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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 '성형 시술' 의혹을 다시 살펴보는 이유

특검 수사보고서에 담긴 2014년 4월의 기록

박수진 기자 start@sbs.co.kr

작성 2017.11.24 13:37 수정 2017.11.24 13:51 조회 재생수6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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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박근혜 성형 시술 의혹을 다시 살펴보는 이유
1년 전 이맘 때. 한 여성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2014년 4월1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행적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뜬금없었지만, 듣지 않을 수 이야기. 그날 밤, 강남 어느 커피전문점에서 그 여성을 만났습니다.

‘최순실의 측근의 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박 전 대통령의 2014년 4월16일의 행적을 이야기했습니다. 민간인에 의한 피부시술과 최순실의 연관성이었습니다.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꽤 구체적이고, 개연성이 짙었습니다. 최순실이 측근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자신이 그 측근으로부터 들었다며, 자신과 그 측근의 친분을 보여주는 녹취까지 들려줬습니다. 이 사람의 목적은 그 다음에 있었습니다. 핵심 증거를 가져다줄테니 돈을 달라. 솔직히 고백하면, 고민이 됐습니다.

고민은 결국 의미 없는 일이 됐습니다. 진위를 입증하는 취재 과정에서 여성의 말이 거짓인 정황이 드러났고, 이 여성은 이후 연락을 끊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언론사에 접수되는 제보 중 허위 제보, 또 금전을 바라는 제보는 왕왕 있는 일이지만 이 일은 좀 남달랐습니다. 묻혀버린 진실, 해소되지 못한 국민의 궁금증. 이 괴리를 악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들까지 나타난 현실이 개인적으론 슬펐고, 화도 났습니다.

●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

많은 언론들이 7시간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올림머리, 비선의료진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다 미완(未完)으로 남았습니다. 특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공식 의료진이 아닌 비선 의사에게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4월16일의 진실까진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십수년은 지나야 밝혀지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생각이 바뀌게 된 건 특검의 수사보고서를 입수하면서입니다. 특검이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에 제출한 수사 기록이 담긴 보고서인데, 이 자료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비선의사를 불러 성형시술을 받은 구체적인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계속 부인해왔지만, 정기양 연세대 교수 등 공식 의료진과 김영재 원장 등 비선 의료진의 진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필러, 리프팅 등 성형시술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시술의 시기는 교묘히 2014년 4월을 비껴갔습니다. 정 교수는 “2014년엔 청와대에 잘 가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엔 학회가 있었다”며 비껴갔고, 김 원장은 “청와대에 간 적은 있지만 2014년 5월부터였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관련 사진하지만 특검은 수사보고서에서 비선의사 김영재 원장 부부가 세월호 참사 이틀 후인 2014년 4월18일과 4월20일 경에 청와대에 들어가 성형시술을 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4월18일은 당시는 실종자 274명의 수색작업이 한창이었고, 온 나라가 세월호 희생자 구조 상황을 지켜보던 때입니다.

특검이 제시한 4월18~20일 성형시술의 정황도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1)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일정이 없었습니다. 전날 오전 세월호 사고 현장을 방문한 이후부터 54주년 4.19혁명 기념 참배를 위해 4.19 민주묘지를 찾았던 다음날(19일) 오전까지 말입니다.

2) 김영재 원장이 18일 오전 8시43분 청와대 근처 스타벅스에서 자신 명의 신용카드로 5400원을 결제합니다. 김 원장의 병원은 강남구청역 근처이고, 집은 한남동인데, 이른 시간 청와대 근처에서 카드를 사용한 점을 특검은 주목했습니다.

3) 20일 김영재 원장 부인 박채윤 씨의 휴대전화 위치 기록(타임라인) 분석 결과 박 씨가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됩니다. 이날도 박근혜 대통령은 일정이 없었습니다.

4) 2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 왼쪽 턱에 시술 흔적이 나타납니다. 정기양 교수는 특검 조사에서 이 자국을 두고 “리프팅 시술을 한 흔적”이라고 진술합니다.

특검은 이 정황들을 근거로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4월18일 아침 커피전문점에서 이영선 등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후 같이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에게 리프팅 시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박채윤이 18일 시술 부위 사후관리를 위해 혼자 또는 김영재와 같이 청와대를 방문한 것으로 보이고, 21일 박 대통령 얼굴에 난 주삿바늘 자국은 18일 김영재가 시술한 흔적으로 보인다.”
관련 사진카드 사용 내역, 휴대전화 위치 기록, 대통령의 일정, 이렇게 세 가지를 근거로 특검은 수사보고서에 이렇게 적습니다. “적어도 2014년 4월18일/ 4월20일/ 2014년 5월12일/ 2015년 12월 26일, 12월 27일은 김영재가 청와대를 방문해 시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검은 최종 수사 발표에서 4월18일과 20일의 시술 정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7시간 관련 의혹이 기소 내용에 포함되지 않아서도 있지만, 당시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되면서 이 정황들이 완벽히 입증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수사의 방향이 여러 갈래였던데 반해 시간은 부족했던 것도 원인으로 보입니다.
관련 사진●묻혀버린 진실 위 피어나는 불신과 의혹…진실 밝혀져야

SBS가 특검수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전후 성형시술 의혹을 다시 보도하기 시작하자 주변에선 이런 반응이 많았습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것 아니냐.’

추정하는 것과 사실로 입증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이 묻혀버리면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 난무하고 불신만 팽배해집니다. 그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사실을 밝히는 작업은 필요합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여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국가 재난 상황 중 대통령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한 법의 판단은 아직 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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