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팬들은 우리 선수들이 역습 기회를 잡을 때마다 크게 환호했고, 3피리어드 중반에는 목청 높여 카레야(Корея, 한국)를 외쳤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세계 1위와 첫 맞대결에서 역사적인 2골을 뽑아낸 주인공 김상욱과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며 경기 MVP에 뽑힌 골리 맷 달튼, 그리고 백지선 감독을 만나 오늘(14일) 경기에 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귀화 선수와 토종 선수, 공격과 수비의 핵심으로 위치와 상황이 다른 만큼 같은 질문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목소리로 평창 올림픽과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를 향한 희망을 얘기했습니다.
백지선 감독 : 캐나다와의 경기는 우리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곳 러시아에 와서 세계 최강 캐나다와 만나 재미있는 경기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값진 경험입니다.
맷 달튼 : 정말 힘든 경기였지만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힘든 경기가 될 거라고는 예상을 했고 예상만큼 힘들었습니다. 한국이 이런 높은 수준의 팀과는 처음으로 경기한 건데 이렇게 높은 수준에 머물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3~4년 전의 한국 아이스하키를 생각하면 이렇게 세계 1위와 맞붙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김상욱 : 캐나다와 사상 처음으로 맞붙은 건데 아무래도 저희가 긴장한 면도 있지만 선수들이 다 같이 열심히 해서 생각한 것보다는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두 번째 골을 넣었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들어 올린 세리머니를 한 건) 캐나다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백지선 감독 : 하키의 나라이자 세계 최강인 캐나다와 처음으로 맞붙은 건데, 선수들이 캐나다라는 이름값에 조금 주눅이 든 것 같습니다.
맷 달튼 : 제 모국인 캐나다를 상대로 경기를 하게 돼 좀 어색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혼재했습니다. 이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하지만 모든 감정을 털고 경기를 잘 치러 기쁩니다.
김상욱 : 캐나다랑 처음 붙는다고 하지만, 상대가 캐나다라고 해서 '와! 이거 캐나다다, 큰일 났다'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고요. 다들 평상시랑 다르게 한 건 없어요. 경기 전에 선수들끼리 얘기했던 게 '캐나다 선수들도 똑같이 몸을 풀고 똑같이 무장을 입고 똑같이 경기에 들어가는 거기 때문에 캐나다라는 이름에 신경 쓰지 말자'고 했는데 그런 부분은 좀 많이 잘된 것 같아요.
백지선 감독 : 골리 맷 달튼이 최고의 경기를 했고, 몇 번의 기회에서 득점을 기록한 골 결정력도 좋았습니다. 오늘은 달튼의 활약이 눈부셨지만, 다음번에는 전체 팀이 좀 더 좋은 경기를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상욱 : 감독님께서 강조하셨던 건 예쁜 플레이가 아니셨어요. ‘(몸싸움을 하면서) 골대 앞으로 들어가서 (동료가) 슛 쏘면 리바운드해서 다시 슛하는 그런 플레이를 원하셨는데 그런 부분에서 골이 들어간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백지선 감독 : 점수 차는 얼마 안 났지만 경기력 차이가 컸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캐나다는 한국(슈팅 10개)보다 5배 이상 많은 57개의 슈팅을 날렸습니다. 달튼이 94.64%의 놀라운 방어율로 선방을 이어가지 않았다면 대패를 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맷 달튼 :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됐고 모든 게 힘들었습니다. 몸이 힘들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것 같습니다. 내일은 경기가 없으니 좀 쉬면서 현지 적응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상욱 : 아무래도 저희와 캐나다의 능력차는 있어요. 수비할 때 작은 실수를 범하는 그런 점에서 차이가 났어요. 그런 경험의 차이가 패배로 연결된 것 같아요. 캐나다는 (골리를 뺀) 다섯 명이 유기적으로 경기를 하는 팀이기 때문에 더 힘들었고 저희도 조금 더 조직력을 갖춰서 승부해야 할 것 같아요.
Q) 남은 기간 준비할 과제와 목표는?
백지선 감독 : 우리만의 정체성을 갖고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할 수 있고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오늘 문제점을 확인하고 남은 핀란드전을 대비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정말 열심히 해야 합니다.
(백지선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쉼 없이 상대를 압박하고 빠른 스피드로 공수를 넘나들며 상대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백 감독은 오늘 우리 선수들이 캐나다라는 이름값에 눌려 이런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맷 달튼 : 캐나다전은 앞으로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게도 한국과 경기는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분명히 우리에 대해 더 알고 준비해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평창에서도 오늘 했던 것만큼은 해서 한국 국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상욱 : 오늘이 끝이 아니에요. 저희가 좀 더 조직력을 가다듬고 선수들하고 코칭스태프하고 계속 소통을 한다면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아요. 희망 사항이지만 저희도 메달권에 갈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