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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곁에 있겠습니다" 카메라로 지킨 50년 전 고백

카메라로 지킨 50년 전 고백
카메라로 
새하얀 눈밭을 바라보는
한 할아버지.
올해로 75세를 맞이한 마준성 할아버지의 곁에는
언제나 카메라가 있습니다.
"여기가 내 작업실이야.
여기 앞에 있는 책은
포토샵, 파이널 컷 프로, 프리미어 프로."

어려운 영상편집 프로그램까지 공부하는 할아버지
오랫동안 육군 장교로 일하다 퇴역 한 뒤
25년 째 촬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5년간 찍은 영상에 등장하는 건
가족들의 모습.
그 중에서도 아내, 
백정자 할머니의 모습은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아내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 카메라를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28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아
온몸이 굳어 말을 할 수도, 
표정을 지을 수도 없던 아내.
"내 말 들려요? 눈 깜빡깜빡. 아이고 예뻐."

오직 눈으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할아버지는 행복했습니다.
침대에서 한발짝도 
나갈 수 없는 아내의  눈과 발이 되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겨울 바다, 
아내와 데이트했던 대학 캠퍼스...

할아버지의 행선지는 언제나
아내와 이어져있습니다.
'여보, 당신과 만나 
사랑을 꽃피웠던 장소에 와서
옛날을 회상하고, 촬영하고 있는데...

세월이 많이 변했네요.'
-할아버지의 영상 중
"아내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네.
함께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촬영을 나가도 항상
아내 생각뿐이었던 할아버지.
"여보, 촬영해서 왔어요."

영상을 찍고 돌아오면
곧바로 할머니의 침대로 향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찍은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환자라도 이렇게 옆에 있다는 게 예쁜거야.
이렇게라도 우린 행복을 누리고 사는 거야."
하지만 이제는
그의 영상을 봐줄 아내가 
곁에 없습니다.
"11월 22일 밤 여덟시 경에
손을 만저보니까 
손이 차디차.
아, 숨이 끊어졌구나..."
"얼굴도 마주보고 손도 잡고 그랬는데...
여기 이렇게 침대가 있었는데 이제  없잖아."
아직 함께하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 
할아버지는 쓸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그렇게 좋아하더라고...
제주도를 한번 더 가야되는데 못갔어.
너무 아쉽지."
아내는 곁에 없어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카메라와 함께입니다.

하늘에서 보고 있을 아내를 위해서입니다.
"내가 찍은 걸 
아내가 하늘에서  보고 기뻐했으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당신의 삶이 허락하는 한 매일 오늘처럼
항상 곁에 있겠습니다.'

50년 전 할아버지의 고백.
할아버지는 오늘도
50년 전 마음을 담아
세상을 찍고 있습니다.

기획 하현종, 권재경, 김여진 인턴 / 그래픽 김민정
25년간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온 마준성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30여년간 투병 중이었던 아내를 대신해 눈과 발이 되어 세상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비록 11월 22일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습니다.

기획 하현종, 권재경, 김여진 인턴 / 그래픽 김민정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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