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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 사람 성격까지 바꾼다

[취재파일] 기후변화, 사람 성격까지 바꾼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 샌디에이고(San Diego)라는 도시가 있다. 별다른 기상이변 없이 일 년 내내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온화한 날씨 때문인지 미국에서 은퇴 후에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바로 샌디에이고다. 날씨 영향인지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성격이나 행동 역시 날씨만큼이나 온화하기로 유명하다.

사람의 성격은 참으로 다양하다. 급한 사람, 여유가 있는 사람, 작은 일에도 화를 내는 사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사람 등등. 성격은 타고날 수도 있지만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어떤 환경에 노출되는가도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태어나 살고 있는 지역이나 자란 집안, 만나는 사람들, 경제적인 여건 등도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성격이 달라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이 많은 요소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바로 태어나고 자란 지역이다.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환경은 자신이 알아차리든 알아차리지 못하든 끊임없이 느끼고 반응하면서 마치 습관적인 행동처럼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각 지역별로 어떤 점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을까?
기후 날씨 여성 여자 비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 각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대표적인 것은 바로 날씨, 그중에서도 기온이다. 지역별로 천차만별로 오르내리는 기온은 단순히 사람들의 야외 활동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생각처럼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기온에 따라 실제로 사람들의 성격이 서로 비슷하거나 또는 기온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까?

최근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팀은 미국과 중국의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사람들이 매일 매일 느끼면서 살아가는 기온이 성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Wei et al., 2017).

연구팀이 지역의 특징 중에서도 기온을 사람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본 것은 사람과 같은 온혈 동물은 생존을 위해 열적으로 쾌적함(thermal comfort)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이 온화하면 아주 덥거나 아주 추운 지역에 살 때보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야외활동을 비롯한 모든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새로운 경험도 더 많이 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같은 것들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연구팀은 중국 59개 시 지역에서 거주하는 대학생 5,587명, 그리고 우편번호 상으로 12,500개 지역에 퍼져 살고 있는 미국인 166만 명을 대상으로 살고 있는 지역의 기온에 따라 성격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성격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사회성과 관계있는 친화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정서적 안정성(emotional stability), 그리고 개인적인 성장과 관계있는 외향성(extraversion),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에 관한 질문에 답하도록 했고 각 지역의 평균 기온을 이용해 성격과 평균 기온 사이에 어떤 연관성과 특징이 있는지 분석했다.
기후 날씨 바다 노을 어린이 아이(사진=픽사베이)
분석결과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 가운데 온화함을 느끼게 하는 기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기온인 평균기온 22도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평균기온이 22도보다 크게 높거나 22도보다 크게 낮은 지역에 살았던 사람보다 친화성이나 외향성, 개방성, 성실성, 정서적인 안정성이 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성격도 온화하고 개방적이고 정서적으로도 안정적이었다는 뜻이다.

특히 이 같은 특징은 태어나고 자란 지역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나이가 많고 적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없든 관계없이 공통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중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성격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기온에 따라 보다 더 뚜렷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 상으로 똑같이 혹독한 지역이더라도 사람들의 성격이 전혀 다른 경우도 물론 있었다. 겨울 날씨가 혹독하기로 유명한 중국 헤이룽장 성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에 비해 집산주의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에 미국의 북쪽 노스다코타 주나 미네소타 주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겨울 날씨는 중국 헤이룽장 성과 마찬가지로 혹독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하지만 사람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온 말고도 더 있다는 뜻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지구촌 곳곳의 기온은 지금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연구팀의 주장대로 사람의 성격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기온에 영향을 받는다면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지구촌 사람들의 성격은 점점 바뀔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가 사람의 성격까지도 바꾸는 것이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있다. 오늘(5일) 아침 중부지방의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졌다. 사람이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평균기온 22도는 생각하기 어려운 시기다. 자연이 주는 따스함이 아니라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절실한 계절이 됐다.

<참고문헌>

* Wenqi Wei et al., 2017: Regional ambient temperature is associated with human personality. Nature Human Behaviour, doi:10.1038/s41562-017-0240-0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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