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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따라온 수학여행, '악몽'이 돼버린 이유

엄마가 
수학여행에 
따라왔다
부푼 마음을 안고 
수학여행을 간 13살 지원이(가명).
 
그런데 다른 친구들과 달리
엄마가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이 수학여행 때문에,
지원이는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습니다.
 
좋은 추억 대신 악몽이 된 수학여행.
사실 지원이는
소아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습니다.
매일 8~10시간씩
복막투석 치료를 받아야 해서,
 
하룻밤 이상 이어지는
학교 행사엔 참석해본 적이 없지만
졸업 전 마지막 여행인
수학여행만큼은 꼭 가고 싶어
 
엄마를 졸라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수학여행 전날 밤,
지원이는 예쁜 옷 대신
무거운 복막 투석 기기부터 챙겼습니다.
수학여행을 와서도
틈틈이 치료를 이어가야 했지만
 
평소 궁금했던 경주에,
그것도 친구들과 왔다는 것만으로도
지원이는 가슴이 벅찼습니다.
그런데
수학여행 첫날 밤.
엄마는 투석액이 평소보다
적게 배출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투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겁니다.
몸에 노폐물이 쌓여
지원이가 갑자기 쓰러질 수 있는 긴급상황.
그러나 경주 근처에는
제대로 응급 조치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습니다.

한국에 
소아신장 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단 13곳.
엄마는 어쩔 수 없이 경주에서 
평소 치료받았던 서울의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화기 너머 의사 선생님에게 의존해
엄마는 응급 조치를 취했고
지원이는 무사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엄마는 한동안 자책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미안해…
내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이런 상황에 놓인 아이는 
지원이 뿐만 아닙니다.

국내 소아 만성콩팥병 환아는 
약 123명.(15세 이하 기준)
다른 병에 비해 환자 수가 적고
치료와 수술이 어려운 탓에 
전문의도 별로 없습니다.
사실상 서울의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소아투석실을 제대로 
갖춘 병원도 없습니다.
“어른을 수술하는 것 보다 
몇배는 어렵고 위험한데
진료 환경이 열악해서 
 
거의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일수 서울대병원 교수 / 소아신장학회 이사
전문의와 치료시설이 적다 보니
치료를 받기 위해 
매달 860km를 달려 부산에서 서울로,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제주도에서 서울로
오가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이런 치료의 모든 과정을 부모가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정신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크죠.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일수 서울대병원 교수 / 소아신장학회 이사
많은 소아투석환자가 선택하는 
복막 투석은 집에서 이뤄져
 
의료진의 상시적인
 관리감독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겨도
부모가 잘 몰라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의 수가 적더라도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적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하일수 서울대병원 교수 / 소아신장학회 이사
환아가 콩팥을 기증받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 평균 4~5년.

지금도 어린 환자와 가족들은
장기 이식 받을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지원이(가명), 그런데 다른 친구들과 달리 엄마가 따라 왔습니다.
이후 이 모녀에게 수학여행은 좋은 추억 대신 악몽으로 남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기획 하대석, 권재경 / 구성 서현빈 인턴 / 그래픽 김태화 / 제작지원 대한소아신장학회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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