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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종교인 과세 3중 특혜…'탈세 유혹'의 시험에 들다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작성 2017.12.05 12:00 수정 2017.12.05 22:08 조회 재생수7,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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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종교인 과세 3중 특혜…탈세 유혹의 시험에 들다
종교인 과세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김진표 의원이 발의한 '2년 추가 유예'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종교인 과세는 이제 다음 달부터 시행됩니다. 그런데 껍데기만 남은 종교인 과세다, 나라 곳간 축내는 종교인 과세다, 특혜 위에 특혜일 뿐인 종교인 과세다, 여러 지적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종교인 과세가 과연 종교인에 대한 특혜가 맞는지, 특혜가 맞는다면 어느 정도인지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 1차 특혜: 근로소득이냐 기타소득이냐, 종교인만 선택 가능

이건 2015년에 만들어진 1차적인 특혜입니다.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돈을 받으면 세금을 내긴 내는데, 이걸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낼 수 있도록 소득세법에 규정해놨습니다. 법 조항은 “골라서 낼 수 있다”고 되어 있지 않고 복잡하지만, 쉽게 해석해보면 그런 뜻입니다.

그런데 기타소득이라는 것은 기존 소득세법의 논리상 종교인에게 적용해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기타소득이 뭔지도 소득세법에 다 정해져 있는데, 21조에 보면 상금, 현상금, 포상금, 복권 당첨금, 이런 식으로 정기적인 소득이 아닌 경우가 기타소득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작가처럼 비정기적인 소득을 가진 사람에게 적용해주는 것이죠.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면 그래서 근로소득에 비해 세제 혜택이 큽니다. 수입으로 치지 않는 필요경비를 많이 인정해주는 것이죠. 연봉 금액에 따라 수입의 20~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줍니다. 이렇게 하면 소득세를 계산할 때 가장 처음의 숫자, 즉 ‘수입금액 - 필요경비 = 소득금액’에서, 소득금액 이 숫자부터 작아지기 시작합니다. 직장인과 비교하면 생각보다 차이가 큽니다. 

취재진이 한국납세자연맹에 의뢰해서 같은 연봉의 종교인과 직장인이 세금을 얼마나 내게 되는지 데이터를 받았습니다. 이걸 보면 기타소득의 장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똑같은 연봉의 종교인과 직장인이라고 해도, 연봉 5천만 원의 경우 종교인은 2천9백만 원을 필요경비로 인정받아서 소득금액은 2천1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반면 직장인은 필요경비로 인정받는 금액이 1천225만 원이고 소득금액은 3천775만 원입니다. 즉, 똑같은 연봉 5천만 원이라고 해도, 종교인은 2천1백만 원에 대해, 직장인은 3천775만 원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연봉 5천만 원의 종교인은 직장인 대비 57% 정도의 세금을 내고, 연봉 1억과 1억5천만 원의 종교인은 직장인 대비 72% 정도의 세금을 내는 걸로 계산됩니다. 직장인은 연말정산을 받아서 세금을 돌려받으니까 차이가 더 적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건 직장인이 신용카드와 교육비 항목에서 연말정산을 받았다는 걸 가정한 수치입니다. 인적공제는 종교인과 직장인 모두 적용됩니다. 

● 2차 특혜, 종교단체 의지로 세금 줄이는 길을 열어놓다
종교인 과세2차 특혜는 최근 기획재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만들어놓았습니다. 종교단체 의지가 있으면 소속 종교인의 세금을 얼마든지 줄여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인데, 방법은 이렇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19조에는 비과세 되는 종교인 소득의 범위가 규정돼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종교 관련 종사자가 소속 종교단체의 규약 또는 종교단체 의결기구의 의결이나 승인에 의해 결정된 지급 기준에 따라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금액 및 물품”이라는 규정이 이번에 새로 생겼습니다. 이른바 ‘종교활동비’라고 하는 것입니다.

