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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죽음의 바다' 태안에 다시 돌아온 명품 굴

[취재파일] '죽음의 바다' 태안에 다시 돌아온 명품 굴
“기름이 저쪽에서 터져서 같이 올라온 거예요.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만리포거든요. 만리포보다 조금 더 늦게 도착을 했죠. 띠가 막 새까맣게 몰려왔어요.”

“시커먼 놈이 덮치는데.. 아직도 후유증으로 발가락에서부터 발등이 따끔따끔하고 톡톡 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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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크레인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했습니다. 당시 드럼통 5만 2천 개 분량의 원유 1만 톤이 그대로 바다로 유출됐고 아름다웠던 태안 바다는 한순간에 검은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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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고 당시 피해 어민
“여기가 우리들 터전이야. 4남매 데리고 바다 하나만 믿고 우리들이 살아왔어. 이제는 아무것도 없어. 터전을 잃어버린거야.”

 
그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습니다. 새까만 바다를 보며 망연자실 한 일 외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파도게 쓸려온 기름은 닦아도 닦아도 또 생겨났고 땅속 깊숙이 묻힌 기름 찌꺼기 앞에 더 이상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 듯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죽음의 땅’으로 남을 거라는 비관적인 예측만 남았습니다.
 
● 다시 웃음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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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7일, 10년 만에 태안 앞바다를 다시 찾았습니다. 아침 10시 반, 파도리 주민들은 통개항 앞에 모였습니다. 취재진을 보고 어민들이 먼저 말을 걸어줬습니다.
 
“SBS 나오는 줄 알았으면 하다못해 곤지곤지 찍고 나왔을 텐데, 아침 먹고 그냥 나왔네. 티비 좀 잘 나오게 해서 결혼이나 다시 할랑께.”
 
미리 준비한 장화를 신고 어민들을 따라 바다로 향했습니다. 취재진을 맞은 건 주렁주렁 열린 제철 맞은 굴. 그간 볼 수 없던 굴 풍년에 어민들은 모처럼 신이 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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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 딱 올해부터 이렇게 됐어요. (10년 전에) 싹 다 죽었잖아요. 기름 들어왔을 때.
기자: 그 전에는 굴이 아예 붙질 않았던 건가요?
어민: 굴이 붙는 조개를 걸어놔 봤자, 붙지도 않고 붙어도 크질 않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유류오염센터에서 장기 모니터링한 결과 2008년 태안지역 전체 해안의 69.2%에 달하던 잔존 유징(油徵)은 2014년 0%가 됐습니다. 해변이나 표면 아래로 스며든 기름이 이젠 없다는 말입니다. 태안 바다가 다시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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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은 잃고 보상은…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충남 태안의 남성 전립선암과 여성 백혈병 발병률이 크게 늘었습니다. 태안군 보건의료원이 연 ‘서해안 유류유출사고 10년 앞으로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한 ‘태안지역 암 발생률 분석결과’를 보면 태안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은 2004~2008년 12.1명이었지만 사고 뒤 2009~2013년은 30.7명으로 154% 증가했습니다. 또 태안 여성의 백혈병 발생률은 2004~2008년 5.6명이었지만 2009~2013년에는 8.6명으로 54% 늘었습니다.
 
건강만 잃은 건 아닙니다.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주민들, 인터뷰 요청에 보상 얘기부터 꺼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피해주민을 구제하기 위한 법도 마련됐지만(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 지금껏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했습니다.
 
특별법엔 이같이 보상을 받지 못한 분들을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 또는 보상을 받지 못한 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기준을 손보고 있지만, 아직 지원 대상을 확정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 이제 10년, 앞으로는…
 
“그분들이 왔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환경이라도 복원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그분들의 고마움은 전 주민이 마음 깊이 새기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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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사고 이후 현장에 투입된 그들, 자원봉사자는 무려 123만 명이나 됐습니다. 위기 앞에 온 국민이 단결했습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그나마 잊히지 않은 건 자원봉사자로 나섰던 그들의 ‘기억’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태안 지역에 장기적으로 생태환경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며, “수십 년이 걸려도 되돌리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바다 밑에 깔린 기름은 모두 걷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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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합니다. 아직 남은 주민들의 건강문제, 보상 문제가 해결되고, 막 숨쉬기 시작한 태안 바다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기억해달라는 겁니다. 태안의 깨끗한 앞바다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태안에서 나는 명품 굴과 조개들도 하나둘 전국으로 배달되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찾은 태안, 다시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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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만에 돌아온 태안 명품 굴…'123만 명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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