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합니다. 올해는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습니다. '침묵을 깬 사람들', 누굴 지칭하는 것일까요? 답은 타임지 표지 사진에 있습니다.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을 발표하고 닷새 뒤, 미국 뉴욕에서는 전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참석자 중에 유명인은 없었지만,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기자회견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 3명이 참석했습니다. 그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미 의회의 공식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고, 지난달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16명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16명의 여성과 도널드 트럼프'가 공개된 바 있습니다.
▲ 다큐멘터리 '16명의 여성과 도널드 트럼프'
기자회견은 미국 국내외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백악관은 곧바로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고,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알지도 만난 적도 없다"며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차기 국무장관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트럼프의 측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조차도 피해 여성들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헤일리 대사는 "우리는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폭력이나 학대를 당했다고 느끼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트럼프 대통령. 헤일리 대사의 논평을 전해 듣고 트럼프 대통령은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력 후보가 된 이유에 대해 타임지는 "대통령직의 본질과 백악관이 기능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의 인물 선정 이유에는 '분열된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안그래도 선정 이유가 마뜩잖을 텐데,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침묵을 깬 사람들'에게 밀려 2등이 됐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열 받게' 한 건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미국에서 '미투'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현역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미투'에 연루돼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낙마하고 있습니다. 당장 오늘 공화당의 텃밭이 미국 앨라배마 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로이 무어 후보가 패배했습니다. 무어 후보는 미년성자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 선거 과정 내내 곤혹을 치렀습니다.
올해의 인물이 된 '침묵을 깬 사람들'의 화살이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