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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금감원 부정채용 청탁자는 박인규 DGB 대구은행장

"대구은행 명퇴 직원 취업 잘 봐달라" 청탁 의심

[취재파일] 금감원 부정채용 청탁자는 박인규 DGB 대구은행장
검찰이 20일 금융감독원 이병삼 전 부원장보를 구속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네 가지다.

① 총무국장 시절이던 2016년 3월경 상반기 민원처리전문직원 채용 시 채용 계획과 달리 일부 항목에서 부적격으로 확인된 사람을 채용한 혐의
② 비슷한 시기 예비합격 순위에 들어있지 않은 인원을 순서를 바꿔 합격시킨 혐의
③ 3월경 합격자 중 한 사람의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해서 합격시킨 혐의
④ 2016년 6월 하반기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때 누군가의 청탁을 받고 누군가의 면접 평가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이다.

앞의 두 혐의는 감사원 감사에서 제기된 의혹을 확인한 것이고, 뒤의 두 가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혐의이다.
이병삼 前 금감원 부원장보 구속
검찰 관계자는 이병삼 전 부원장보에게 청탁한 '누군가'를 현직 은행장이라고만 밝혔다. 청탁을 받아 이행한 금감원 간부는 구속까지 됐지만, 청탁자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상황이었다. 언론도 현직 은행장이 청탁한 사실을 대서특필했지만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SBS 취재결과 청탁자는 박인규 DGB 대구은행장으로 확인됐다. 현재 상품권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박 행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입건된 간부 5명과 함께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5%)를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자금 건에 이어 채용 비리 의혹에도 또 연루가 된 것이다.

박 행장은 그러나 SBS와 통화에서 이 부원장보에게 특정인의 채용을 부탁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민원처리 전문 직원 채용과 관련해 이 부원장보와 통화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저쪽에 물어보라"고만 짧게 답한 뒤 전화를 끊고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금융계에서는 박 회장이 대구은행을 명예퇴직한 뒤 재취업을 알아보던 자사 출신 직원을 잘 봐달라는 취지로 이 부원장에게 연락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번 채용비리 건과 관련해 박 회장에 대해서 아직 조사 방식이나 처벌 여부, 수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부원장보와 청탁자 사이에 금품이 오간 것이 없다"고 말해 처벌이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채용 청탁 시기가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6월이어서 김영란법 적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 비리
피감기관인 은행의 고위 임원이 금감원 간부에게 청탁해 부정 입사시키는 사례는 이번 만이 아니다. 이 사안과 함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도 김용환 NH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 전 총무국장에게 전화해 "합격 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청탁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용환 회장은 여전히 참고인 신분이다.

어쩌다 금감원 간부들은 상급 기관도 아닌 피감기관 간부의 청탁을 들어주다가 줄줄이 옷을 벗고 형사처벌까지 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을 퇴직하고 민간 금융사로 이직하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표면적으로는 피감기관과 감독기관의 사이지만, 금감원 임원이 퇴직하는 순간 피감기관은 곧 수억 원대의 연봉을 보장하는 '제2의 일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청탁을 쉽게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9일 채용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하고 채용 비리 근절 대책을 밝혔다. 대책 중에는 "채용 공고 시 청탁 등 부정행위로 인해 합격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해 합격은 취소됨을 명시하고 적발된 부정 채용자는 채용을 취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의 계획일 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병삼 전 부원장보가 면접 점수를 조작해 준 민원처리 전문직원, 김용환 NH 지주 회장이 "합격 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물어본 조사역은 여전히 금감원 직원 신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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