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구직자는 면접장에서 "우리 회사는 직무를 막론하고 외모가 돼야 한다"며 "안경 벗은 모습을 봐야 하니, 안경 좀 벗어봐라"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외모 차별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사람들은 대부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당장 일자리가 없으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구직 과정에서 외모 차별을 받는 현실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한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가 남녀 아르바이트생 1,229명을 대상으로 '외모와 아르바이트의 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르바이트생의 81.1%는 외모가 구직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모가 구직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53.1%를 차지했고 '매우 그렇다'가 28%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1.5%,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0.5%에 불과했습니다. 구직 활동을 하는 젊은 층 10명 중 8명이 외모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겁니다.
구직자들이 이렇게 느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외모와 관련된 질문을 받는 사례가 있는 데다, 채용 시즌만 되면 인사담당자들이 외모를 중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 통계에서는 기업 인사담당자 10명 중 6명이 채용 평가 시 지원자의 외모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사담당자들이 실질적인 업무능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외모를 채용의 중요한 요소로 꼽으면서, 구직자들을 차별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더 안타까운 점은 구직활동을 하는 젊은 세대가 외모 차별을 감내하다 보면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겁니다.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교수팀이 2004∼2014년 사이 한국교육고용패널 조사에 참여한 19∼24세의 청년층 2,973명을 대상으로 '외모 차별과 주관적 건강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외모 차별 경험이 있는 사람은 차별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건강상태가 나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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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교수팀]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중요한 변화를 겪는 시기입니다. 이런 연령 때에 경험하는 외모에 대한 차별은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약물이나 음주, 흡연 등의 위험한 건강 행동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