드는 일입니다. 그 일이 종교인 과세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수의 '연구활동비' 같은 것이 종교인의 '종교활동비'입니다. 교수는 월 20만원, 상한선이 있는데, 유독 종교인에게만 이 상한선을 두지 않는 특혜 조항이 마련됐습니다. 종교인 과세 최종안은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했는데, 모레(26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면 2018년부터 시행됩니다. 

● 종교활동비는 종교 본연의 활동에만 쓴다?

과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종교인은 자기 세금을 고무줄처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종교활동비를 늘리면 세금이 한도 없이 줄어듭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종교활동비는 개인 생활비가 아니라 자선과 사회적 약자 구제 등 종교 본연의 활동에 쓰는 돈이므로 비과세 혜택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교수도 그러니까요. 국민들이 그건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한선 없이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은 탈세를 조장하는 것입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여러 번 지적했습니다.

● 정부가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차별'하다

종교인이 '종교활동비'를 종교 본연의 활동에만 쓴다는 것은, 잘못되고 비현실적인 가정입니다. 잘못된 가정에 근거한 조세 행정은 정의로울 수 없습니다. 법은 누군가 룰을 어길 경우에 꼭 대비해야 하는데, 종교인 과세안은 그렇지 않습니다. 종교인도 신호 위반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종교인은 종교활동비를 엉뚱한 곳에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부총리는 현실을 잘 모르거나,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몇 년 전 대형교회 목사가 그랬습니다. 교회에서 준 종교활동비를 자기 특수활동비처럼 썼습니다. 160만 원짜리 안경을 사고, 골프 레슨을 받는가 하면, 아내 골프채도 종교활동비로 구입했습니다. SBS가 이번에 이 사안을 다시 보도하니 "골프채로 종교활동 하느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시민의 눈초리는 그렇게 따갑습니다. 목사는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종교활동비를 그렇게 써도 문제 없다고 교회로부터 포괄적인 위임 받은 것이지, 횡령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일부 목사의 사례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회계 장부가 불투명한 종교단체도 수두룩합니다. 국세청이 최근 연말정산에 쓰는 기부금 영수증을 허위 발급한 단체를 공개했는데, 97%가 종교단체였습니다. 김동연 부총리는 종교인들이 종교활동비를 선한 곳에만 쓸 거라고, 혹시 교인의 심정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국가 고위 공무원이라면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같은 대한민국 시민으로 바라보고 조세 행정을 펴야 마땅합니다. 모레 국무회의에 상정될 안에서는 비종교인이 '차별' 받고 있습니다. 

● 골프채 산 돈도 전액 비과세 특혜 가능 

종교인 과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이렇게 목사가 골프채를 산 돈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김동연 부총리의 말과 달리 '종교 본연의 활동'과 아무 관련 없는 것인데, 전액 비과세 처리됩니다. 장부상 어쨌든 종교활동비니까요. 골프채를 하나 사든 여러 개 사든 마찬가지입니다. 비과세 상한선이 없으니까요. 종교활동비를 개인 생활비처럼 쓴 것인데, 세금을 안 매기니까 다른 직종과 비교하면 특혜입니다. 이런 경우 종교인이 아니면 세무조사로 모두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 세무조사도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차별'
종교인 과세
종교인도 세무조사로 밝힐 수 있지 않느냐고요? 기재부는 마치 할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데, 사실 못 합니다. 일단 돈을 준 쪽, 교회는 세무조사 못하게 돼 있습니다. 2015년 통과된 소득세법에 나온 내용입니다. '종교인' 소득만 세무조사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특히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안에 따르면, 교회가 종교활동비 장부를 따로 만들어 관리할 경우에는 종교활동비 장부를 콕 찍어서 세무조사를 금지해놨습니다. 국세청 공무원이 질문하거나 조사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럼 돈을 받은 쪽, 종교인한테라도 종교활동비를 엉뚱한 데 쓴 건 아닌지 확인해야겠죠? 그런데 이걸 사실상 못하게 해놨습니다. 국세청 반대가 있었는데, 결국 기획재정부 의견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세무조사 하기 전에 '수정신고'라는 걸 안내하도록 아예 의무화를 시켜놨습니다. '수정신고'가 덜 낸 세금을 마저 내는 거거든요. 세무조사 하려면, 종교인한테 사전에 그 절차를 꼭 안내해줘야 합니다. 경찰이 피의자한테 자수 절차 안내해주는 걸 의무화 한 것과 비슷합니다. 

