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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종교인 과세 시행 코앞…개신교는 왜 잠잠해졌나?

[취재파일] 종교인 과세 시행 코앞…개신교는 왜 잠잠해졌나?
지난달 14일. 기획재정부와 개신교의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종교인 과세 시행에 대한 개신교의 반발이 무척 거셌습니다. 목사들은 간담회에서 “종교 시설 사찰하는 건 헌법상 정교 분리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정부가 종교 기관 세무 사찰을 하는 건 전 세계에서 없는 일”이라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당시에는 주목 받지 못했지만, 한 목사는 “이번 주까지 문서를 달라”는 말도 했습니다. 문서를 달라, 즉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과세에 대해 어떤 보완 방안을 마련할 것인지 문서를 달라는 주장이었습니다.

● “문서를 달라”는 개신교의 요구, 현실이 되다

“문서를 달라”는, 그 주목받지 못했던 발언은 현실이 됐습니다. 11월 27일, 한 교회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 대책 보고회’에서는 그 문서를 실제로 받았다는 목사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목회자납세대책위원장 소강석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재부 차관님께 ‘내가 수없이 약속을 받았다. 약속받은 거 소용없다, 문서화해라. 문서로 답변해라’ 그래서 문서로 받았습니다. 여러분, 문서도 받았어요, 제가.”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개신교에 보낸 문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요. 소 목사에게 직접 물어보니, 자신이 메모해놓은 내용을 직접 불러줬습니다. “기재부에 제출하신 (개신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종교인 소득 과세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종교 활동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급된 비용에 대하여 과세하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곧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이런 내용을 문서로 받았다는 것입니다.

문서 내용을 쉽게 해설해 드리면, 우선 개신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것은 이겁니다. 개신교는 첫째, 종교인 과세가 종교 과세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즉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종교인의 소득 항목과 별개로, ‘종교활동비’라는 비과세 항목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장부가 두 개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둘째로, 종교단체의 장부를 보는 것, 즉 세무조사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니까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종교인 과세
기획재정부는 개신교의 이런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소득세법 시행령을 ‘보완’하겠다고 서면을 보낸 것입니다. '보완'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단어지만, 사실 종교계에 대한 혜택을 뜻합니다. 문서에서 또 “종교 활동에 쓴 비용은 비과세”한다는 것은 ‘검토’라는 단어가 들어가긴 했지만, 종교활동비 비과세 방안을 사실상 명확히 한 셈입니다. 약속해준 것이죠. 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입법예고는 11월 30일 모든 국민에게 공개됐는데, 기재부가 이 문서를 개신교에 전달한 것은 그보다 앞선 11월 17일입니다. 기재부-개신교 간담회 사흘 뒤입니다.

● 목사, 입법예고 사흘 전에 "대통령령 확정됐다"

기재부가 보낸 서면 내용을 뜯어보면, 이번 종교인 과세 시행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종교계에 특혜가 많습니다. 유리하다는 표현은 부족합니다. 직장인이나 개인사업자 등 일반 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이런 내용을 말로 한 것도 아니고, 기재부가 문서화해서 공문 형태로 개신교에 전달한 것은 정부가 사실상 서면으로 약속을 해줬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정부가 특정 법안을 입법예고 하기 전,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하고, 얼마든지 허용되어야 하지만,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계에 특혜를 주는 내용을 서면으로 약속한 것은 부적절한 일입니다.

원래 입법예고라는 것이 법안에 대한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듣기 위한 기간인데, 기획재정부는 입법예고도 하기 전에 법안의 골격을 개신교 측에 보내줌으로써 자신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악수도 뒀습니다. 그런 문서를 보내놨으니, 입법예고 기간에 여론이 나빠져도 기재부는 후퇴할 길이 마땅치 않습니다. 퇴로가 좁습니다. 문서를 보낸 11월 17일 이후 입법예고를 한 11월 30일까지 2주 가까이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종교계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입법예고 됐습니다. 

한국세무학회장을 지낸 인천대 홍기용 교수는 입법예고 기간에 여론이 변할 수도 있고, 환경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데, 기재부가 이렇게 약속성 내용을 서면으로 보내준 것은 전례가 있었나 싶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였다면 통과되기 힘든 내용인데, 기재부가 개신교와 간담회를 갖자마자 곧바로 시행령 형태로 내놓은 것입니다. 이런 서면 약속 때문인지, 소강석 목사는 입법예고 사흘 전부터 “종교단체는 세무조사를 금지하는 대통령령이 확정됐다”면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실제 ‘서면 약속’ 그대로 만들어진 기재부 시행령

개신교는 그동안 "종교인 소득은 세금을 낼 수 있다, 다만 종교 활동에 대한 세금은 못 낸다, 비과세 해야한다, 세무조사도 수용 못 한다"는 요구를 해왔는데, 이 프레임은 기재부가 만든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1) 종교인 소득은 과세 
(2) 종교활동비는 '상한선 없이' 비과세 혜택 (시행령 개정안 19조)
(3) 종교활동비 장부, 즉 비과세 항목의 장부를 따로 만들면 세무조사 금지 (시행령 개정안 222조) 

종교인 과세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돈을 줄 때는 과세 항목으로 줄까요, 비과세 항목으로 줄까요. 종교인들은 투명한 납세를 약속하지만, 시선은 곱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급여의 총액은 유지하면서도, 과세 항목의 급여는 줄이고, 비과세 항목의 돈을 늘이면, 세금을 자유롭게 줄일 수 있습니다. 국세청이 의심을 해도, 비과세 항목의 장부는 세무조사가 원천봉쇄 돼 있습니다. 종교인만 세금을 내지 않는 특혜를 없애겠다던 종교인 과세가 또 다른 특혜로 얼룩질 우려가 커진 셈입니다. 11월 27일 ‘종교인 과세 대책 보고회’에서는 목사들의 우려가 99.9% 해결됐다는 말이 나왔는데, 이유가 있는 것이고, 지금 종교계가 잠잠한 까닭입니다.

● 특혜성 문서, 기재부 1차관이 보내라고 지시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14일 개신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문서를 보내줄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고 차관은 입법예고 전 개정안의 이해 당사자로부터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고, 시행령 개정안의 골격을 알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과세에 대한 보완 방안이었을 뿐 특혜는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담당 과장은, 해당 문서는 개신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단에도 모두 보낸 내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개신교에 대한 특혜는 아니라는 해명입니다. 다만 개신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기재부 차관이 지시해 문서를 보내게 됐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기재부는 관련 문서를 공개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종교계에 과세 특혜를 몰아준 이번 개정안, 재고돼야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개정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 수렴을 오는 14일까지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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