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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노승일 "국회의원 되는 게 첫번째 목표" 이유는?

'국정농단 폭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그의 2017년

[취재파일] 노승일 "국회의원 되는 게 첫번째 목표" 이유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을 처음 만난 건 1년 전 국회였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처음 참석했던 날, 노 전 부장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근혜란 거대한 산, 거머리 같은 최순실, 그리고 삼성과 싸워야 합니다."

당시엔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렸던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켰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가 ‘싸우겠다’고 외쳤던 대상들은 모두 감옥에 있고,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노 전 부장을 ‘공익제보자’ ‘국정농단 폭로자’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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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년간 노 전 부장은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그 자리엔 현실의 무게만이 남았습니다. 신변의 위협을 받던 그를 앞다퉈 보호하겠다고 나서던 이들도 하나 둘 사라져갔습니다.  그 자리엔 혼자의 힘으로 부딪혀 이겨내야할 냉혹한 현실만 남아있다고,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을 때면, 그는 전화기 너머로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곤 했습니다.

'내부고발자' 노승일. 그를 다시 만나러 갔습니다. 노승일 전 부장은 요즘 경기도 의정부에서, '대한청소년체육회'라는 이름의, 자신이 직접 만든 공익 체육재단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돈이 없어 운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체육 인재들을 지원하는 건데, 그는 재단을 운영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 그는 현실정치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국정농단으로 얻은 유명세를 이용하는 건가'라는 비판은 감수하겠다고 합니다.

<비디오머그>가 만난 '내부고발자' 노승일. 지난 1년의 이야기를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평일엔 이사장-주말에 알바생.."생활비 못 준 지 1년"
경기 의정부시 한 주택가에 위치한 상가.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이곳은 노 전 부장이 지난 9월 세운 사단법인 대한청소년체육회 사무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꿈을 포기한 체육 인재들을 선발해 훈련 및 지원을 하는 곳입니다. 노 전 부장은 이곳의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감독님이자, 또 후원금을 모아 아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달부터는 주말을 이용해 아르바이트까지 뛰고 있습니다.

-체육 재단을 만들었다.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학창시절 배드민턴 운동선수였다. 대학시절 진로를 바꾸면서 다른 길을 가게 됐지만 난 엘리트선수 출신이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의 생활을 잘 안다. 과거에는 돈이 없어도 운동을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돈이 없으면 운동을 못한다. 부모님들이 꿈을 포기시킨다. 경제 사정 때문에.  그런 아이들이 꿈을 이뤄주고 싶어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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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설립 비용은 어떻게 충당했나?
“청문회 당시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하면서 안민석 의원을 중심으로 나의 소송비용을 마련해주겠다며 후원금을 모아주셨다. 그 돈이 1억3700만원 정도였다. 다시 돌려드릴 수 없어서 재단을 통해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생각했다.”


-후원금은 어느 정도 들어오나? 
“10월부터 정식적으로 후원금을 받고 있는데 한 달 평균 한 2백 만원 정도다. 하지만 아이들 훈련이나 시합 지원, 직원(4명)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사실 많이 부족하다. (집에 생활비는 주시나?) 집에 돈 못 갖다 준지 거의 1년쯤 됐다 ”

-부족한 후원금은 어떻게 채우나?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글을  SNS와 홈페이지에 올린다. '저한테 일거리를 주실 분을 모집합니다'라는 취지다. 예전에 KBS에서 방송했던 '체험 삶의현장'을 참고했다. 연예인들이 1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일당을 기부하는 것처럼,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당을 대한청소년체육회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방식이다. 우리 재단을 홍보하고, 또 재정적으로 기여도 하기 위해 고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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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6번 정도 일을 나갔다. 광주에 있는 횟집, 대구에 있는 주막, 서울에 있는 과일 가게 등이다. 서빙도 하고, 호객행위도 하고 정말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했다. 나를 불러주신 사장님들께도 도움이 돼야한다고 생각해서다. ”

●"국회의원 되겠다"..'현실정치' 참여 선언, 왜? 
일각에선 노 전 부장이 공익재단을 만든 것을 두고 정치행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노 전 부장에게 이런 시각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사단법인을 만든 것은 현실정치 참여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 입문에 대한 꿈은 숨기지 않았습니다.

-'노승일이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시선에 대한 생각은?
“제가 한체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현실 정치의 꿈은 그때부터 있었지만 내가 좀 더 성장을 한 이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평범하게 살아오다 뜻하지 않게 국정 농단이 일어났고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국민들도 많이 알아봐주시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실 정치에 대한 결심이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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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말하는 현실정치의 구체적 의미는 무엇인가?
“국회의원이 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출마하게 된다면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이다”

-국정농단 폭로로 얻은 유명세를 이용한다는 시각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시선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 참여한다고 제가 선언하더라도 국민이 뽑아주지 않으면 정치를 할 수 없다. 제가 현실 정치에 참여해야겠다는 그 결심은 그냥 꿈일 뿐이다. 정말 현실 정치에 참여하려면 국민이 선택을 해줘야 한다. 선택받지 못하면 정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지 않나.

-사단법인을 만든 건 정치행보의 일환인가?
“전혀 아니다. 이곳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서 만든 곳이다. 노승일이 정치에 입문하려고 이걸 이용하려고 한다는 생각은 이 인터뷰를 보며 좀 버려주셨으면 좋겠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실 10%도 드러나지 않았다”
2017년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판결이 있던 날, 노 전 부장은 광화문 광장에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국민이 마찬가지였겠지만, 노 전 부장은 특히나 탄핵 판결을 앞두고 크게 긴장했다고 합니다.

-긴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헌재가 탄핵을 발표하는데 다 인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러다 마지막에 5대거점 스포츠클럽 사업이 인용됐고 탄핵 판결이 내려졌다. 그 순간 많이 울었다. 탄핵 여부는 저한테는 최고의 관심사였다. 내가 살고 안 살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사람이 탄핵이 돼야 진실이 밝혀지고, 탄핵이 안 되면 그동안 내가 폭로하고 공개한 모든 증거들이 다 물거품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점에서 진실은 얼마나 드러났다고 보는가?
“10%도 안 된다. 아직 90% 이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최순실이 문화 분야에는 손을 안 댔을까? K스포츠재단을 통해 체육계를 농단했다면 미르를 통해 문화계를 농단했고 블랙리스트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K스포츠재단에서 사업을 만들고 그 사업을 롯데, SK 등과 매칭 시키려 했던 것처럼 미르재단을 통해서도 똑같은 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르재단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선 아무 것도 밝혀진 게 없다.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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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똑같이 폭로를 이어갈 것인가?
“제가 그 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면 그들이 법정에 나와서 거짓말을 하지 않게끔 더 철저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할 것 같다.그래서 자료 하나라도 헛되게 생각하지 않고 계속 다 모았을 것 같다. (후회하지 않는다?) 네 후회하지 않습니다. ”

-국민들이 노승일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나?
“나도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국정농단 세력 중에 특히 최순실하고 같이 일했던 사람이다. 국정농단을 같이 했던 거나 마찬가지인데,난 어떤 처벌을 받고 있는 상태가 아니지 않나. 그래서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평생 봉사하며 살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사단법인에 소속된) 아이들이고 이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다. 2018년도 올 해 못지않게 길고 외로운 싸움이 될 것 같지만, 열심히 또 헤쳐 나갈 거다.”

▶ '국정농단 폭로' 노승일 "국회의원 되는 게 첫 번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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