종교인이 아니면 그런 절차를 안내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세청이 탈세 제보를 받고 세무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그렇습니다. '수정신고 안내'는 비종교인에게 의무화 되어 있지 않거든요. 결과적으로 기획재정부는 세무조사 관련 조항에서도 종교인과 비종교인 두 부류를 나눈 뒤에 비종교인을 차별한 셈입니다. 

● 유명무실 한 '종교활동비 신고' 조항

기획재정부가 최근 기자들을 상대로 열심히 설명한 것이 있습니다. 이낙연 총리까지 나서 종교인 과세 보완하라고 하니까, 조항 하나를 신설한 겁니다.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종교활동비를 주면 그 금액을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한 것, 그거 하나입니다. 사실 하나마나 한 조항입니다. 왜냐하면 국세청은 그 종교활동비의 건수, 총액 말고는 아무 것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몇 번, 얼마 줬어요, 신고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돈을 받은 종교인은 종교활동비가 비과세 되니까, 세무서에 얼마 받았다고 신고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골프채를 샀든, 뭘 샀든, 증빙 서류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개신교 쪽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에 버금가는 효과"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 종교인 과세, 시행 자체가 중요하다? 

김동연 부총리는 일단 종교인 과세의 제도 시행이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선 시행, 후 보완입니다. 그런데 '후 보완'이라는 것은 부작용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특혜로 점철된 과세안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지금껏 국민 여론보다는 보수 개신교계의 압력에 민감하게 움직여왔는데, 제도 시행 뒤에는 국민 여론을 더 중요하게 섬기겠다는 뜻일까요? 

기재부에 종교단체를 믿어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도 문제입니다. 종교단체가 얼마까지는 개인 생활비, 얼마까지는 종교활동비, 이렇게 신고하면 의심하지 말고 '믿어보자'는 식입니다. 보수 개신교계의 압박에 밀려 11월 17일 특혜를 약속하는 성격의 공문을 보낸데 이어, 시행령에서 세금 액수를 정하는 권한을 납세자에게 넘긴 뒤, 시민들에게 종교단체를 '믿어보자'는 취지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믿어보자는 식의 얘기는 종교단체 관계자가 할 수 있는 말이지, 국민을 섬기는 국가 공무원의 발언이 돼서는 안 됩니다. 거꾸로 묻자면, 왜 비종교인만 믿을 수 없고, 2018년부터는 종교인에 비해 엄격한 세무 행정을 적용받아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종교인 과세, 하지 말자는 소리? 
보수 개신교 종교인 과세 시위
기획재정부는 시민사회단체의 잇단 비판에 대해 "종교인 과세 하지 말자는 소리"라고 답변합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시행령을 손볼 시간이 더이상 없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시간은 사실 충분했습니다. 지난 12월 14일까지 2주의 입법예고 기간에 수많은 의견이 접수됐고, 시민단체의 비판 성명이 잇따랐으며, 세무 전문가들의 지적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 뒤에 차관회의는 12월 21일이었습니다. 일주일의 시간이면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제도를 보완할 여지는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기재부는 비과세 혜택을 주는 종교활동비에 '상한선'을 두는 간단한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종교활동에 어떻게 제한을 두느냐, 종교활동을 20만 원어치만 하라는 얘기냐'는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이 두려웠을 겁니다. '최소한의 보완'을 하라는 이낙연 국무총리 지시에, 기획재정부는 실효성 없는 조항 하나를 추가한 뒤 특혜를 강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 국무회의, 종교인 과세 최종안 의결할까? 

모레(26일) 국무회의에서 최종안이 통과되면 특혜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에게 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종교단체에서 종교활동비를 제대로 받는 사람은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의 조세 정책이 이렇게 특정 종교의 압력을 받아 특정 종교인에게 유리하게 결정되는 것은 문제입니다.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는 일입니다. 

국무회의에서는 출석한 국무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됩니다. 청와대 청원에 이어, 평등한 과세를 위해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느냐는 SNS 글도 있습니다. 건국 이후 최초라는 종교인 과세가 문재인 정부의 '불통' 사례로 남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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