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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대구에서 제일 '독특한' 버스 기사

권수연 에디터, 최재영 기자 stillyoung@sbs.co.kr

작성 2017.12.03 11:07 수정 2017.12.04 19:12 조회 재생수27,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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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제일 귀엽다는
버스 기사
안녕하세요?
‘컵사람’입니다.
저는 2017년 11월 24일
새벽 무렵에 대구에서 태어났어요.
이날은 첫눈 온 날이었는데
어떤 안경 쓴 아저씨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눈을 뭉치더니
그 뭉툭한 손으로
제 얼굴에
나뭇잎 세 개를 붙인 거예요.
그 순간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제가 태어난 거죠.
“이 예쁜 걸 어떻게 하지…?”
아저씨는 고민하다가
절 버스에 태워
세상 구경을 시켜줬어요.

이날, 이분이 
특별한 기사님인 걸 알게 됐죠.
대구에서 706번 버스를 운행하는
곽재희 기사님입니다.
이것 봐요.
인형 매달린 버스 본 적 있어요?
한두 개도 아니고 이게 몇 개야…
15개는 될 거예요.
  
전 기사님이 
인형 뽑기 중독인 줄 알았어요.
“다 집에서 가져온 거예요.
 
제가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요.
꾸미는 것도 즐기고요.
 
집도 인형으로 꾸며 놨어요.”
 
-곽재희 기사
“저 호박 인형은
아들이 태권도장에서 받아온 걸
가져온 거예요.
 
승객분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고
달게 됐죠.”
 
-곽재희 기사
“가장 아끼는 놈입니다.”
얘는 피카츄예요.

기사님이 안전하게 버스 타라고
안전벨트도 매 놨어요.
기사님은 입도 안 아픈가 봐요.

하루에 수천 번은
이 말을 할걸요?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
“행복한 날 보내세요”
“인사는 2006년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엔 어색해서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실패하기 일쑤였죠.”
 
-곽재희 기사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집에서 아들이랑 같이 거울 보며
연습했어요.”
 
-곽재희 기사
“출근할 때 버스 안에서
입꼬리 올리는 연습도 하고요.
 
그렇게 3달 정도 노력하니
인사가 몸에 배더라고요.”
  
-곽재희 기사
인사를 해 온 지 벌써
12년째.

그러다 보니 이런 승객도 만났대요.
관련 사진관련 사진동네방네 소문도 났나 봐요.
 
2014년에는 ‘시민상’을 받고,
작년에는 ‘친절기사’로 선정됐어요.
“시민들이 제보해 주셔서 그렇죠.
감사할 따름입니다.”
 
-곽재희 기사
꾸미는 거 좋아하는
기사님이 또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나요.
원래 이렇게
‘자체 이벤트’를
기획하고
휴일이면 집에 앉아
포장하던 분이었는데
이젠 회사에서
같이 해준대요.
“사탕 6만개를 회사에서
주문해 놨어요.
 
그걸 포장해서 승객들에게
드리려고 하죠.”
 
-곽재희 기사
“봉투에 쪽지랑 사탕 넣어서
직접 포장합니다.

직원들이 모여
3일 정도 꼬박해야 가능해요.”
 
-곽재희 기사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대구 시내 곳곳과 버스에서
받을 수 있다고 해요.

올해는 대구 버스 기사
100명 정도가 참여한대요.
기사님은 세탁해 고이 모셔놓은
산타 옷 입을 생각에
한껏 신나셨어요.
이렇게 버스에서 인사를 시작하고
일을 즐겁게 한 뒤로

기사님 삶은
완전히 바뀌었대요.
“일단,
절 항상 괴롭히던 편두통이 없어졌어요.
 
맨날 웃고 다니니까요.”
 
-곽재희 기사
“또 일이 편안하고,
기분도 좋아졌죠.
 
일 끝나면 하루가 뿌듯해요.”
 
-곽재희 기사
저도 706번 타고 다니는 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비록 2시간 만에 다
녹아버렸지만요…
706번 버스에서의 2시간
행복했어요.
 
눈이 내리면 우리,
또 만날 수 있겠죠?
대구에서 706번 버스를 운행하는 곽재희 기사가 화제입니다. 버스에는 인형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최근 그는 작은 눈사람을 버스에 태우기도 했습니다. 곽재희 기사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획 최재영, 권수연 /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