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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에 목매는 학교들…실습 포기 학생에 벌까지

심각한 현장실습 실태…학교·기업·정부 모두의 책임?

<앵커>

일취월장, 일찍 취업해 월급 타서 장가들자.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나붙은 글입니다. 직업계 학교다 보니 이해할 부분도 있지만, 취업률 지상주의가 얼마나 학교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특히 이런 식으로 학교가 취업률 수치에 집착하다 보니 학생이 실습하다가 중도 포기하면 벌을 내리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직업계 고등학교들에 대한 평가나 정부 예산 지원은 주로 취업률에 달려 있습니다. 학교들이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조성신/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 교사 : 최근 한 10년 동안은 상당히 취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고 특히 특성화고에서 (대학) 진학률이 높으면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최근 들어 취업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합니다.

[특성화고 졸업생 : (학교 복도) 벽에 진짜 세뇌당한다고 할 정도로 대학에 대해서 안 좋은 선입견만 심어주는 게 많았어요. '나는 보너스 받아서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너는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고…'.]

취업률 높이는 게 지상 목표다 보니, 전공이나 적성과 상관 없는 일자리로 쫓기듯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김아현/특성화고 재학생 : 어디라도 보내려고, 원하지 않더라도 보내려고 하는 추세예요. 햄버거집에서 알바하는 것까지도 취업에 포함시킨다고 알고 있어요.]

올해 초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 도중 숨진 홍 모양의 전공은 애완동물, 이번에 숨진 이민호 군도 원래 전공은 원예작물이었습니다.

전공이나 적성에 맞지 않거나 근무 환경이 열악해 학교로 돌아가려 해도 견뎌야 한다는 반대에 부닥치게 됩니다.
 
[특성화고 재학생 : (일단) 말리죠. 좀 참고, 정 안 된다 싶으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 보자(고 하죠).]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너 때문에 후배들이 나중에 그 업체에 들어가는 게 어렵게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의 비난에 시달리다 보니까 '그래 참자 참자 내가 학교를 위해서 후배들을 위해서 참아야지' (하게 되는 거죠).]

직업계 학교 가운데는 안전 사고, 임금 체불 같은 명백한 법 위반을 외면하거나,

[특성화고 졸업생 : 제 친구가 임금 체불 문제로 퇴사를 하고 도움을 받으러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 먼저 하신 말씀이 '너 퇴사했으면 취업률 집계에 안 들어가는데 혹시 아는 분이나 이런 곳 통해서 취업 상태로 만들 수 있는지'(였어요.)]

실습 도중 돌아왔다고 벌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김재근/특성화고권리연합회 멘토 : 빽빽이(빽빽하게 쓰는 반성문)를 쓴다든가, 정규수업을 못 듣고 교장, 교감 선생님과 등산을 하든가 이런 일들을 해요.]

조기 취업 실적에 목을 매는 학교 현장에서 고교 실습생들의 안전과 노동 인권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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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오히려 내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병희 기자, 학교가 언제부터 이렇게 취업률에 집착하게 된 겁니까?

<기자>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취업률, 취업률 하게 된 건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입니다.

사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직업계고 취업률은 10~20% 수준이었거든요. 오히려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아서 문제가 될 정도였죠.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원래 있던 조항, '2학기 수업의 3분 2 이상을 이수하고 취업이 확정돼야 현장 실습에 나갈 수 있다'는 조항을 불필요한 규제로 보고 폐지했거든요.

그 뒤로 취업률을 높이는 것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가 생겨났고, 취업률이 낮으면 학교 통폐합 같은 불이익을 주는 정책까지 생겼습니다.

<앵커>

사실 처음에는 기업 탓을 많이 했었는데, 설명을 들을수록 기업, 학교, 정부, 이 셋 모두에 책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기업은 값싸고 부리기 만만한 노동력으로 이득을 보고 정부는 청년 취업률이 높아져 정책이 성공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죠.

학교는 각종 지원금을 받았고요. 이 3자가 모두 이득을 누리는 동안 현장실습의 문제는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과연 해법이 뭔지는 계속 취재해서 보도해 드릴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윤선영,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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