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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려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집착의 이유는?

햇빛에
집착하는 사람들

한국 겨울은 뜨끈한 방에 누워
귤 까먹는 게 최고라면서요?
제가 사는 노르웨이
리우칸 마을 사람들은
겨울엔 반드시 해를 보러 다녀요.
차를 몰고 옆 마을에 가
해를 보고 오고,
가끔은 높은 산을 찾아가
햇빛을 받으며
스키를 타요.
멀리 가기 힘들 땐,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뒷산에라도 올라가죠.

오직 해를 보기 위해서요.
해에 왜 그렇게 집착하냐고요?

우리 동네는 햇빛이 들지 않거든요.
그것도 겨.울.에.

9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6개월 동안이나

우리 동네는 저 육중한 산 그림자 안에
갇혀버려요.
그래도 저 산을 미워할 수 없어요.

우리 동네는 저 가파른 산 덕분에
먹고 살았거든요.
때는 1905년…

한 사업가가 산속 폭포로 만든 전기로
비료 공장을 세우면서
우리 동네가 만들어졌어요.
공장이 돈을 많이 벌면서
마을이 커지고 직원도 늘었는데

공장 주인은 직원 건강이 걱정됐대요.

6개월 동안이나 해를 못 보면
우울해질 가능성도 컸죠.
그런데 1913년, 마을 책방 주인이
이런 아이디어를 냈어요.

“거울로 햇빛을 모아
마을로 쏘는 게 가능하겠는데요.”

-오스카 키텔센
이 제안은
신문에 실릴 정도로 화제가 됐어요.

공장 주인은 어떻게든
이 아이디어를 도입해
주민에게 햇빛을 선물하려 했는데
당시엔 그만한 기술이 없었대요.

대신 이 케이블카를 만들었어요.
주민이 언제든지 산에 올라가
해를 볼 수 있게요.
리우칸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해를 바라보며
100년 이상을 견뎌왔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보여요?
광장에 해 들어온 거.

100년 전 그 아이디어가
4년 전 현실이 됐어요.

설치미술가 마틴 안데르센이
산 위에 거대한 거울 3개를 세웠어요.
이 거울은 움직이는 태양을 추적해
마을로 반사합니다.
매일 이곳에 해가 들어와요.

이젠 꼭 다른 동네로
해를 보러 가지 않아도 돼요.
기분 좋은 장소예요.
햇빛을 직접 받는 것처럼
따뜻하기까지 하죠.

거울 덕분에 마을에 더 활기가 돌아요.
요즘 이 광장에
스케이트장이 생겼는데요,

며칠 전엔 친구와 스케이트를 타고
핫초코도 마셨어요.
사람들은 거울이 생긴 뒤로
햇빛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됐대요.

언제든지 해를 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노르웨이 리우칸 마을은 추운 겨울에 해가 들지 않습니다.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늘 그늘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마을 광장에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15세 소녀 리위아 미갈라와 스브스뉴스가 직접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기획 하대석, 권수연 / 그래픽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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