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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언어 사용이 목숨 구한다…핀란드인들의 '금기어'


자살이
‘금기어’인
핀란드
한국에서 핀란드로
이주한 직후였습니다.

친구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이웃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웃을 위로하고자
이렇게 물었습니다.

“친구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나요…?”
“….”

(못 들은 건가?)

“어떻게 된 거라고요?”
“그냥…. 죽었어요.”

그제야 이 생각이 들더군요.
‘자살이 아닐까’ 하고요.

이주한 지 18년이 된 지금은 압니다.
핀란드인은 ‘자살’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걸요.

핀란드는 우중충한 날씨와
낮은 인구밀도로 인한 고립감으로
자살률이 높습니다.

주위 핀란드인을 보면
가족 중 보통 한두 명은
‘자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살이 드문 일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이 단어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습니다.
SNS에도 마찬가집니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올라온 걸 본 적 없습니다.
뉴스는 어떨까요?

이렇게 간단히 나옵니다.

“유명인 ㅇㅇㅇ이 사망했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지도 않습니다.

“병과 관련되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자살이란 걸 짐작할 뿐입니다.
자살 방법도 다루지 않고,

우후죽순 나올법한
후속 보도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렇듯 ‘자살’은
핀란드에서 ‘죽은 단어’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 이보영(50) 씨 / 핀란드 거주
한때 핀란드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1990년 핀란드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30.2명이었습니다.

유럽연합(EU) 평균의 두 배였습니다.
고민 끝에 핀란드 정부는
1992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합니다.
우울증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병원을 방문하는 모든 환자에게
심리검사를 해
혹시 모를 위험을 파악했습니다.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
핀란드 정부는

보도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자살 보도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1990년대 초반 정점을 찍었던
핀란드 자살률은
2014년 10만 명 당 14.6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핀란드 정부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자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핀란드처럼 보도를 자제하고
대화 주제로 삼지 않는 것만으로도

모방 자살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송인한 교수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하지만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건강한 소통은 오히려 권장합니다.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과
문제를 터놓고 이를 해결하는 분위기는
필요합니다.”

-송인한 교수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언론과 사회 구성원의 
세심한 언어 사용이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걸
핀란드는 보여줍니다.

더 이상의 아픈 일은
우리가 막을 수 있습니다.

핀란드에서 '자살'은 '금기어'입니다. 국민들도 '자살'을 입에 올리지 않고, 언론도 '자살보도'를 자제합니다. 핀란드는 이렇게 국민 자살률을 크게 낮췄습니다.

기획 하대석, 권수연 / 그래픽 김민정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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