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외국 언론들도 항모 3척의 동해 집결을 대서특필했습니다. 그런데 외신들이 사용한 사진은 우리나라 언론들의 사진과 달랐습니다. 외신 사진 속 훈련의 진용은 선두에는 레이건 함이, 약간 뒤처진 좌우로는 루스벨트 함과 니미츠 함이, 그 사이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헬기 항모가 각각 자리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지점은 공중입니다. 괌에서 출격한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2대가 항모를 비롯한 다수의 함정들을 지휘하듯 날고 있습니다. B-1B는 미 해군 항모 3척의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훈련에만 참가한 뒤 기수를 돌려 괌으로 복귀했습니다. 미 해군 항모들은 일본 해상자위대를 떨구고 급히 울릉도 남방 해상 쪽으로 항해해 우리 해군과 합류했습니다.
당초 항모 3척의 동해 훈련은 한·미·일 연합 훈련으로 기획됐었지만 우리 군의 반대로 한·미, 미·일 훈련으로 각각 나뉘어 실시됐습니다. 한·미·일 3국이 이지스함의 북한 미사일 탐지 훈련은 같이하면서도 항모와의 훈련은 따로 한 것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 하루에 같은 훈련 2번 한 美 항모들
그제 일입니다. 미 해군의 항모 3척은 오전에는 일본 해상 자위대와, 오후에는 우리 해군과 연합 훈련을 했습니다. 괌에서 이륙한 B-1B는 동해의 일본 쪽 해역에서 미·일 해상 훈련에만 참가하고 돌아갔습니다. 이왕 동해까지 온 김에 우리 해군과의 훈련에도 참가했으면 좋으련만….
군 관계자는 “반쪽짜리 훈련 같아 아쉽기는 하다”면서도 “한반도 전면전 발발 시 일본 자위대의 역할을 감안하면 일본과의 동해 훈련은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훈련 장소가 독도가 있는 동해라는 점도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동행을 껄끄럽게 만들었습니다.
● 풀리지 않는 한일 군사 문제
항모 3척이 동해에서 훈련한다는 것은 굳이 군 공식 발표로 강조를 안 해도 노골적으로 북한을 겨냥한 것입니다.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과 관련한 논란을 생각하면 한·미·일의 대북 동해 훈련은 애초부터 어려웠습니다.
2년 전 10월 말의 일입니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뒤 일본 방위상이 일본 기자들에게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북한으로 진입할 때 한국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습니다.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은 “북한은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자위대는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북한 지역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일본 방위상은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며 말꼬리를 잡았습니다.
경청해야 할 분석이지만 일본의 그간 행태를 보면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가 일본의 우경화를 저지하고 군사적 영향력을 한반도로 투사하려는 야욕까지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패권 국가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에 따라, 우리나라는 북한과 맞서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필수입니다. 일본이 먼저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면 두루두루 좋으련만…. 갈 길은 먼데 발걸음은 더딥니다.