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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살려줘" 제천 화재 희생자들 절박했던 마지막 통화

"여보 살려줘" 제천 화재 희생자들 절박했던 마지막 통화
▲ 유족 윤모씨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아내가 숨지기 전 주고받은 전화통화 이력

어제(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화재와 관련, 사고 희생자가 변을 당하기 전 가족과 마지막 통화를 한 사연이 속속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늘 오전 이번 화재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 내 유가족 대기실을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소방인력이 초기에 2층 통유리창을 빨리 깨지 못해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성토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족 박 모(47)씨는 "장모님에게 어제 오후 5시 20분쯤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박 씨는 이번 화재로 장모(80), 처형(49), 조카(19) 등 3명의 가족을 동시에 잃었습니다.

외지에 사는 박 씨의 처형은 지난달 대입 수능을 마친 딸과 함께 어머니가 있는 친정 제천을 찾았다가 일가족이 숨지는 참변을 당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삼대가 목욕탕을 찾은 게 화근이 됐습니다.

장모가 박 씨에게 구조 전화를 했던 시간은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간이 오후 3시 53분인 점을 고려할 때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진 이후로 추정됩니다.

바꿔 말하면 화재 신고가 접수된 뒤 1시간 30분이 지나서 까지도 2층 여성 사우나 사망자들은 생존해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번 참사로 아내를 잃은 윤 모 씨 역시 오후 4시 6분 아내로부터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윤 씨는 "아내가 전화기 넘어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쳤다"며 "그런데 연기 때문인지 콜록거리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윤 씨는 아내와 통화를 끝내고 급히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119에 신고한 뒤 재차 아내에게 전화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불과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김 장관은 "화재 발생 초기에 소방대가 빨리 유리창을 부수고 구조에 나서지 못한 원인을 규명하도록 하겠다"며 유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어제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친 것은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40명 사망) 화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화재 참사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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