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뒀다고 밝힌 학부모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입은 롱패딩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인 것 같다"며 "아이에게 30만 원대의 패딩을 또 사줘야 하는 것인지 고민된다"고 털어놨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롱패딩이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을 일컫는 '등골브레이커'의 계보를 잇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25만 원은 찌질이, 60만 원은 날라리?…'등골브레이커' 변천사
청소년들 사이에서 고가의 제품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80년대 젊은 층 사이에서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고가의 브랜드 운동화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이었지만 당시 브랜드 제품을 모방한 이른바 '짝퉁' 운동화까지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고가의 청바지와 티셔츠, 모자가 유행했습니다. 리바이스, 폴로 등은 중·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 가기 전 부모에게 새 옷을 사달라고 조를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브랜드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노스페이스를 비롯한 각종 아웃도어 브랜드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불고 있는 롱패딩 열풍에는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학교에 롱패딩을 입고 오는 탓에 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대를 무릅쓰고 자녀가 원하는 고가의 롱패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기도 합니다.
■ 상술도 문제지만, 청소년들도 '주체적 소비' 할 수 있어야…
과소비를 부추기는 듯한 일부 업체들의 마케팅이나 상술도 문제지만 청소년과 학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청소년들이 정말 필요해서 하는 구매하는 게 아니라 "나만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심리에 휘둘리는 측면도 있다는 겁니다. 값비싼 롱패딩을 구매하는 데 부모들도 일조하면서 새로운 등골브레이커가 계속 등장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연맹 본부 강정화 회장은 SBS와 통화에서 "사실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을 영향을 받아 값비싼 소비를 하는 현상은 반복됐다"며 "우리나라 교육은 대입에 묶여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에는 소비 활동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강 회장은 "소비자인 청소년들 스스로,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주체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