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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지문 적성 검사,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방송일시 : 2017년 12월 1일 (금)
■대담 : 노유진 S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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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문으로 성격, 스트레스 요인과 해결 방법, 적성까지 검사
- 직업 추천뿐만 아니라 대학입시에 맞춰 학과도 추천
- 지문 적성 결과 방법 묻자 당황… “논문 준비 중이다” 답변
- 업체 광고, 과학적이고 통계로 증명된다고 주장
- 특허청 “검사 결과 과학적이라는 것 증명해줄 수 없다”
- 검사 비용, 한 회에 약 10만 원
- 비중 커지는 학생부종합전형 위해 자녀 적성 알고 싶은 부모 늘어
 
 
▷ 김성준/진행자:
 
요즘 학생부 종합전형처럼 우리 아이들의 적성과 특기, 이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입 전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덩달아서 적성을 찾아주는 검사, 이런 것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중에 지문만 갖고 적성을 찾아주는 이른바 ‘지문적성검사’가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실태를 취재한 SBS 보도국 정책사회부 노유진 기자와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SBS 노유진 기자: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지문으로 적성을 알 수 있다. 일단 솔깃한데요.
 
▶ SBS 노유진 기자:
 
그렇죠. 열 손가락 지문이 필요하거든요. 여권 만들 때 보면 지문 찍잖아요. 그런 식으로 지문 스캐너 같은 곳에 손가락을 하나씩 대는 건데. 그러면 지문이 바로 컴퓨터로 옮겨집니다. 그러면 바로 이 지문이 어떤 형태의 지문인지 유형이 구분이 되는 건데요. 학부모 동의를 제가 얻어서 중학생 2학년 학생들과 가봤더니 2명 검사하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 전체 검사라는 게 지문 찍는 것밖에 없는 모양이죠?
 
▶ SBS 노유진 기자:
 
예. 지문 찍고 스캐너에서 넘어가면 바로 검사가 끝나는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그 결과가 바로 지문이 찍히는 대로 컴퓨터에서 계산이 돼서 나오는 건가요?
 
▶ SBS 노유진 기자:
 
예. 그렇죠. 일단 지문 형태가 나오면 이 검사요원이 지문 검사를 받은 사람이 감성적인 사람인지, 아니면 자기중심적인 사람인지, 내향적인 사람인지. 이런 것을 대략적인 특징을 얘기해줍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자세한 분석이 들어있는 페이퍼를 20여 쪽 정도거든요. 이것을 가지고 주는데요. 여기에 피검자의 스트레스 요인, 스트레스 해결 방법, 적성까지 다 나옵니다.
 
▷ 김성준/진행자:
 
신기한데요.
 
▶ SBS 노유진 기자:
 
그렇죠? 그런데 유행에 따라서 적성도 나뉘고, 그것에 맞는 직업까지 추천해준대요. 심지어 이게 중고등학생들이 받는 검사다 보니까 가장 관심이 있는 게 대입이지 않습니까. 추천 학과까지도 적혀서 나옵니다.
 
▷ 김성준/진행자:
 
문제는 결국 이 지문 검사 결과라는 게 과연 믿을만한 것인지잖아요. 근거가 있어야 할 것 아니에요?
 
▶ SBS 노유진 기자:
 
그렇죠. 사실 저도 그게 제일 궁금했습니다. 과연 이 열 손가락으로만 어떻게 하면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지문이 정말 적성에 연결이 돼있나.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요. 이게 여러 업체가 있어서 이곳저곳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요즘 정말 유행하고 있어서 업체들이 막 생겨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중 한 군데는 제가 지문적성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 것이냐. 혹시 통계가 있는 논문 등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굉장히 당황해 하더라고요. 저 같은 질문을 한 사람은 처음이다. 그 동안은 이런 질문하신 분이 없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일단 논문은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얘기하고요. 또 한 군데는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다면서 전화를 끊었고. 다른 한 곳은 이 검사가 이런 결과를 밝혀내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문은 없지만 그래도 과학적이다. 이렇게 계속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이것 좀 냄새가 나는데요?
 
▶ SBS 노유진 기자:
 
그렇죠. 그래서 우리가 보통 과학적이라고 얘기할 때는 여러 요건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요건을 갖춘, 이 검사를 증명할만한 논문이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논문이 아니더라도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겁니까?
 
▶ SBS 노유진 기자:
 
네. 사실상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혹시나 해서 제 나름대로 국내와 해외 연구 결과를 뒤져봤는데요. 물론 지문적성검사에 나오는 것처럼 지문과 적성의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대해서 언급한 논문은 사실 없습니다. 다만 국내에 이런 내용을 언급한 논문이 한 편 있었는데. 이 논문조차도 과학적이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떤 내용인데요?
 
▶ SBS 노유진 기자:
 
일단 한 명의 피험자만 어떻게 받는지. 그러니까 이 지문 검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것만 서술이 돼있고요. 그리고 이 논문이 실린 학회지는 기존의 과학에서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능력과 현상들을 도외시하면 안 된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학회에서 발행된 것이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약간 대안과학, 이런 것 같은 모양이네요.
 
