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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륜구동, 빙판길 자만하다 큰코다친다

직진 오르막은 안정성, 커브 길은 더 위험

[취재파일] 4륜구동, 빙판길 자만하다 큰코다친다
● 눈길 오르막엔 4륜 구동이 훨씬 안정적

산자락에 자리 잡은 아파트에 사는 김 모 씨는 최근 사고를 겪은 뒤 겨울철 눈길 운전을 더 조심하게 됐다. 그의 차량은 4륜 구동 방식의 SUV이다. 아파트로 가는 길에 언덕과 내리막이 여러 군데 있어서, 겨울철 안전운전을 위해 종전의 세단 승용차에서 일부러 바꾼 차량인데 사고가 난 것이다.

앞쪽 두 바퀴나 뒤쪽 두 바퀴에만 엔진의 동력이 전달되는 2륜 구동 차량에 비해 바퀴 네 개가 모두 힘을 쓰는 4륜 구동방식은 기본적으로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다. 그래서 험로 주행이나 특히 눈길, 빙판길에 훨씬 안전한 걸로 알고 있는 게 일반 소비자들의 상식이다.

김씨의 예전 차는 후륜 구동방식의 외제 승용차였다. 후륜구동 차량은 승차감이 뛰어난 반면, 뒤에서 밀어주는 구동 특성상 미끄러운 언덕길에 특히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눈 내린 날에는 고급 수입 승용차가 경사가 그다지 급하지도 않은 언덕을 못 올라가 낑낑거리며 체면을 구기는 걸 흔히 볼 수 있게 된다.

김씨가 4륜 구동형 SUV로 차량을 바꾸게 된 이유도 그래서였다. 겨울 출퇴근 때 동네 언덕길에서 굉음을 내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차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싼 외제차가 저것도 못 올라가나.”라고 비아냥거리는 듯했다.

4륜 구동차로 바꾼 다음엔 겨울 눈길이 무섭지 않았다. 눈이 많이 내린 며칠 전 아침, 전철을 타고 가라는 아내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차가 4륜 구동이니 문제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주차장에서 다른 차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우왕좌왕하는 사이, 김씨는 주행모드를 사륜으로 바꾸고 유유히 빠져나왔다. 아파트 인근의 언덕길 역시 네 바퀴가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을 즐기며 문제없이 올라갔다.

주변 차들과 확실히 비교됐다. “역시 4륜이야!”라며 자신감 속에 바로 이어지는 내리막에선 내친 김에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그때 저 앞에 어린이집 차량이 주춤주춤 내려가는 게 보였다. 천천히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4륜 구동의 네 바퀴가 속절없이 미끄러져 내렸다. 당황해서 핸들을 이리저리 틀었다. 다행히 어린이집 버스는 피했지만 전봇대를 박고 말았고 수리비가 수백만원이 나왔다. 믿었던 4륜 구동의 배신이었다.
4륜 구동 SUV 빙판길 사고
● 미끄러지는 상황엔 4륜도 속수무책

이런 사례는 4륜 구동 차량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겪는 일이다. 두 바퀴만으로 빙판길을 이끄는 것보다 네 바퀴가 밀거나 끌고 나가면 접지력이 커져 훨씬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끄러지는 부분에선 거의 차이가 없다. 4륜은 평지나 오르막에서 움직일 때 힘을 발휘하는 거지, 멈춘 상황에선 그냥 바퀴일 뿐이고, 미끄러질 땐 4륜이나 2륜이나 그냥 타이어 네 짝이 빙판을 쓸고 나갈 뿐이다. 그래서 눈, 빙판길 SUV 사고는 오르막에서의 자신감으로 내리막을 내지르거나, 빙판길을 달리다 내는 자신감 과잉의 사고가 많다.
4륜 구동 SUV 빙판길 사고
● 4륜으로 빙판길 회전 땐 특히 조심

4륜 구동의 함정은 또 있다. 커브 길을 돌 때나 유턴할 때 느낄 수 있다. 글을 쓰는 기자의 차도 4륜 구동방식의 SUV이다. 눈이 내려 서울시내 길 곳곳에 빙판이 많이 생긴 며칠 전, 길을 잘못 들어 U턴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눈앞에 거무튀튀한 빙판을 의식하면서 핸들을 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중간쯤 도는 상황에서 차체 뒷부분이 미끄러지면서 급기야 차가 진행방향에서 크게 오른쪽으로 밀리며 돌았다. 주변에 차가 없어 다행히 사고를 면했지만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2륜 구동방식에선 전륜이든 후륜이든 구동축에 따라 나머지 앞뒤 바퀴가 자연스레 따라가는데 비해 4륜은 네 바퀴에 동력이 모두 전달되면서 회전 때 각각의 바퀴가 가려는 각도와 속도에 차이가 난다. 업체별로 기술력에 따라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그 때문에 많은 4륜 차량들에서 핸들을 많이 꺾으면 툭툭 하는 소리와 함께 억지로 도는 듯한 느낌이 날 때가 많다. 이는 빙판길 코너링에서 2륜 구동 차량보다 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결론적으로 겨울철 눈길 빙판길 주행에서 4륜 구동 차량은 직진과 언덕길에서 분명한 강점을 지니는 반면, 내리막, 특히 브레이크를 밟는 상황에선 2륜과 차이가 없고, 특히 코너 길에선 크게 밀리거나 제어가 힘들 수가 있다.

4륜 구동 차량 운전자들은 대부분 4륜 차의 장점만을 뇌리에 각인한 경우가 많다. 빙판길에선 장사가 없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서행운전과 안전거리 확보, 그리고 체인이나 스프레이 같은 안전장비를 갖추는 게 무사고 운전을 위한 가장 확실한 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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