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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빈민층에 대한 무자비한 시선…우리 사회는?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7.12.06 21:16 조회 재생수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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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中 빈민층에 대한 무자비한 시선…우리 사회는?
"한 달에 100만이나 200만 위안을 버는 사람은 아주 즐겁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10억, 20억 위안을 버는 사람은 괴롭습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며칠 전 항저우에서 열린 행사에서 한 말입니다. 마 회장은 돈을 많이 번다고 사람들이 행복한 게 아니라 스스로 즐거움을 찾으라는 의미로 한 말인 거 같습니다. 하지만 마 회장의 이런 의도와 달리 이 발언은 엉뚱한 방향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발언을 곱씹어보면 아시아 최고 부자인 마 회장은 한 달에 20억 위안쯤 벌어야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한 달에 200만 위안은 적게 벌거나, 적어도 평범한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화폐로 200만 위안은 우리 돈 얼마일까요? 오늘 환율 대로라면 3억 2천 8백만 원이군요. 한 달에 3억 원 정도의 수입은 마 회장 입장에선 그저 평범한(?) 돈벌이 수준이라는 얘깁니다.

개인재산이 30조 원에 달하는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도 비슷한 설화 전력이 있습니다. TV토크쇼에서 청년들에게 덕담을 한다고 한 말이 화근이었습니다. 왕 회장은 "인생의 성공을 위해 먼저 달성하기 쉬운 작은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면서 작은 목표로 예를 든 것이 1억 위안, 우리 돈 164억 원을 버는 것이었습니다. 마 회장과 쌍벽을 다투는 왕 회장에겐 164억 원 정도는 작은 목표일지 모르겠지만, 서민들 입장에선 가슴 후벼 파는 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성공담에 너무 많이 취한 탓에 '작은' 말실수를 한 거겠지만, 중국 사회에서 이른바 '가진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 또 '가진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중국 사회의 무자비한 시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사건이 지금 베이징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베이징 도심 외곽의 빈민촌은 말 그대로 쑥대밭입니다. 동네 전체가 하룻밤 사이에 없어지고, 수십 년을 거주했던 주민들은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 속에 아무런 대책 없이 노숙 신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어제(5일) 철거가 진행 중인 신젠촌(新建村)에 가봤더니, 마을 전체가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폐허로 변했습니다. 집들이 산산조각이 나서 잔해만 쌓여 있고, 아직 철거되지 않은 집들엔 살림살이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습니다. 아직 퇴거하지 않고 있는 주민들도 더러 있지만 전기와 수도, 가스가 모두 끊긴 상태였습니다. 길거리에 버려진 나무 토막을 모아 땔감으로 써야 할 정도로 신젠촌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유령촌이 돼버렸습니다.
 
유령촌이 된 신젠촌은 베이징 중심 천안문으로부터 남쪽으로 불과 20여km 떨어진 곳입니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SBS 베이징지국에서 운전을 해서 40-50분쯤 걸려 도착했으니 그리 먼 곳도 아닌 거죠. 여느 베이징 외곽지역과 별다를 바 없이 공장들이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빈민공들이 모여 살던 곳입니다.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골목엔 유난히 유치원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불가능한 부모들이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을 겁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주민들 중엔 빈집들을 돌며 살림살이를 챙기는 사람들도 있고, 뒤늦게 이삿짐을 옮기는 듯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신젠촌이 이렇게 폐허가 된 원인은 베이징 시 당국의 강제 철거 때문입니다. 발단은 지난 18일 신젠촌 임대아파트 화재 사고인데, 불과 3시간 만에 진화된 화재로 무려 19명이 숨졌습니다. 열악한 아파트 주거 환경이 큰 피해를 불러일으킨 거죠. 안타까움과 애도, 재발방지 대책이 이어질 것 같았던 분위기는 왠일인지 화재 당일 돌변했습니다. 베이징 시정부는 도시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신젠촌 무허가 건물들을 강제 철거하기 시작했습니다. 베이징 인구를 2,300만 명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시당국 입장에선 어쩌면 화재 참사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돼버린 셈입니다.
중국, 빈민촌, 빈민 내쫒기시 당국의 철거는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무자비하게 진행됐습니다. 주민들에겐 며칠 간의 말미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통보하고 다음날 바로 철거에 들어갔습니다. 주민들이 오갈 데가 없다고 항의해도 철거요원들의 폭력이 더해질 뿐이었습니다. 소식을 접한 베이징의 일부 시민들이 SNS를 통해 이런 사실을 퍼뜨려도 당국은 인터넷을 철저하게 통제했습니다. 중국 매체들도 화제 발생 이후 철거 상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강제 철거는 신젠촌만의 일이 아닙니다. 베이징 도심 빈민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도시 베이징', '인구 2,300만 명으로 제한'이라고 선언한 순간부터 강제 철거는 예견된 재앙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때부터 도시 빈민층들은 거주민이 아니라 도시 안전과 미관을 해치는 장애물일 뿐이었던 거죠. 이미 10만 명 이상의 도시 빈민이 베이징을 떠났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퇴거 통보받은 지 몇 시간 만에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이들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이들은 남은 삶을 어떻게 버텨야 하는 걸까요? 베이징시 당국은 이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도 갖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어쩌면 무허가 건물에 살아온 이들에게 지금의 모습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는지 모릅니다.

일반 서민들의 상식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중국 재벌들의 발언, 세계적인 도시를 위해서라면 무허가 빈민층의 삶 따윈 개의치 않은 강제 철거. 21세기 베이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냉랭한 현실을 두고 그냥 "중국이 항상 그렇지 뭐"라고 치부하기엔 왠지 씁쓸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베이징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리 사회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겠죠. 중국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비난하기에 앞서 과연 우리는 모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살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