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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관진의 V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취재파일] 김관진의 V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줄줄이 석방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재판부 같은 판사가 석방을 결정하면서 판사 개인에 대한 비판이 이는가 하면, 법원이 나서서 검찰의 사이버사 댓글 수사에 제동을 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뭐가 됐든 앞으로 검찰의 사이버사 댓글 수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V표시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지시 vs 단순히 봤다는 뜻’

검찰은 김관진 전 장관이 댓글공작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군 사이버사령부에서 보고를 올린 문건 일부에 V모양의 체크표시나 본인의 서명을 남겨놨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김관진 전 장관이 댓글공작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음은 물론, 직접 지시까지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부인한다. 김 전 장관 측은 댓글공작 관련 문건은 장관에게 올라오는 수많은 서류 중 하나였을 뿐이며, V표시를 한 건 단순히 봤다는 표시일 뿐이지 무언가를 지시를 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댓글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을 모두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고를 받았던 김 전 장관의 이런 주장과는 다르게, 정작 보고를 했던 사이버사 심리전단 측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듯하다. 당시 사이버사 심리전단에서 김 전 장관에게 매일 보고했던 문건 중에는 <대남 사이버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라는 것이 있다. 인터넷 상에 댓글공작을 펼친 뒤 여론이 얼마나 정권에 우호적으로 바뀌었는지를 분석해 올리는 보고서인데, 김 전 장관이 ‘단순히’ V표시만 했다는 문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취재진은 이 문건 가운데 하나를 입수했다.
김관진 MB 지시

● 김관진 전 장관에 보고된 문건 입수해 보니..

2012년 대선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작성된 <대남 사이버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 보고서에는 당시 야당 국회의원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을 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당시 국회에선 ‘종북 논란’이 한창 일고 있었다. 일부 야당 국회의원이 ‘종북 인사’라며 자료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런 ‘종북 주장’을 찬성했고, 일부 언론은 국회가 색깔론을 부추긴다며 비판했다.

SBS가 입수한 문건은 이런 종북 논란에 당시 사이버사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고하는 보고서이다. 종북 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의원을 특정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지지하는 활동을 하는가 하면, ‘종북 의원’들을 국회 특정 소위에 배정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직접 남기기도 했다. 그렇게 작업을 한 결과도 분석했는데, ‘종북 의원’의 특정 소위 배정에 찬성을 한다는 여론이 30%였던 것이 2%로 크게 줄어들었고, ‘종북 의원’의 특정 소위 배정에 반대한다는 여론은 70%에서 98%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거칠게 말하자면 종북 논란이 더 부추기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이 주장하는 북한을 상대로 한 통상적인 심리전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군이 정치에 개입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 역시 김관진 전 국방장관에게 보고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군 댓글공작

● 사이버사 댓글 보고서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물론 김 전 장관의 말대로 그 날 보고된 수많은 서류 중 하나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 문서는 다른 수많은 서류들과는 다른 특별한 보고서였다.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은 매일 인터넷 여론전을 펼치고 그 보고서를 만들었다. 어떤 내용이 작전 목표였는지, 어떤 내용으로 댓글 작업을 펼쳤는지, 그리고 그 결과 유리한 여론이 몇 %, 불리한 여론이 몇 %로 변화했는지를 담고 있다. 이런 보고서는 매일 이른 새벽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의 결재를 받은 뒤 특별한 봉투에 담겨지고 또 다시 특별한 가방에 담겨졌다. ‘블랙북’이라 불리는 잠금장치가 달린 특수제작된 검은색 가죽 가방이었다. 이 가죽 가방을 인가된 요원이 매일 아침 7시 장관이 출근하기 전까지 장관 사무실에 직접 배달을 했다. 누가 수령을 했는지까지 꼼꼼히 기록을 했으며, 장관이 문건을 봤는지도 매일 확인했다. 그리고는 장관이 문건을 다 봤다고 하면 오후에 다시 장관실로 가 문건을 블랙북에 담아 회수해 왔다. 그리곤 심리전단장과 관련 인원들이 모여 장관실에서 회수한 이 문건을 열어보고는 장관이 무슨 표시를 했는지 확인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증언을 최초로 한 당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총괄기획과장 김기현 씨는, 본인이 이태하 심리전단장이 장기간 휴가를 가거나 할 경우 단장을 대리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김기현 씨는 당시 김관진 전 장관이 단순히 V표시를 할 때도 있었고, 또 때로는 지시를 짤막하게 적어놓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므로 김 전 장관이 ‘단순히 봤다는 표시다’라고 주장하는 V표시는 당시 실제 댓글공작을 수행하던 사이버사 인원들에게는 ‘계속해서 작전을 수행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김기현 씨는 검찰이 이런 부분을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 봐야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현재 민간인 신분이 된 관련자들은 검찰이 수사를 하지만, 당시 댓글공작에 관여했던 상당수 인원은 여전히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군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군의 조사가 미적지근 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한번 ‘댓글 조작은 개인의 일탈’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결론을 내렸던 군 조사기관이다 보니, 이번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하는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행여 전 정권에서와 마찬가지로, 김관진 전 장관과 임관빈 전 정책실장의 석방을 바라보며 이번에도 개인의 일탈이었을 뿐이었다는 결론이 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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