▶ SBS 노유진 기자:
 
그렇죠. 새로운 과학관을 찾아야 한다. 이게 이 분들의 주장이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요즘 인기를 끌 때는 업체들이 검사가 과학적이라고 광고하고 홍보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 SBS 노유진 기자:
 
그렇죠. 업체들은 검사가 굉장히 과학적이라고 얘기하고 있고요. 광고를 봐도 이 검사가 정말 과학적이고 통계가 증명이 된다고 주장하는데요. 어쨌든 학부모들도 그런 것을 보고 아이들을 시키는 건데. 이 검사를 해 준 업체들이 말하는 과학적 근거 중 하나가 특허청에서 이 검사에 대해서 특허를 내줬다. 이러면서 광고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알아봤더니 여기서 착각하시면 안 되는 게. 특허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다만 이 특허는 수집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분류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내준 겁니다. 그러니까 특허청에 확인을 했더니 공식 답변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이 검사 방법, 지문을 수집해서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분류하는 기술이.
 
▷ 김성준/진행자:
 
지문의 형태를 분류하는 기술.
 
▶ SBS 노유진 기자:
 
그렇죠. 그 기술이 특허가 난 것이고. 검사 결과가 과학적이라는 것은 증명해줄 수 없다. 그것은 특허로 나온 게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 지문이 예를 들어서 어느 방향으로 돌아간다든지, 무늬가 어떻다든지. 이런 것에서 일관성을 찾아내서 통계적으로 분류하는 기술이군요.
 
▶ SBS 노유진 기자:
 
그렇죠. 여러 가지로 분류를 하고. 어쨌든 분류를 하고 나면 그에 맞는 결과가 나오니까. 이 결과까지 분류하는 것이 이번에 특허청에서 받은 기술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 분류한 결과가 예를 들어서 A형, B형, C형으로 분류된 게 예를 들어 내성적이다, 외향적이다. 또는 과학에 적성이 있다, 문학에 적성이 있다. 이것과 연관시킬 수 있는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잖아요.
 
▶ SBS 노유진 기자:
 
그렇죠. 특허청에서도 그것은 인정해주지 않았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비용은 얼마나 듭니까?
 
▶ SBS 노유진 기자:
 
비용은 한 번에 12만 원 정도 하는데요. 요즘 프로모션 기간이라고 하면서 10만 원까지 깎아주는 곳도 있고요. 어쨌든 한 번 검사하는데 10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부모님 입장이면 아이들과 평소에 대화도 많이 하고, 아이들 성장하는 모습 계속 지켜보면 얘가 예술에 재능이 있을 것 같다, 과학에 재능이 있을 것 같다. 이런 것들은 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돈을 들여서 이런 검사를 하려 유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 SBS 노유진 기자:
 
일단 사실 이 검사가 5년 전 쯤에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한 번 끌었습니다. 한 번 쫙 돌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학원도 이걸 공짜로 해주겠다고 광고하고, 엄마들끼리도 여기 가면 이거 해준다더라 하며 검사도 많이 받고 유행을 했었는데요. 그러다가 이게 워낙 유행이 되다 보니까 사람들 사이에 이게 실효성이 좀 떨어지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다가 유행이 한 번 가라앉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유행이 되는 이유가, 결국 입시 제도가 계속 변화하면서 나오는 건데요.
 
▷ 김성준/진행자:
 
해마다 바뀐다고 봐야죠.
 
▶ SBS 노유진 기자:
 
그렇죠. 해마다 바뀌죠. 더군다나 수시 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전형 자체가 굉장히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거든요. 그런데 이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이 학교 다닐 때 하는 활동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게 가고 싶은 학과가 정해져야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그 활동을 해서 스펙을 만드는데요. 예를 들어서 의대에 가고 싶다, 이러면 의대에 관련된 활동들을 해야만 학생부에 그게 적히고 소위 말하는 스펙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일찍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부터 그러면 우리 아이 적성이 무엇이냐. 부모님들이 궁금해 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야 고등학교 진학부터 갈리는 겁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했던 것으로 외고를 갈지, 아니면 자율형사립고등학교를 갈지, 과학고를 갈지 정해지는데. 그 적성을 지금 모르니까 고등학교에서 좋은 활동을 하려면 적성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이 되시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적성을 부모님들이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키우면서 찾아봐야지. 그것을 왜 지문을. 글쎄요. 이게 우리나라 그런 적성 좀 찾으라고 중학교부터 자유학기제가 시작되고 있잖아요.
 
▶ SBS 노유진 기자:
 
예. 우리나라 교육 과정상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기제가 운영이 되고 있는데요. 이게 사실 운영되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됐고, 초기 단계거든요. 그래서 주로 아빠 직장에 가서 아빠 뭐 하는지 써오기. 이런 것들을 많이 하는데. 사실 적성을 찾기 위한 과정들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하는 활동들이 많다보니까. 결국은 학부모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런 검사를 한 번 받아볼까 하고. 받고나니까 옆에서 봐도 우리 애도 받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엄마들끼리 그런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으니까.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5년 전에 유행했으면 5년 전에 검사 받고 대학 진학해서 졸업했거나 대학 다니는 중인 학생 중에 이미 지문과 적성은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아는 학생들, 깨달은 학생들이 많을 텐데. 이게 지금 번지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 저는 아무리 봐도... 물론 우리나라 대학 입시라는 게 얼마나 엄중한 일인지 다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그것을 위해서 10만 원 정도 투자하는 게 아까울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어떻게 보면 부모님의 아이들을 키우는 책임을 방기하고 10만 원으로 때우려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 SBS 노유진 기자:
 
교육 과정 내에서 이게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해결이 안 되고 있고. 우리나라 대입 제도에서는 사실 적성을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만 하고 교육이 안 되다보니까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어떤 것이라도 해보자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참 공교육이 부실하니까 별에 별 건들이 다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SBS 보도국 정책사회부 노유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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