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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더 포항서 머무는 울릉고 수험생들 "막판 스퍼트"



"지진인데 뭐 어쩌겠어요. 이제 주어진 일주일간 막판 스퍼트에 집중해야죠."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인 16일 포항 남구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만난 울릉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연기된 수능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규모 3.8의 여진이 발생했다는 경보와 안내 방송에 따라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을 겪으면서도 곧바로 책상으로 돌아와 공부를 계속했다.

KTX 기관사가 되는 게 꿈이라는 김지환(18) 군은 "포항 시내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예비소집에 참석했다가 운동장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며 "지진으로 시험이 연기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남은 일주일 마지막 스퍼트를 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웃었다.

울릉고 학생 34명은 인솔 교사들과 함께 이날로 예정됐던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려고 지난 10일 4시간 가까운 뱃길을 달려 뭍으로 나왔다.

울릉도에는 수능 시험장이 없어서 포항에서 시험을 쳐야 하는데 기상 여건 등으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는 일이 잦아 일주일가량 앞서 포항으로 와야 한다.

매년 이맘때면 울릉고 3학년과 교사 등 수십명이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청룡회관에 머물며 수능을 치르고 그 다음 날 울릉도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된다.

올해는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탓에 일주일이 아닌 보름간 청룡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게 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이같이 결정했다.

시험이 연기됐다고 해서 집으로 다시 돌아갈 처지도 못 된다.

연기된 수능일인 23일 전까지 여객선 운항 여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울릉고 김종태 교감은 "지진 첫날인 15일에는 모두가 혼란스럽고 걱정도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다 함께 이겨내기로 했다"며 "우려와 달리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울릉고 학생들은 그나마 다행으로 시험 전 일주일가량 청룡회관에서 지내며 볼 수험서, 옷, 생필품 등을 갖고 왔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서점을 통한 수험서 구매와 빨래 등을 돕기로 했다.

한보람(18·여) 양은 "예정대로라면 오늘 수능을 치고 포항에 계신 엄마를 만나려고 했지만 23일 전까지 공부만 하기로 했다"며 "모의고사와 수능특강 등을 한 번 더 꼼꼼하게 정리하고 시험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은 울릉고 학생들이 수능을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매년 숙박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연기된 시험일까지도 비용을 지원한다.

해병대는 학생들이 기존의 방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차량도 지원한다.

울릉고 학생과 교사들은 수능이 끝나면 오는 24일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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