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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서 1장으로 '축구장 6개 땅' 독점…분양 특혜 의혹

<앵커>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 명단,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고엽제전우회가 토지분양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축구장 6개 크기의 위례 신도시 땅을 국가보훈처장 추천서 단 한 장으로 독점한 겁니다.

김기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이곳 A2-3블록의 축구장 6개 넓이의 택지, 4만 2천 17제곱미터는 지난 2013년 고엽제전우회가 공급받았습니다.

고엽제전우회는 어떻게 이 땅을 분양받았을까.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3년 6월 17일 A2-3블록에 대해 '국가보훈처장 추천 공문 제출 업체가 1순위보다 우선이고 이 경우 1에서 3순위까지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공고를 냅니다.

이어 국가보훈처는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을 추천한다"는 처장 명의 추천서를 토지주택공사에 보냅니다.

그런데 고엽제전우회가 보훈처에 추천서를 요청한 날짜는 6월 13일. 토지주택공사의 공고가 나기 나흘 전입니다.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은 이 땅을 단독 신청해 1천8백억 원에 분양받았습니다. 고엽제전우회의 수익사업은 국가보훈처의 승인과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합니다.

종량제 봉투 제작판매, 골재사업 등 보훈처 승인을 받은 17가지 사업이 있지만 '주택 사업'은 아예 항목에 없습니다.

국가보훈처가 존재하지도 않는 사업소에 추천서를 써준 셈입니다.

[국가보훈처 담당자 :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이 존재할 수 있는 곳 인가요?) 그건 좀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오래돼서.]

위례 지구에서 민간에 공급한 땅 경쟁률은 3백 대 1, 5백 대 1까지 치솟기도 했는데, 이곳은 사실상 수의계약을 한 겁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 : '단'이 사실은 이 두 개(1, 2순위 자격)를 뛰어 넘는 기준이다 보니까 시공실적이 있는지는 제한을 안 했을 것 같고요.]

고엽제전우회 측은 주택사업단은 물론, 주택사업단과 손잡고 시행사로 나섰던 S 건설조차도 모른다고 일축했습니다.

[고엽제전우회 관계자 : 고엽제(전우회)하고는 관계없는 건데…더 이상 몰라.]

분양 사업으로 S 건설이 거둔 이익은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취재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습니다.

[S 건설 관계자 : (대표님 좀 만나러 왔는데.) 아니요, 저희가 지금 열어 드릴 수가 없어요.]

검찰은 분양 수익금 가운데 일부가 고엽제전우회 관계자 등에게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이찬수, 영상편집 : 이재성,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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