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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원이 다른 상대…한국 아이스하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캐나다-스웨덴-핀란드와 사상 첫 맞대결

[취재파일] 차원이 다른 상대…한국 아이스하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채널원컵에 출전해 세계 1위 캐나다와 세계 4위 핀란드, 세계 3위 스웨덴과 잇따라 맞대결을 펼칩니다. 1928년 국내에 아이스하키가 소개된 지 90년 만에 한국 아이스하키의 유래 없는 ‘빅 매치’가 성사된 겁니다.

● 67년 연속 1부 리그 '3팀'…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상대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979년부터 국제 대회에 나섰는데, 캐나다나 스웨덴, 핀란드와는 4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맞붙은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력 차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국가별로 격차가 큰 아이스하키는 비슷한 수준의 팀끼리 한 디비전에 묶어서 세계 선수권을 치르기 때문에 디비전이 다르면 세계선수권에서 만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현재 세계선수권은 7개의 디비전, 다시 말해 7부 리그로 나뉘어 열리며
(챔피언십→디비전1그룹A→디비전1그룹B→디비전2그룹A→디비전2그룹B→디비전3→디비전3 퀄리피케이션)
각각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 (디비전1 그룹A는 1,2위)하는 팀이 다음 해 상위 리그에 진출하고, 최하위 팀 (챔피언십에서는 최하위 2팀)은 하위 리그로 떨어지는 승강제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런 승강제는 13개 국가가 출전한 1951년 대회 (챔피언십(1부 리그) 7개팀 + 랭킹전(2부 리그) 6개팀)부터 시작됐는데, 1951년부터 1부 리그에서 단 한 번도 강등이 안 된 ‘전통의 명가’는 단 3팀 밖에 없습니다. 그 3팀은 바로 이번에 우리와 맞붙는 캐나다와 스웨덴, 핀란드입니다. (러시아의 아이스하키 1부 리그 역사는 소련이 해체된 뒤인 1992년 대회부터 시작되고, 미국은 1970년대에 수차례 2부 리그로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 NHL 현역 선수는 없지만…'이'만큼 튼튼한 '잇몸'

평창 올림픽에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 NHL 협회의 반대로 현역 NHL 출신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평창올림픽을 준비 중인 캐나다와 스웨덴, 핀란드 대표팀에도 현역 NHL 선수는 한 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 3개국은 선수층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현역 NHL 선수들이 빠져도 여전히 막강한 전력을 자랑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와 맞붙을 선수 명단만 봐도 그동안 우리가 만났던 상대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NHL 통산 524 포인트에 빛나는 데릭 로이 (캐나다)
먼저 캐나다는 25명의 로스터 중 NHL 출신이 아닌 선수가 단 2명밖에 없습니다. 특히 공격수 15명은 모두가 NHL 출신입니다. NHL 통산 524 공격 포인트 (189골, 335도움)에 빛나는 베테랑 데릭 로이를 비롯해서 NHL 통산 200포인트 이상을 기록한 선수만 무려 6명에 달합니다. ( 채널원컵 출전 캐나다 공격수 15명 - NHL 통산 911골, 1,356도움/ 평균 60.7골, 90.4도움, 151.1 공격포인트)

그렇다고 은퇴를 앞둔 노장 선수들로 팀을 구성한 것도 아닙니다. 공격수 15명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선수는 36살이지만,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기량이 만개할 나이입니다. 그리고 15명 가운데 12명이 2~3년 전 (2014~2015시즌)까지만 해도 NHL 무대를 누볐습니다.

창끝만 날카로운 것이 아닙니다. 골리 2명과 수비수 6명도 NHL 출신입니다. 특히 주전 수문장인 벤 스크리븐스는 에드먼튼 소속으로 뛰던 2014년 1월 29일 산호세와 경기에서 무려 59개의 슈팅을 막아내며 3대 0 완승을 이끌어 NHL 한 경기 최다 방어 무실점의 기록을 세웠고, 2014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캐나다 대표팀의 골문을 지키며 93.8%의 높은 방어율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세계선수권에서 캐나다를 꺾고 정상에 오른 스웨덴
스웨덴과 핀란드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스웨덴은 NHL에서 8시즌을 뛰며 168개의 공격 포인트(82골 86도움)를 기록한 빅토르 스탈버그를 비롯한 9명의 NHL 출신 공격수가 출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핀란드는 상대적으로 NHL 출신은 적지만, 뛰어난 수비와 조직력을 자랑합니다. 전통의 강국인 핀란드는 신장 2m가 넘는 대형 수문장 미코 코스키넨이 골문을 지키며 지난 달 체코에서 열린 카리알라컵 대회에서 캐나다와 스위스를 연파하고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 최고의 리허설…성장통을 즐겨라!

객관적으로 이들 3팀의 전력은 우리보다 분명 몇 수 위입니다. 승패가 아니라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크게 지더라도 우리는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더 많습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스피드를 처음으로 느껴보고 이에 대한 적응력을 조금이라도 키운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셈입니다.

불과 3~4년 전 3부 리그도 버거워 하던 한국 아이스하키는 유래 없이 빠른 시간 안에 1부 리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지난 4월 세계선수권에서 우리의 제물이 된 카자흐스탄은 이전까지 우리가 11번 싸워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던 상대였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쓴 2002년 한국 축구의 신화도 프랑스, 체코 같은 강팀들과 싸워서 5대 0으로 깨지면서 시작했습니다.

평창올림픽과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를 위한 예방 주사는 많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껍질을 깨는 고통이 없이는 절대로 날아오를 수 없습니다. 새로운 신화를 향한 한국 아이스하키의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입니다.

● 채널원컵 경기일정
채널원컵 경기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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