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은 5·18 민주화운동 가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기무사의 전신, 보안사가 모은 사진들로 구성됐습니다. 국내는 물론 외신 기자의 촬영 사진까지 모두 모았지요. 군이 촬영한 것도 담겼습니다. 실제 80년 5월 당시 군은 평상복으로 위장한 군인들을 시민군에 접근하도록 했습니다. 시민을 폭도로 몰아가기 위해 난폭함을 보여주는 증거를 모으는 게 임무였습니다. 이른바 ‘편의대’입니다. 사진첩을 분석한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관계자는 "당시 수백명의 편의대원이 광주에서 활동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허위소문을 퍼트리거나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 평상복 위장한 편의대원 "임무는 불순분자 색출"
취재진은 80년 당시 광주에서 활동했던 편의대원을 어렵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SBS와의 통화에서 "특정한 수건이나 모자를 두르거나 담배를 연속해 태우는 등으로 사전에 미리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정해 보안사 군인과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촬영한 사진을 건네고 새 필름을 받기 위한 만남이었지요. 그는 자신의 임무가 "시민군들 사이의 불순분자 색출"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말했습니다.
■ "언론사, 현상소까지 뒤졌다"
광주에서 활동했던 기자들은 보안사가 5·18 관련 사진을 찾는데 혈안이었다고 말합니다. 현재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장이자 당시 전남일보 기자로 활동했던 나의갑 씨는 "보안대가 두 개의 신문사를 찾아와 필름을 압수해 갔고 시내에 있는 사진 현상소까지 모두 뒤져 전체를 다 가져갔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첩에 계엄군의 과잉진압이나 집단 발포 등의 장면이 전혀 담겨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경택 당시 전남매일신문 사진기자는 사진과 필름 압수의 배경에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는 "보안대 중령이 찾아와 전두환 장군에 보고를 하니 사진을 다 빼달라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사진은 미리 집 천장에 숨겨둬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다"고도 했지요. 이처럼 보안사는 5·18 관련 사진들을 닥치는 대로 모은 뒤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이 사진첩을 만들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5·18을 사전에 모의한 폭도가 일으킨 내란으로 조작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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