개신교에서는 목회활동비, 불교에서는 ‘승려 수행지원비’, 천주교에서는 ‘성무활동비’가 이런 비과세 종교활동비에 포함된다고, 기재부는 설명했습니다. 일반 회사에도 노동자에게 비과세 항목으로 지급하는 돈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핵심은 ‘상한선’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종교단체는 봉급이나 상여금 같은 과세 항목의 급여는 줄이고, 목회활동비와 수행지원비 그리고 성무활동비 항목의 급여를 대폭 늘릴 수 있습니다. 과세 항목의 급여는 축소, 비과세 항목의 급여는 확대하는 것이죠. 이런 꼼수를 쓰면 앞서 봤던 간단한 계산, ‘수입금액 - 필요경비 = 소득금액’에서 수입금액부터 종교단체 뜻대로 줄어듭니다. 게다가 설명해 드린 것처럼,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니까 필요경비도 커서 소득금액은 더욱 쪼그라들겠죠. 그럼 직장인 대비 57~72% 내는 세금도 반 토막 이하로 뚝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종교인들을 '탈세의 유혹'에 시달리게 하는 것입니다. 언제든 과세 항목은 줄이고, 비과세 항목 급여를 늘려서 종교인을 탈세의 함정에 빠트릴 수 있는 설계입니다. 그래서 국가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이런 비과세 혜택의 상한선을 설정해놨습니다. 납세자는 가능하면 세금을 줄이려고 한다는 보편적인 가정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비과세 혜택의 상한선은 보통 월 20만 원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에 시행령을 입법예고 하면서, 종교인에게만 유일하게 이 상한선을 두지 않았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종교인입니다. 이로써 종교인은 월 20만 원을 넘어, 상한선 없이 비과세 항목에 돈을 몰아주고 싶은 시험에 들게 됐습니다. 

● 3차 특혜, 비과세 장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원천봉쇄 하다
종교인 과세3차 특혜 또한 기획재정부가 만든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 시행령을 입법예고 하기 전 기재부는 개신교 측과 수차례 물밑 접촉을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 개신교 측의 요구가 대폭 수용된 것입니다. 3차 특혜는 세무조사 원천봉쇄입니다. 앞서 보신대로, 비과세 항목의 급여를 대폭 늘리는 꼼수를 쓸 경우에, 정부는 당연히 종교인이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납세자는 대부분 세금을 줄이려고 하니까요. 그런데 그 세무조사를 막아놨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222조에 보면, 비과세 혜택을 받는 종교활동비의 경우 장부를 따로 관리할 경우엔 국세청이 그 "장부나 서류에 대해 조사하거나 제출을 명령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놨습니다. 종교인이 탈세의 유혹에 빠지기 쉽게 만들어놓고, 탈세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장부 하나만 콕 찍어서 세무조사를 금지해 놓은 것입니다. 시행령을 이렇게 고쳐버린 것은, 종교인에게 탈세의 유혹을 넘어 알아서 적당히 탈세하시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시행령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종교계에는 정직하게 세금을 신고하는 종교인만 암묵적으로 바보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세금 줄이는 길이 열렸고, 세무조사도 못한다는데, 누가 제대로 내? 같은 생각이죠. 

● 전례 없는 '3중 특혜', 개신교 측은 미리 알았다

종교인이 근로소득-기타소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2015년 법에 들어간 내용이고, 비과세 항목에 상한선 없이 급여를 몰아줄 수 있게 한 것과 또 그 비과세 항목에 대한 세무조사를 금지한 것은 지난 11월 30일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 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들어 있는 내용입니다. 모두 우리 세법에서는 전례가 없는 규정들인데, 종교인에게 처음 적용된 것입니다. 한국세무학회장을 지낸 인천대학교 홍기용 교수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종교인에 대한 특혜고, 조세 형평성을 명백히 무너트리기 때문에 위헌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취재진은 기획재정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기 전, 기재부 담당자와 여러 차례 통화했습니다만, 개정안이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확대해주는 거라는 큰 방향만 들었을 뿐 세부적인 내용은 일절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입법예고 사흘 전인 11월 27일, 개신교 측은 이미 개정안 내용을 알고 있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목회자납세대책위원장 소강석 목사는 이렇게 말했더군요.

“순수 종교인 소득만 과세하고 종교단체 세무조사 금지하고, 이건 이미 다 대통령령 확정돼 있고요. 유예에 버금가는, 상당히 버금가는 시행 연습이죠.”

기재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오는 14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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